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암호화폐 - 암호화폐의 급격한 상승과 충격적인 하락
제크 포크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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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암호화폐가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이후로 암호화폐의 급상승과 충격적 하락은 몇년에 걸쳐 반복되어왔다. 그런데 2022년의 하락은 조금 달랐다. 몇년간 몸집을 비약적으로 불려온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이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그 거품으로 이뤄진 탑을 한번에 무너트릴만한 큰 사건들이 터졌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역시 한때 암호화폐 시총 5위까지 상승했던 테라/루나의 붕괴와 가장 큰 메이저 거래소 중 하나로 급성장한 FTX의 붕괴였다. 2022년의 사고는 서로 꼬리를 물고 영향을 끼치며 연쇄적으로 일어났으며, 하루 아침에 암호화폐 자산이 그야말로 실물자산 0의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버린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비이성적 암호화폐>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매체인 블룸버그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암호화폐 거품에 대해 취재한 책이다. 원제는 <Numbers go up>으로 결국 가격은 상승한다고 항변하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외침을 중의적으로 인용한 제목이다. 저자는 암호화폐의 거품이 곧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취재하던 중, 당시 아직 큰 사건이 터지기 전 신흥부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샘뱅크먼프리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악몽과도 같던 2022년 봄에서 가을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직접 겪었으면서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아직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무서우리만치 그날들의 기억을 끄집어 올려주었다. 암호화폐의 개념과 탄생에서 시작하여 그 급격한 상승, P2E와 NFT 등의 새로웠던 테마들, 그리고 그 끝에 이어지는 테라, 셀시우스, 쓰리애로우즈, FTX의 몰락, 난립하는 사기범죄까지...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당시 직접 뛰어다니며 취재한 만큼이나 집요하고 자세하게 그날들을 파헤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에 일종의 신앙적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지어 거품 붕괴를 일으킨 장본인들 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연 그들은 알면서도 소시오패스적 거짓말을 일삼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본인들 말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대한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된 것 뿐일까. 책을 읽고 그날들의 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히 읽는 와중에도 여전히 알수는 없다.

엄청난 거품붕괴와 함께 온 전체가 망하는 줄 알았던 암호화폐 시장은 2024년 들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다. ETF 승인과 함께 실물자산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순식간에 약세를 극복한 후 신고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망해버린 FTX와 한때는 함께 성장했으며 그 여파로 함께 무너졌던 솔라나는 기어코 살아남아 저점대비 30배 이상의 드라마틱한 상승을 이루어내며 다시 시장의 중심에 올라섰다. 거품이 다시 끼어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지난 붕괴의 두려움을 슬슬 잊고 다시 베팅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버블은 자산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지 과거를 돌아보며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언제나 가장 중요할 것이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읽어볼만한 서적들은 대개 2020년 전에 출간되어 이제는 너무 고전적이라 여겨지기 쉽다. 그에 비하여 이 책은 암호화폐 시장 역사상 그 언제보다도 가장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2022년의 거품과 사고들을 다루고 있어서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갖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아야할 필독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시간이 많이 흐른후에도 새로운 시장의 충격적인 붕괴라는 역사적 장면을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담아낸 기록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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