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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웨이 -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평점 :
Writer's Block이라는 단어가 있다. 작가의 장벽. 래퍼 E-Sens의 노래중에도 있는 말이다. 글을 써야만 하는 작가가 충분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차마 펜을 들지 못하고 하염없이 막혀있는 그 모습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무언가를 할 때 막상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시작조차 하지못하거나, 조금 하는둥 하다가 시원치않은 결과물에 그만 접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의 안목은 지녔으나 정작 스스로의 실력이 형편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만족스러운 아이디어가 아님을 알고 또, 자신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정조차도 마음에 안들기 때문에 지속할 마음이 안생기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작업을 하지 못한 것과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같다. 물질세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 좋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거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무언가를 작업해내면 어떻게든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난 뒤에 실력이 늘어있는 것은 당연히 엉망인 작업이라도 지속적으로 해온 쪽이게 마련이다. 당장 결과물은 별로일지라도 그 과정들 속에서 노하우가 축적되어 경험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영 무언가를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그런데 나만 유별난 것은 아니었나보다. <크리에이티브 웨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창조성을 펼치는데 막연한 장벽을 만난 이들이 다시 달릴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창작은 고도의 작업이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어떠한 벽에 가로막혀 쉽게 창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창의성을 가로막는 것을 '악마'로 규정하고 미루기, 백지, 의심, 관습,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 실망에 대한 총 10 악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화와 역사, 예술가들의 이야기에서부터 과학적인 접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창작을 가로막는 요인들을 설명하고 그 해결을 북돋는다.
심지어 한 개인의 필생의 역작을 넘어 문화유산으로서 인류사에 길이 남을 작품인 <천지창조>를 작업하는 동안에도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재능과 작업중인 작품의 가치를 한탄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냉정히 평가할 수 있는 날카로움을 가진 예술가는 종종 그 날카로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여 지나치게 비관적이 되는 경우가 있는듯 하다. 스스로의 세계에 파고드는 것은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영감들의 원천이 되지만 때로는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가 있다. 몰입하는만큼 때로는 적당히 스스로에서부터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에 대해 논하는 책 답게 표지디자인이 매우 예쁘고, 책의 크기는 한손에 쏙 들어온다. 일을 하다가 도저히 진전이 없고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들 때, 잠깐 집어들고 다시 정신을 깨우는 용도로 아주 좋은 책.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