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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지식 키워드 DNA
데이비드 E. 던컨 지음, 김소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과학저널리스트가 쓴 분자생물학, 특히 DNA 연구자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7명의 DNA 과학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과 저자가 알고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내용을 잘 정리한 책이다.
비전공자가 쓴 분자생물학 전공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고, 어려운 자연과학 내용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종교, 역사, 문화적인 내용과 연관하여 기술한 점이 좋았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대학에 가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자생물학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비전공자가 분자생물학과 DNA에 대해서 가벼운 잡지를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자생물학이라는 첨단 과학을 마냥 쉽고 가볍게만 기술한 것은 아니고 나름 DNA 기술에 대해서 지식과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책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유전학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DNA 과학자는 7명이다.
더글러스 멜튼, 신시아 케년, 프랜시스 콜린스, 크레이그 벤터, 제임스 왓슨, 시드니 브레너, 풀 버그.
내가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뿐이다.
저자는 각 연구자들에게 별명을 붙여주었다.
더글러스 멜튼에게는 프로메테우스, 이브 신시아 케년에게는 이브, 프랜시스 콜린스에게는 바울, 크레이그 벤터에게는 파우스트, 제임스 왓슨에게는 제우스, 시드니 브레너에게는 퍽, 폴 버그에게는 모세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별명에 사용된 이름들이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인 것처럼 이 책의 내용은 성경에 대한 내용을 상당히 담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고, 생명을 복제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이 마치 성경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글러스 멜튼 박사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것은 열네 살, 열여덟 살이 된 자신의 아이들이 제 1형 당뇨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원래 전공이었던 발생생물학 연구를 중단하고 아이들을 위한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 응용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아빠가 자식들을 위해서 연구분야를 바꾼다는 것은 직업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런 멜튼 박사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는데, 불은 우리에게 삶을 개선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반대로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재앙이 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데, 줄기세포와 같은 유전학 연구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불에 비유하여 설명한 점이 참 설득력이 있었다.
멜튼 박사는 불에 버금가는 유전학 선물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어 당뇨병을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
멜튼 박사의 연구가 꼭 성공하여 당뇨병 치료의 길이 열리기를 책을 읽으면서 기원했다.
신시아 케년 박사는 여성 과학자이다.
그녀는 생명체의 수명을 아이팟의 소리 조절 스위치처럼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거나 억제시키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생명 연장을 위한 DNA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꿈 중의 하나는 장수일 것인데, 신시아 케년 박사가 그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시아 케년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6배를 늘어나게 했다.
이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인간은 앞으로 400년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예쁜꼬마선충에게 적용한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상태로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정말 꿈 같은 연구 결과였고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정말 인류 역사상 가장 어마어마한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물론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에서 그러한 이중성을 언급하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게놈학을 열었다고 한다.
그의 뛰어난 조직력과 다른 사람을 감화시키는 능력, 자신이 구축한 유전학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맞서 싸우는 열정은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맹렬히 투쟁했던 기독교의 바울과 닮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자인 제임스 왓슨 박사는 과학자이면서 무신론자라고 한다.
그는 영혼도, 정신도, 위대한 창조자도, 천사도 없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제임스 왓슨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나이가 32세였다.
18세에 시카고대학을 졸업하였고 동물학자에서 유전학자로 변신하였다고 한다.
분명 천재성이 있는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걸맞게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과학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 시드니 브레너 박사, 폴 버그 박사의 삶과 연구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이 책의 재미난 특징 중의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긴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다.
들어가는 말이 무려 45페이지에 달하고, 나오는 말도 12페이지에 달한다.
과학저널리스인 저자답게 인터뷰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책의 시작을 열고 닫으려는 것으로 느껴졌다.
45페이지에 달하는 긴 머리말이 책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자들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룬 내용을 읽으면서는 이 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자의 중립적인 과학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유전공학 과학자가 책을 썼다면 과학의 우수성만을 이야기할 것이고, 종교인이 책을 썼다면 유전공학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비윤리성만을 이야기할 것인데 이 책은 매우 중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 일부 있기도 했지만,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DNA와 유전학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고, 유전공학 분야 최고의 과학자들의 삶과 연구에 있어서의 노력과 고뇌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고등학교때 내가 미생물학을 전공할 수 있는 학과에 진학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과학의 길을 간다면 읽어보도록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고, 다른 과학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과학저널리스트의 중립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책이 있다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해 준 책이다.
이 책은 원래 2005년에 쓰여져서 2006년에 번역이 된 책이다.
8년이 지난 지금의 유전학은 더욱 발전해 있을 것이고, 이 책에 언급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더욱 빛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책이 다시 쓰여진다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