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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 내 독서목록에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읽기에 재미가 없고 내용이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는 글쓰기를 가르친다면서 책의 내용과 형식이 너무 전문적인 방향으로 들어가고 말아, 일반 독자로서는 저자의 유식함만 감탄하고 말게되는 책이 아닐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으로서 역할을 다해서, 독자가 읽는데 문제가 없도록 잘 쓴 책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내용과 전달 방식이 관건인데 이 두가지 모두가 잘 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일 수록 글도 잘 쓰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잘 쓰는 것도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수준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다면 해결될 문제이겠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배운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후 다른 책을 읽는다면 글쓰기와 독서는 서로 돕는 작용을 할 것이다. 글쓰기를 익혀서 책 읽는 즐거움을 늘릴 수 있다면, 그리고 책을 여럿 읽고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의 삶도 즐거워질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리뷰 중에 이 책에 대해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라는 평이 있는 걸 보았다. 그 독자는 자신이 원한 글쓰기 책이 아니어서 실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소설 잘 쓰는 법', '논문 잘 쓰는 법' 같이 전문적인 장르나 형식에 대해 알아야 하는 책이거나, 언어 사용법이나 문장 다듬는 비법과 같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심지어 어떤 언어를 다루는 책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 고유한 우리말에 대한 목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글쓰기에 필요한 더 근원적인 부분을 다룬다. 저자는 경험으로 '뭔가 부족하거나 지리멸렬'한 글들은 그것이 학술보고서, 소설, 시, 강연원고 어느 것이든 글쓴이의 어휘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말할 내용을 찾아내어 다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글을 쓸 내용을 찾아내어 다루고, 독자를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목차보다도 앞의 '책을 시작하며' 부분에 책의 핵심이 정리되어 있다. 일종의 요약이자 초록 부분인데, 저자은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이중 앞부분 두 가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다음에 책의 네가지 기술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첫째, 글을 쓰려면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둘째,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넷째, 글을 쓰려면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의 마음속에 집어 넣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책은 총 5부인데 1부 '시작하기'에서 글쓰기 일반과 기초적 훈련을 알려주고 있다. 2부 '작가의 역량'에서 창조력, 관찰력, 상상력, 잠재의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3부 '독자 생각하기'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재료 개발, 독자를 상대하는 마음자세, 글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후 4부 '의무적 글쓰기'에서는 회사 보고서, 학술 논문, 기사 등 반드시 써야하는 글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고 있다. 5부 '궤도유지'는 전문이든 아마추어이든 작가로서 자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주요한 내용은 1~3부 사이의 300페이지에 있으며, 4부 이후의 80여 페이지는 읽지 않아도 무방해 보인다.
책에서 몇몇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첫번째 부분인 '작가의 역량'에 대해 살펴보자. 어떤 것을 글로 쓸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 창조력
"창조력이란 ···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료를 모아 조합함으로써 뭔가를 만드는 능력이다."
■ 관찰력
"여러분은 관찰력과 기억력을 한데 모아 세부적 감각이라는 외부 모으기 훈련을 내부 모으기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
■ 상상력
"상상력은 감각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주는 정신적인 기능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독자를 위해 그림을 그리라!"
■ 잠재의식
"창조적 기능의 온-오프 리듬을 활용하고 이 리듬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여러분이 글쓰기와 안 쓰기 사이를 오가며 왕복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두번째, '독자 생각하기'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재료의 개발, 독자를 대하는 법, 이야기에 대해서, 글의 목소리 톤 등 약간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다.
■ 재료 개발
"주제를 하나 골라 내부 모으기나 외부 모으기로, 또는 두 가지 방법을 병용해서 자료를 모을 때는 글쓰기 과정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자신이 모은 '재료'에서 잠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래야만 잠재의식이 그 재료에 대해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자와의 관계
"자신이 할 말을 소통시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독자를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작가가 되는,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는 비결이며 글쓰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지닌 힘의 원천은 일차적으로 재료에서 나온다."
■ 이야기 들려주기
"인간의 두뇌는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 말에 관한 몇가지 생각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은 실제로 글쓰기에서 음과 양의 양면성을 지닌다. 글쓰기란 내용과 말 사이에서 추는 춤과 같다."
"진정한 글쓰기의 기교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울때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글쓰기도 '일반적인 인간의 창조력의 순서'을 따라가며 그에 따라 연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 창조력의 순서'라는 말은 책에 나오지 않으며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인간은 여러 복잡한 일들을 동시에 해내는데 그런 일들을 동시에 배우지는 않는다. 그 일들을 여러 단계로 분해하여 각각의 세부 패턴을 연습하고 이후 통일화 과정을 거쳐서 나중에는 전체를 자연스럽게 해내게 된다. 책을 따라가며 연습하다보면 글쓰기를 위한 각 세부단계별 페턴연습과 이후 통일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독자를 생각하는 부분은 재료의 개발이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재료를 들려주는 것이다. 여기서도 나누어 연습하기와 다시 통합하기가 반복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는 연습과 이를 말로 옮기는 연습을 따로 하고나서 나중에 이를 묶어 하나의 글쓰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이 글쓰기의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원하는 장르의 글쓰기 책을 읽고 연습하기 전에 글쓰기의 기본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