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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교과서 - 초등학생을 위한
머레이 챈들러.헬렌 밀리건 지음, 송진우 옮김 / 바이킹 / 2013년 4월
평점 :
책의 수준과 형태
"아, 참 이쁘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처음 보고 떠올린 생각이었다. 책 리뷰에서, 더구나 체스 책과 같이 머리를 써서 분석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한 책에 '이쁘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는 이 책의 번역자라든가 책 내부의 색감의 조화라든가 책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국내에서 우리말로 된 체스 책은 별로 없다. 어릴 때 장기를 두다가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바둑에 한때 열심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계속 배울 수도 없어서 (다른 공부해야죠.) 바둑은 적당한 수준에서 머물렀었다. 이는 내 체스 실력도 마찬가지이다. 체스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실행하느라 바쁘다. 전문적 직업으로 체스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면야 그런 시간의 축적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바둑이나 장기가 아닌 국내에 별로 자료도 없는 체스라면 어떻겠는가. 바둑책이 서점 서가에 가득하고, 어쩌다 열어본 장기 책에서 포진법에 대한 이해를 쉽게 얻음에 비해 체스 책은 적당한 수준의 책을 찾기 어렵다. 아니 국내 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대부분 해외에서 책을 사와서 읽는다. 아마존에서 사오거나 교보를 통하거나 해외에 갔을때 망해버린 보더스에서 사온 책들이 이제 20권이 넘는다. 하지만 이해의 속도를 높혀주기는 힘들다.
맨 처음에 책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제대로 된 체스책이 번역되어 나왔구나"라는 느낌을 말한다. 비록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표지는 노랑과 노랑의 친척인 갈색, 그리고 그 반대색인 블루계 하늘색으로 깔고 기물들이 미니어쳐 처럼 반짝인다. 어린이용 여타 분야의 수준 높은 책처럼 보여서 반가웠다. 속의 내용도 완전한 올칼라는 아니지만 노란색 베이스로 오렌지, 블랙의 조화가 괜찮았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성인대상 책을 내긴 했지만 너무 쉬운 수준의 책이라 국내 독자층에겐 불만일 것이다. 그정도는 인터넷으로 다 학습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범용의 초급책이 아닌 HRYC라든가, Art of Attack 같은 책을 무슨 배짱으로 국내출간할 수 있겠는가)
책의 내용과 구성
책 내용 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책을 읽고 고르는 것이 이렇게 책 외부에서 시작하여 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상당한 분량이 체스의 기본과 두는 법에 할애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용 체스 책에서는 거쳐야 할 수순일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의 어려운 내용중에서 무엇을 얼마나 넣느냐이다.
저자인 두명의 영국 체스 마스터는 기본적 두는 법 (기물 잡는 법 포함) 뒤에 어려운 체스 규칙은 뒤로 미루고 체크 연습 같은 것을 혼합하고 있다. 폰 승진, 앙파상에 대한 설명 후에는 다시 체크메이트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연습이 이어지고 있다. '규칙 -> 연습'의 단순한 순서가 아니라 학습자의 이해도를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에 가까워서 5장에서는 체스 전체를 다시 다루고 있다. 먼저 전술에 대해 포크부터 시작하여 핀, 스큐어 등을 설명하고, 이어서는 오프닝에 대해서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전략 수립하는 법과 엔딩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명심할 것은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초급책이어서 많고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지는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 읽어보니 각각의 분량이 초등학생을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설명되고 있다고 보여졌다.
계획과 전략 수립하는 법과 엔딩전략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 분량이야 이 책에서 다 다룰 수야 없지만 독자에게 그러한 개념을 인식시켜주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들에게 설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 6장에서는 체스 게임 하나를 각 수 하나마다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일반인을 위한 비슷한 부류의 책과 동일한 방식이다. 게임은 매우 짧은 것으로 초반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오는지 킹이 멀리까지 나와 죽는, 어쩌면 전형적인 초등학생의 게임을 골라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번역자
책을 보기위해 많은 경우 리뷰를 살펴보거나 저자의 이력을 살핀다. 또한 번역자를 알아본다. 서양 고전(일리아드 같은)에서는 특정 번역자의 책을 위주로 본다. 그분의 번역을 신뢰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부류에서도 책을 읽다보면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번역자가 생긴다. 번역된 책은 번역자가 일종의 2차 창작을 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송진우 마스터 (Master)는 영국에서 살면서 지역대회에서 나갈 정도였다. 영어가 된다는 말이다. 또한 체스 마스터로 공식적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국제 심판 자격도 있으니 체스와 관련된 신뢰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출판사의 사정이 허락된다면 영어실력과 체스실력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책들도 번역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초급책은 번역이 쉬울지 몰라도 고급책, 가령 Tal이 자신의 게임과 인생에 대해 말한 책 같은 경우는 영어와 체스 두가지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모두 요구된다.
개인적 이용방법
몇년전 유치원생인 아들에게 체스를 가르치다가 서로 숨넘어갈 뻔 했다. 이해할리 없는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면서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체스학원에 보낼 곳도 없고, 워낙 영어와 수학, 수영 등 아시다시피 초등학생의 부족한 시간에서 또 시간을 내긴 힘들다.
이제는 자신이 읽을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으니 이 책을 보고 체스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길 바란다. 체스마스터로 깨작깨작 놀기는 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는 경우가 많다. 학습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학습의 기초 완성은 안되겠지만 읽으면서 자신이 잘못 알았던 부분을 스스로 고쳐나가면 이후 체스마스터로 둘 때도 재미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