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도시 왕들의 도시 - 메소포타미아의 고대도시
이주형 지음 / 보성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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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자와 출판사에서 이런 종류의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기뻣다.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이러한 양서가 많은데 내가 몰랐을 뿐인지 모른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도시들을 따라가며 고고학적, 건축학적 설명을 해주는 "신들의 도시 왕들의 도시"는 두 명의 국내 저자가 썻다. 건축에 관한 전문가들인데 이렇게 논문스러우면서 쉽고 깊이 있는 책을 쓸 시간을 내고 노력을 하셨는지 놀라웠다.


어쩌면 이는 특이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바탕에 깔고, 관련된 교양적 공부를 하여 글을 쓰는 것은 매우 품격있는 일이리라. 그동안 국내에서는 완전한 전문분야 아니면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책들이 넘쳤다. 경우에는 사실상 표절인 책을 자기가 쓴 것인 마냥 내는 사람도 있다. 뭐 그런 자는 논문도 표절을 당당하게 하고 버티니 별스럽지도 않다.


많은 사진들이 나오는데 마치 고고학 서적 같았다. 염려스러웠던 것은 이러한 사진들을 저자가 스스로 만들었는지 다른 책에서 가져왔는지였다. 출처 표기와 허락을 받지 않고 올리는 사진은 저작권에서 문제가 된다. 많은 사진들에 출처가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박물관의 유물과 몇몇 유물, 도시 사진에는 그러한 표기가 없었다. 저자가 스스로 가서 찍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나 그렇지 않고 그냥 옮겨왔다면 이렇게 좋은 책의 오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진에 출처가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진들도 허가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책 리뷰를 쓰면서 책 이외의 면을 건드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읽으며 내용에 관해 들었던 생각 외에 책 자체에 대한 생각이 같이 떠올라서 그런 듯 싶다. 그런 면에서 또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목차이다.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서론이 먼저 나오고 나서, 이곳의 중요성인 교역루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대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번영하였고 또한 다른 문명과의 교역으로 번영하였다. 교역루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셈족과 그 도시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교역루트에 대한 이야기 앞과 뒤로 내용을 넣고 있다. 1장이 앞에서 말한 이 지역에 대한 서론이라면 3장이 교역루트에 대한 것이다. 그 앞의 2장은 먼저 살았던 수메르족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뒤로는 4장에서 셈족이 이곳으로 이동하여 와서 세운 도시들을 살펴보고 있다. 가령 니느웨라고 말해지는 니네베을 포함하는 아시리아의 도시들과 바빌론의 도시를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이들을 정복하고 역사에 등장하며 나중에 알렉산더에게 정복당하는 페르시아 제국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수메르가 마치 고대의 전설과 같이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하면, 페르시아 시기는 역사기록이 명확하여 현대기록물과 같은 느낌을 준다. 키루스왕과 그들의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가 떠올라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시들이 나열되며 설명되고 있기에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추천할만한 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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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2017-06-0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본 책의 저자 입니다. 기록한 것들을 놔두기 아까워 출간 한건데 좋은 평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년에 세번째 기록물인 인더스 문명편 ‘천상의 도시 천하의 도시‘를 출간하였습니다. 급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많이 부족하지만 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된 바가 없는 자료이기에 원하신다면 보내드릴까 합니다. 주소를 알려 주세요. 제 메일은 drcity@hanmail.net 입니다.
PS. 출처가 없는 사진들은 모두 제가 찍은 사진들 입니다.
 
개혁 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 - 삼국지로드를 따라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걷다
윤태옥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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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즐거움을 주는 책을 만나게 된다. 좋아하는 주제여서 재미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롭고 신선하고 놀라움을 주는 책이라는 의미이다. "개혁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은 특이한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제목에서 부터 우리가 아는 선입견을 반대로 비틀고 있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던지지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저자는 기존의 삼국지연의에서 관우와 함께 존경받는 제갈량을 낮게 보고, 정사에서 주인공인 조조를 제대로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있었던 "조조 강의"라는 중국인 저자의 책과 유사한 관점이다. 이런 관점은 누구나 역사를 살펴보는 사람이라면 느끼게 된다. 국가가 형성되는 것은 이른바 잔머리 만으로는 안되며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해내는 것은 아주 어렵고 굳은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면들을 조조는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된다.

 

물론 삼국지연의와 같은 선동 목적을 가진 소설류의 보는 사람은 모른다. 많이 알다시피 연의는 후대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사를 뒤틀고 조작하고 선동한 책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와 역사를 조작하는 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다.

 

 

 

 

 

 

위의 '곤설'이란 글자는 조조의 글씨체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라 한다. 중국의 국보급 보물이라는데, 조조는 당시에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과 함께 경제, 문학에서도 기여하고 있다. 위 사진은 아마도 저자가 직접 찍은 듯 보였다. 크게 조조에 대해 살펴보는 1부와 제갈량에 대해 따라가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서두에서 즐거움을 주는 특이한 책이라 했는데, 바로 역사책과 기행문을 혼합한 형식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들을 따라가며 당시 일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중국을 여행하며 당시 지역을 직접 가서 살펴보고 있다. 역사책과 여행문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을 극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책이었다.

 

 

 

 

 

 

각 부마다 맨 앞에는 2개의 석상 사진을 연결하여 보여주고 있다. 왼쪽에는 조조의 조작물인데, 관우가 의형인 유비를 따라 떠날때 부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무런 제지도 없이 보내주는 모습이다. 관우도 유비의 부인이 탄 마차를 뒤에 두고 인사하고 있으며, 조조는 부하들을 뒤에 두고 인사하고 있다. 그 사진에서 조조의 모습만 가져왔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위에서 보여주는 제갈량의 출진하는 모습의 조작상을 넣었다. 이렇게 다른 두 개의 사진을 한데 모아서 비교하려는 조조와 제갈량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길게 편집된 사진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바로 이 책 전체의 구성 의도와 내용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임관한 시기에는 그다지 전설적이지 않았다. 삼고초려로 마치 그가 오면 다 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실제 적벽에서 그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이후에도 유비가 죽기 전까지 제한된 역량과 권한을 보여준다. 이것이 삼국지연의와 다른 정사의 의견이며 앞에서 말한 다른 책의 중국인 저자의 의견이기도 하다.

 

 

또한 북벌을 단행할때도 많은 경우에 그리 성과가 있지 않았다. 이는 촉나라의 경제적 인구적 한계에 따른 것이다. 또한 인재들도 부족하여 제갈량이 과로사할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것이 명확한 역사의 진실이며, 조작하고 선동하는 소설책과 다른 내용이다. 물론 제갈량이 못한 사람이었다는 말은 아니나 개인이 국가의 운명 자체를 바꿀만큼 녹록하지 않은 것이 역사의 현실이자 진실이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부제로서 "삼국지로드를 따라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걷다"라고 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역사와 소설의 여행지를 저자와 같이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이 보냈다. 행복한 책읽기란 이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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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성례 옮김 / 부엔리브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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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재미있는 로마 역사책은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은 책이다. 나는 10권까지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었다. 사실 6권까지 재미있고 그 후는 재미없다. 이 책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런 시리즈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한 느낌이었다. 특히 서론 챕터와 함께 내가 언급한 6권까지의 내용의 요약과 마무리 의견 챕터까지 모두 3개 부분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왜 아우구스투스 이후의 이야기가 재미없을까 잘 몰랐었다. 이번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로마의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역경과 이의 극복은 매우 매력있는 주제이다. 스키피오와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수는 정말로 읽을 수록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매력적 스토리를 배경으로 시오노 사사미의 연작들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몇권 읽다보면 나중에는 의무감으로 읽게 될 정도로 무언가 크게 얻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집어들 수 있었다. 전체 구성은 기존에 읽었던 시리즈의 내용에 앞뒤로 서론과 결론이 있어서 읽기에 좋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시오노 나나미를 처음으로 읽는 독자에게는 좀 붕 뜨는 느낌 혹은 뭔가 격리된 느낌이 있을지 모르겠다. 즉 "로마인 이야기" 연작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 독자에게는 크게 새로울 내용이 없다. 새로운 재미는 별로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야기가 풍성한 원작을 요약한 것이라 밋밋한 면이 많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을 다시 되집어 보았기에 만족한다. 그만큼 저자의 원작 시리즈의 6권까지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러면 왜 아우구스투스 이후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까. 10권에서 도로와 인프라에 대한 내용을 읽은 후에는 아예 그만 읽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7~9권은 재미 없었다. 9권 '현제의 세기'가 조금 나았을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역사관을 이해 못하겠다. 아니 동감 못하겠다. 연작 시리즈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의견이 표출된 책을 읽으니 아주 명확하게 그녀의 주장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별로 특이하거나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근본적으로 로마를 찬양하는 생각과 제정으로 이관된 이후의 역사를 평가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 로마 역사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골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근본적으로 로마는 좋은 면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훌륭한 역사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물론 이는 내가 좀 극단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문장 사이사이에서 아주 존경을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로마인들은 그렇게 훌륭한가?



사람 사는 것은 다 같다. 언제나 훌륭한 제도와 사람은 악한 제도와 사람과 충돌하며 반복된다. 그동안 얼마나 좋은 의지를 끝까지 유지하느냐가 좋은 결말로 이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역사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었다. 시오노 사사미의 의견처럼 로마인들이 가진 근본적 장점 때문에 계속 좋은 길로만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고 나쁘고의 구분이 힘든 상황에서 언제나 사람들은 좋은 것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런 시도가 실패로 끝나기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마치 로마 건국 초기의 정신이 조금씩 바뀌며 계속 좋은 길로 갔다는 저자의 의견은 그냥 찬양과 경배 수준이다.



이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전환에 대한 의견차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저자는 서구의 다른 역사학자들이 제정 이후에 로마가 쇠퇴의 길로 갔다는 의견과 달리 제정으로 전환이 시대의 흐름에 필수적인 것이라 주장한다. 어쩌면 카이사르 앞 시기를 '승자의 혼미'라고 정의한 부분부터 의문이 든다. 제정으로 전환은 방대해진 국가의 헛점을 파고들어 카이사르가 새로운 체제를 도입한 것이지 그것이 정답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어떤 체제 전환적 사고를 바탕으로 제정으로 바꾸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도하다.

 

 

사람은 살기위해 노력하다가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된다. 카이사르는 그의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뿐이다. 아우구스투스도 황제가 되기 위해 오랜시간 교묘하게 공화정을 연출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이 생각한 체제는 우리가 굳이 공화정과 제정으로 구분할만큼 명확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제정으로의 전환'이라는 사고개념 자체가 현대의 판단방식일 것이라 확신한다. 더구나 개혁을 위한 의도적인 체재전환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로마인은 좋은 길로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을 뿐이다.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제정으로 바뀐 후에 과도하게 커진 제국을 과도한 권력이 지배함으로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아닐까.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나쁜 결과로 빠진 것이다. 아무리 인프라를 갖추었다 해도 현대와 같은 통신체계나 이동속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공화정이라고 별반 다른 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제정도 통치의 어려움 등으로 동서로 나누게 되는 것이 아닐까. 너무 커진 나라를 당시 체계만으로 다스리긴 힘들고, 이는 현대도 시대 흐름이 조금만 바뀌어도 소련이 러시아와 수많은 나라로 분할되는 예에서 보듯이 쉽게 발생한다. 중국도 조금만 흔들리면 외곽부는 다 떨어져 나가고 내부 한족끼리도 분열할 수 있다.



정리하면 저자의 주장인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전환이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놀라운 작품이다라는 관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꼭 제정이 아니더라도 아우구스투스나 5현제와 같이 훌륭한 지도자가 황제이든 공화정의 집정관으로든 나타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만큼 로마의 영토와 재정과 군비가 커졌다. 공화정이 끝나고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후, 최대한 5현제가 사라진 후에 "로마의 타락이 시작되었다"라는 서양 역사가들의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그렇기에 쇠락기 역사에 대해서 로마인의 훌륭한 기질을 근본 가정으로 깔고 분석하여 서술하는 글을 통하여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쇠망사에서 교훈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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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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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걱정스러웠다. 처음 몇몇 시편들은 참으로 어두웠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전형적 모습같았다. 어디 이런 모습을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라 여러 시인에게서 이미 보아왔던 슬픔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읽으면서 왠지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 시인들은 시를 쓰면서 자신을 치유하곤 하는데 그런 치유의 능력이 독자를 마찬가지로 치유하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겠지.



소설가로 잘 알려진 시인 한강의 첫번때 시집이 드디어 나왔다. 인터넷 서점에 뜬 것을 보고는 바로 충동구매 해버렸다. 예전 어느 문예지에서 한강 시인의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보다 오히려 시로 먼저 등단한 작가는 그간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담아왔다. 그가 내놓는 리듬을 느껴보고 싶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전체 시 중에서 '피 흐르는 눈 4'와 '회복기의 노래'가 가장 좋았다.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 / 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 / 모든 것이 / 등을 돌리고 있다'와 같은 단정적 상상력의 구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 시는 뒤로 갈수록 다른 시에서와 같이 짧은 행과 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맨 처음 두 개 연은 이렇게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산문으로 풀어 쓴 몇몇 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가 아주 느린 속도로 전개된다. 또한 '회복기의 노래'는 3개 연이 3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오래된 서정시 형식이다. 나는 이런 리듬이 좋다.



그러고 보면 시집 전체는 아주 오래된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부터 서랍과 저녁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그리고 거울, 겨울, 빛, 어둠 등과 같은 친숙한 단어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주 힘을 뺀 오래된 이미지가 얼마나 독자를 어루만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소설가 한강은 이 시의 이미지를 통해 소설에서 다 채우지 못한 마음을 두 손으로 만지고 있음을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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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시간 - 내 인생의 숨은 기적을 찾는 즐거운 프로젝트
신인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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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가 아주 인상 깊다. 자신의 초고를 검토해준 지인들의 이야기로부터 독자들에게 주말, 토요일 4시간만 시간을 내어 자신의 책을 읽어 달라고,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방법으로 전체 내용이 함유하고 있는 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이어서 1950년생 증권맨 두 명의 인생을 비교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전설의 영국인과 평범하게 성공한 한국인을 바라보며 인생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요소를 끄집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나 특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이런 활동에 몰입하기 위해 연속된 4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무엇이든 3년정도 계속 하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저자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연속된 4시간이란 개념이 가장 좋은 듯 싶다. 평일 자잘한 시간으로는 집중도를 확보하기 힘들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본업의 부실성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주말의 취미를 위해 주중에는 업무에 더 집중하라고 한다. 주중과 주말 사이에 컨버팅이 잘 되어야 잘 되어야한다는 말은 새겨들을 가치가 있었다. 어느 하나를 하기 위해 다른 중요한 일에 손해를 보고 잘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를 잘 하고 다른 일로 명확히 전환을 잘 한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의 다른 장점으로 각 장 뒤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여러 동호회, 협회 같은 정보도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꽤 많은 정보를 모았는데 저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과 함께 실제적 정보지 같은 내용도 있어 참신했다. 마치 외국 여행정보를 주는 책과 비슷했다.


고만고만한 자기계발서가 쏟아지는 오늘날에 이렇게 참신한 아이디서를 장착한 책을 만나는 것은 즐거움이다. 토요일 4시간이든 일요일이든 평일이든 저자의 기본적인 조언을 참조하여 자신만의 시간을 만든다면 참으로 신날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당분간 독서에 집중할 예정이라 쉽지 않다. 독서를 취미라 하긴 뭐하지만 여가시간을 일부러 내서 책을 읽는 것도 참으로 즐겁다. 저자의 판단과는 달리, 나는 있는 힘껏 하는 독서를 우선적 취미로 삼으려한다. 워커홀릭처럼 일하고, 가족과 시간 보내고, 시간 틈틈이 전심으로 하는 독서도 결코 부끄러운 취미는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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