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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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머시니 호턴은 알바니아 출신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라고 한다. 그녀의 어린시절 알바니아는 공산국가로 상당한 폐쇄성이 특징이었으며 사회적 통제도 심했기에 인문학 역시 사회 내 이데올로기의 산물일 뿐이었고, 그녀는 자연스레 그 자체로 중립적 진실만을 다루는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가 평생 학문적 관심으로 천착해온 다중우주에 대해 다루는 책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자서전이기도 하다. 마치 그 삶 자체가 다중우주 연구인 것과 같이, 어린시절의 알바니아에서의 경험부터 미국으로의 유학, 또 미국에 과학자로서 정착하고 학문적 성과를 달성하기까지의 경험과 생각들이 다중우주의 개념과 그 해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서술된다.

이론물리학은 우리 세계를 이루는 자연과 그 시스템에 대한 수학적 모형을 수립하여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예측하는 것으로,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이론들로부터 새로운 영역을 추론하고 가설을 더하며 이리저리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그 모습들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학자 보다는 논리를 겨루는 철학자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그 근간에는 로라 머시니 호턴이 물리학과 함께 최대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학이 자리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하였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였다.

양자이론은 우리가 흔히 인식할 수 있는 현상 너머의 미시세계에는 기존의 물리법칙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짐을 말해준다. 이는 그 자체로 인간이 이 세계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말해주며, 그 근원적인 부분이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시작하여 우주는 처음에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했다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빅뱅의 순간과 그 이전의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의 인간이 완전히는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바로 그 우주의 첫 탄생 지점에 대한 연구에서 다중우주론이 생겨난다.

우주의 탄생에 관한 물리학 이론들과 양자역학, 끈이론 등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 온통 등장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분야의 권위자인 작가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 또한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매우 매끄러운 번역까지 더하여, 천천히 생각하며 읽는다면 다중우주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라 머시니 호턴은 다중우주론을 설명하며 자신의 인생을 절묘하게 표현해내어 단지 우주를 설명하는 책일 뿐 아니라 자전적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누구보다 저명한 과학자가 마치 비과학적인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듯 우리 인생이 양자적 실체와 닮았다고 말한다. 통제를 벗어난 수많은 불확정성과 우연의 연속 끝에 전혀 달라질 수 있었던 인생이 지금의 결과에 닿아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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