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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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의 즐거움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 내 독서목록에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읽기에 재미가 없고 내용이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는 글쓰기를 가르친다면서 책의 내용과 형식이 너무 전문적인 방향으로 들어가고 말아, 일반 독자로서는 저자의 유식함만 감탄하고 말게되는 책이 아닐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으로서 역할을 다해서, 독자가 읽는데 문제가 없도록 잘 쓴 책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내용과 전달 방식이 관건인데 이 두가지 모두가 잘 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일 수록 글도 잘 쓰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잘 쓰는 것도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수준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다면 해결될 문제이겠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배운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후 다른 책을 읽는다면 글쓰기와 독서는 서로 돕는 작용을 할 것이다. 글쓰기를 익혀서 책 읽는 즐거움을 늘릴 수 있다면, 그리고 책을 여럿 읽고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의 삶도 즐거워질 것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것들

 

 

인터넷 서점의 리뷰 중에 이 책에 대해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라는 평이 있는 걸 보았다. 그 독자는 자신이 원한 글쓰기 책이 아니어서 실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소설 잘 쓰는 법', '논문 잘 쓰는 법' 같이 전문적인 장르나 형식에 대해 알아야 하는 책이거나, 언어 사용법이나 문장 다듬는 비법과 같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심지어 어떤 언어를 다루는 책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 고유한 우리말에 대한 목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글쓰기에 필요한 더 근원적인 부분을 다룬다. 저자는 경험으로 '뭔가 부족하거나 지리멸렬'한 글들은  그것이 학술보고서, 소설, 시, 강연원고 어느 것이든 글쓴이의 어휘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말할 내용을 찾아내어 다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글을 쓸 내용을 찾아내어 다루고, 독자를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목차보다도 앞의 '책을 시작하며' 부분에 책의 핵심이 정리되어 있다. 일종의 요약이자 초록 부분인데, 저자은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이중 앞부분 두 가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다음에 책의 네가지 기술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첫째, 글을 쓰려면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둘째,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넷째, 글을 쓰려면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의 마음속에 집어 넣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책은 총 5부인데 1부 '시작하기'에서 글쓰기 일반과 기초적 훈련을 알려주고 있다. 2부 '작가의 역량'에서 창조력, 관찰력, 상상력, 잠재의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3부 '독자 생각하기'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재료 개발, 독자를 상대하는 마음자세, 글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후 4부 '의무적 글쓰기'에서는 회사 보고서, 학술 논문, 기사 등 반드시 써야하는 글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고 있다. 5부 '궤도유지'는 전문이든 아마추어이든 작가로서 자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주요한 내용은 1~3부 사이의 300페이지에 있으며, 4부 이후의 80여 페이지는 읽지 않아도 무방해 보인다.



 

 

    책의 주요한 부분들

  

책에서 몇몇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첫번째 부분인 '작가의 역량'에 대해 살펴보자. 어떤 것을 글로 쓸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 창조력

"창조력이란 ···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료를 모아 조합함으로써 뭔가를 만드는 능력이다."

 

■ 관찰력

"여러분은 관찰력과 기억력을 한데 모아 세부적 감각이라는 외부 모으기 훈련을 내부 모으기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

 

■ 상상력

"상상력은 감각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주는 정신적인 기능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독자를 위해 그림을 그리라!"

 

■ 잠재의식

"창조적 기능의 온-오프 리듬을 활용하고 이 리듬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여러분이 글쓰기와 안 쓰기 사이를 오가며 왕복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두번째, '독자 생각하기'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재료의 개발, 독자를 대하는 법, 이야기에 대해서, 글의 목소리 톤 등 약간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다.

 

■ 재료 개발

"주제를 하나 골라 내부 모으기나 외부 모으기로, 또는 두 가지 방법을 병용해서 자료를 모을 때는 글쓰기 과정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자신이 모은 '재료'에서 잠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래야만 잠재의식이 그 재료에 대해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자와의 관계

"자신이 할 말을 소통시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독자를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작가가 되는,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는 비결이며 글쓰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지닌 힘의 원천은 일차적으로 재료에서 나온다."

 

■ 이야기 들려주기

"인간의 두뇌는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 말에 관한 몇가지 생각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은 실제로 글쓰기에서 음과 양의 양면성을 지닌다. 글쓰기란 내용과 말 사이에서 추는 춤과 같다."

"진정한 글쓰기의 기교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울때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글쓰기도 '일반적인 인간의 창조력의 순서'을 따라가며 그에 따라 연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 창조력의 순서'라는 말은 책에 나오지 않으며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인간은 여러 복잡한 일들을 동시에 해내는데 그런 일들을 동시에 배우지는 않는다. 그 일들을 여러 단계로 분해하여 각각의 세부 패턴을 연습하고 이후 통일화 과정을 거쳐서 나중에는 전체를 자연스럽게 해내게 된다. 책을 따라가며 연습하다보면 글쓰기를 위한 각 세부단계별 페턴연습과 이후 통일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독자를 생각하는 부분은 재료의 개발이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재료를 들려주는 것이다. 여기서도 나누어 연습하기와 다시 통합하기가 반복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는 연습과 이를 말로 옮기는 연습을 따로 하고나서 나중에 이를 묶어 하나의 글쓰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이 글쓰기의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원하는 장르의 글쓰기 책을 읽고 연습하기 전에 글쓰기의 기본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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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교과서 - 초등학생을 위한
머레이 챈들러.헬렌 밀리건 지음, 송진우 옮김 / 바이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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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수준과 형태

 

"아, 참 이쁘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처음 보고 떠올린 생각이었다. 책 리뷰에서, 더구나 체스 책과 같이 머리를 써서 분석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한 책에 '이쁘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는 이 책의 번역자라든가 책 내부의 색감의 조화라든가 책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국내에서 우리말로 된 체스 책은 별로 없다. 어릴 때 장기를 두다가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바둑에 한때 열심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계속 배울 수도 없어서 (다른 공부해야죠.) 바둑은 적당한 수준에서 머물렀었다. 이는 내 체스 실력도 마찬가지이다. 체스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실행하느라 바쁘다. 전문적 직업으로 체스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야 그런 시간의 축적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바둑이나 장기가 아닌 국내에 별로 자료도 없는 체스라면 어떻겠는가. 바둑책이 서점 서가에 가득하고, 어쩌다 열어본 장기 책에서 포진법에 대한 이해를 쉽게 얻음에 비해 체스 책은 적당한 수준의 책을 찾기 어렵다. 아니 국내 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대부분 해외에서 책을 사와서 읽는다. 아마존에서 사오거나 교보를 통하거나 해외에 갔을때 망해버린 보더스에서 사온 책들이 이제 20권이 넘는다. 하지만 이해의 속도를 높혀주기는 힘들다.

 

 

 

맨 처음에 책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제대로 된 체스책이 번역되어 나왔구나"라는 느낌을 말한다. 비록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표지는 노랑과 노랑의 친척인 갈색, 그리고 그 반대색인 블루계 하늘색으로 깔고 기물들이 미니어쳐 처럼 반짝인다. 어린이용 여타 분야의 수준 높은 책처럼 보여서 반가웠다. 속의 내용도 완전한 올칼라는 아니지만 노란색 베이스로 오렌지, 블랙의 조화가 괜찮았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성인대상 책을 내긴 했지만 너무 쉬운 수준의 책이라 국내 독자층에겐 불만일 것이다. 그정도는 인터넷으로 다 학습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범용의 초급책이 아닌 HRYC라든가, Art of Attack 같은 책을 무슨 배짱으로 국내출간할 수 있겠는가)

 

 

 

책의 내용과 구성

 

책 내용 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책을 읽고 고르는 것이 이렇게 책 외부에서 시작하여 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상당한 분량이 체스의 기본과 두는 법에 할애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용 체스 책에서는 거쳐야 할 수순일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의 어려운 내용중에서 무엇을 얼마나 넣느냐이다.

 

저자인 두명의 영국 체스 마스터는 기본적 두는 법 (기물 잡는 법 포함) 뒤에 어려운 체스 규칙은 뒤로 미루고 체크 연습 같은 것을 혼합하고 있다. 폰 승진, 앙파상에 대한 설명 후에는 다시 체크메이트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연습이 이어지고 있다. '규칙 -> 연습'의 단순한 순서가 아니라 학습자의 이해도를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에 가까워서 5장에서는 체스 전체를 다시 다루고 있다. 먼저 전술에 대해 포크부터 시작하여 핀, 스큐어 등을 설명하고, 이어서는 오프닝에 대해서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전략 수립하는 법과 엔딩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명심할 것은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초급책이어서 많고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지는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 읽어보니 각각의 분량이 초등학생을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설명되고 있다고 보여졌다.

 

 

 

계획과 전략 수립하는 법과 엔딩전략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 분량이야 이 책에서 다 다룰 수야 없지만 독자에게 그러한 개념을 인식시켜주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들에게 설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 6장에서는 체스 게임 하나를 각 수 하나마다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일반인을 위한 비슷한 부류의 책과 동일한 방식이다. 게임은 매우 짧은 것으로 초반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오는지 킹이 멀리까지 나와 죽는, 어쩌면 전형적인 초등학생의 게임을 골라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번역자

 

책을 보기위해 많은 경우 리뷰를 살펴보거나 저자의 이력을 살핀다. 또한 번역자를 알아본다. 서양 고전(일리아드 같은)에서는 특정 번역자의 책을 위주로 본다. 그분의 번역을 신뢰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부류에서도 책을 읽다보면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번역자가 생긴다. 번역된 책은 번역자가 일종의 2차 창작을 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송진우 마스터 (Master)는 영국에서 살면서 지역대회에서 나갈 정도였다. 영어가 된다는 말이다. 또한 체스 마스터로 공식적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국제 심판 자격도 있으니 체스와 관련된 신뢰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출판사의 사정이 허락된다면 영어실력과 체스실력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책들도 번역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초급책은 번역이 쉬울지 몰라도 고급책, 가령 Tal이 자신의 게임과 인생에 대해 말한 책 같은 경우는 영어와 체스 두가지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모두 요구된다.

 

 

 

 

 

개인적 이용방법

 

몇년전 유치원생인 아들에게 체스를 가르치다가 서로 숨넘어갈 뻔 했다. 이해할리 없는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면서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체스학원에 보낼 곳도 없고, 워낙 영어와 수학, 수영 등 아시다시피 초등학생의 부족한 시간에서 또 시간을 내긴 힘들다.

 

이제는 자신이 읽을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으니 이 책을 보고 체스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길 바란다. 체스마스터로 깨작깨작 놀기는 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는 경우가 많다. 학습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학습의 기초 완성은 안되겠지만 읽으면서 자신이 잘못 알았던 부분을 스스로 고쳐나가면 이후 체스마스터로 둘 때도 재미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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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박물관의 지하 - 한 감정가의 일기에서 루브르 만화 컬렉션 2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지음, 김세리 옮김 / 열화당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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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란 어떤 곳일까요?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든 만화 시리즈의 첫번째 만화가 오래전 사라진 박물관을 찾는 것인데, 이번 만화는 지하로 피라미드 형태로 이어진 아주 커다란 박물관을 탐험하는 감정가의 이야기이다. 박물관의 공간적 크기를 강조한 것인데, 루브르 박물관이라면 이 정도 과장은 봐줄수 있으리라.

이야기 위주의 전개가 아니라 특이한 장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긴장감은 떨어지나 각 장소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감정가가 자신의 조수와 함께 박물관으로 처음으로 가고 있다.
그림체가 흑백을 바탕으로 그림만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만화 특유의 환상을 즐기면 좋다.


아래에 몇개의 눈에 띈 에피소드를 가져와 본다.



아주 예전 과거의 유적을 복구하는 방이다. 커다란 눈 하나를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눈은 어느 고대 외눈박이 괴물의 눈으로서 아직 복구해야하는 량이 많이 남았다. 다른 많은 유물 조각을 보관하는 방에는 방마다 손 하나, 어깨 등의 파편들이 가득차 있다. 이제 겨우 눈을 복구했으니 다른 신체 전체를 언제 다 복구하겠나. 과장이긴 한데, 박물관에 대한 과장인지 유물에 대한 과장인지 상상력인지 모르겠다.






그림 속에 다시 그림이 있다. 현실 혹은 꿈의 세계?





이 책의 어찌보면 유일한 이야기는 거대한 박물관 만큼 거대한 감정가들에 대한 것이다. 감정가에게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그는 어느 길 가에서 늙은 감정가를 만난다. 늙은 감정가는 자신의 기록을 전달해 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받았던 예전의 선배 감정가의 기록도 같이 전해준다. 그리고 그가 들었던 이야기도 전해준다. 늙은 감정가는 예전에 더 선배인 감정가가 죽어갈때 그를 만나 기록을 전해 받으면서 다시 더 선배 감정가가 해골이 되어 누워있던 이야기를 해준다. 늙은 감정가 선배에 죽어가던 선배에 선배 해골 감정가의 계보.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처음부터 박물관을 다 감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우리는 노력할 뿐이다.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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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101
옥토퍼스 퍼블리싱 그룹 엮음, 김수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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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부터 제목만큼 환상에 빠지게 할 것 같은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101곳이라니, 비슷한 책들을 얼핏 보았었으나 책을 열어 본 적은 없었다.

이미 로맨틱한 사랑을 할 나이는 지났다고 봐야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어떤가 멋진 여행지를 살펴본다는 것은 새로운 만족을 주지 않을까? 책의 뒷표지의 추천글에 '내 이럴 줄 알았다. 언젠가 이런 책, 나올 줄 알았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주아주 환상적인 여행책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왜냐하면 꽤 두꺼운 책이지만 101 곳을 다 잘 소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환상적인 여행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참고서 (레퍼런스 북, Reference book)에 가깝다. 즉 무언가 궁금할 때 검색을 해보거나, 외국에 여행갈때 그곳의 자세한 정보가 든 책을 사서 보듯이, 이 책은 101가지 장소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사진과 함께 해주고 있다.

 

나는 그 수많은 장소 중에서 몇개만 골라 여기에 옮겨 본다.

우선 최근 다른 책에서 보았던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그라나다(알람브라)도 소개되어 있었다. 정말로 저 두군데는 가봐야 하겠다. 참, 영국의 옥스포드의 해리포터 식당으로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도 가보고 싶다.

 


 

산토리니

 

이곳의 이름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오늘도 블로그 여행을 하다가 터키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글을 읽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산토리니였다. 아, 이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가야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니....

지중해 해안과 아름다운 마을. 그저 조그만 섬일텐데 가기도 힘들던데 누구에게나 그 마음을 주고 마음을 훔쳐가는 것 같다.

 

예전 다른 블로그에서 산토리니로 배를 타고 갔다오는 여정을 자세히 읽어서 머리 속에는 빠삭하다. 산토리니....

 

 

 

 

가르다 호

 

이 책은 꼼꼼히 읽을 수 없다. 수많은 장소와 그곳의 소개가 있는데, 그 소개가 너무 자세하거나 세부적인 것들이어서 좋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잘 읽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진 2개 정도에 글만 가득이라 실제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글이 설명하는 바를 마음 속에 이미지로 살릴 수 없다. 그런 경우 이 책은 그저 복잡한, 진짜 공부하는 참고서가 된다. 비극이다.

 

따라서 이 책은 대충 읽어야 한다. 쓱-쓱- 흩어가다 흥미로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읽어가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확 다가온 곳은 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수였다.유럽의 멋진 지중해 휴양지와 달리 호수이면서도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괴테, 카프카 등 많은 작가와 예술가가 머룰렀다는 이야기에 왠지 나도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세계 최대 폭포가 있는 것은 알았었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감상이 달랐다. 정말로 멋졌다. 나이아가라의 2배 이상이라니. 이 책을 보면서 난 휴양지만을 골라 글을 쓸려고 했었다. 대도시, 시골마을, 이국정취, 자연/야생이 주제인 곳은 정말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구아수 폭포는 나의 의지를 꺽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말피타나 해안

 

아무래도 나는 지중해 해안에 대해 알게 모르게 조그만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예전부터 읽었던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지중해 별장에 대한 나의 감각을 자극했었다. 그런 별장은 고대에서부터 지금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프랑스 해안 외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이탈리아 해안이다.

 

아말파타나 해안은 험한 산등성이가 바다에 빠져들 듯한 모습의 210m 높이의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해변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도로를 지나면 절벽 위에 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의 마을이 있다. 미국의 여행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일생 동안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뽑았다니.... 내 언젠가 꼭 마지못해 가봐 주리라. 너무 열심히 부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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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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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시인의 시집은 많은 사람들에게 조그만 흥분을 주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볼 기회를 만났으니까.

  

첫번째 느낌

 

새 시집 '래여애반다라'는 그간의 시집과 조금은 달랐다. 내가 기억하는 이성복시인의 시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초기 시의 슬픔이랄까 아픔이랄까 어릴적 자신과 만나는 계기였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 이어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까지 시를 보다보면 아찔해지고 자그마해지는 자신을 보게되었다.

이후 최근의 시집은 조금 리듬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차피 매 시집마다 리듬이 같지는 않았지만 최근(10년전?) 시집들은 느리고 쉬워서 이해하기 어려웠었다.

 

'래여애반다라'는 그 사이에 있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굳이 무식한 내가 표현하자면 '교과서' 같다고나 할까. 마치 시 교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하지 않으면서 너무 쉽지 않으면서 느리고 빠른 다양한 리듬의 시를 읽다보니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3부에 '시창작연습'이라는 시가 3개가 있는데 이것 외에도 누드, 조각, 그림에 관한 시 등에서 마치 로댕의 조각실에 앉은 릴케의 느낌을 받았다. 물론 세부적 리듬은 전혀 다르지만 시를 대하는 목적 자체가 그렇게 느껴졌다.

특히 4부의 '빛에게'부터 5부 '느티나무식당'까지는 겸손한 마음으로 읽었다.


두번째 느낌

 

'봄밤'의 2부터는 사실 나에게 불편했다.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특히 이 시집에서는 성에 관한 에로스적인 시가 많았다. 에로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것은 읽다보니 이것이 젊은이들의 성적 환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죽어감, 늙어감에 따른 인생의 표상으로서 무기력함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 시집에서 받은 두 번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공명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죽어감을 그렇게 느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해 아래와 비슷하게 말하고 싶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쭈그러지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죽음을 마주 대하고 싶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끔찍하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그냥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죽음이나 문학의 죽음이나 얻을 수 없는 불가능에 대해서 논하거나, 그냥 죽는 것을 담담히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죽음으로 얻지 못하는 욕망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얼굴을 확인하는 것을 끔찍하거나 비참하게 느끼고 싶지 않다. 그냥 누워있는 나를 천천히 보는 것이 낫다.


그러면 이 시집의 제목인 '래여애반다라'는 무엇인가.


그 세세한 설명을 알고 싶지 않고 그저 시에서 느껴본다면, '오다, 서럽더라'부터 '래여애반다라'까지의 시에서 시인은 다른 시에서 바닥에 깔던 죽음에 대한 사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이 시들이 시집의 주체이리라.

 

일련의 다른 시와는 아주 조금 다르게 위 시에서는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이 태어난 근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바람의 어떤 딸들이 밤의 숯불 위에서 춤추는 인생을 우리는 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바람이 온 길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람의 딸들처럼 춤추며 세상을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죽음과 인생에 대해 시인이 정확히 어떤 해석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명확한 것은 나는 그 해석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불가능의 얼굴을 보여준 시집을 만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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