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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의 비밀 학교 - 이 세상 최고의 용기는 용서다
권타오 지음, 오승민 그림 / 내인생의책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처용은 처용가와 처용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신라 역사속의 인물이다.
처용은 동해 용왕님의 일곱 아들 중 한명으로 전염병을 퍼뜨리는 나쁜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유혹해서 함께 있는 것을 보고서 '원래 내 아내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쩌겠느냐' 라는 내용의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추었고, 이를 본 역신이 처용의 대범함과 넓은 마음에 놀라서 처용 얼굴만 보아도 그 근처에 얼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처용의 태도에 대해서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이에 대한 해석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처용은 역신을 쫓아내는 마법같은 힘을 지닌 역사적 인물이다.
처용무에 사용되는 처용의 탈이 검붉은 피부를 하고 있어서 처용이 아라비아 사람이라는 설이 있다는 것을 다른 책에서 보기도 하였다.
이 책은 처용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창작 동화이다.
옛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적인 관점에서 교훈적이고 재미있는 동화로 재창작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저자의 창작력이 놀랍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역사와 동화의 재미를 함께 줄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참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등장 인물들을 소개해주고, 처용과 비형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를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구성이다.
책 앞 부분에 등장인물들을 요약해주면 소설을 읽을 때 참 편하다.
이 책의 처용 소개 부분을 읽으면 처용을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은 처용이 누구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형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았는데, 귀신들이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달아난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이 책에 나오는 도깨비는 총 9명이고, 그 중에서 달걀 깨비가 이 책의 화자이다.
달걀 깨비. 팽이 깨비. 몽당연필 깨비. 짚신 깨비. 항아리 깨비. 컴퓨터 깨비. 요강 깨비. 강시 깨비.
깨비 9명이 처용 샘의 비밀 학교에서 용기와 용서를 배운다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달걀 깨비가 화자로 쓴 기숙학교 체험 학습기라고 할 수 있다.
처용 샘은 교장 선생님이고, 비형 샘은 학교 관리 담당이다.
깨비 8명은 전국의 깨비 종족 대표 겁쟁이들이고, 강시는 중국에서 유학을 온 중국 깨비이다.
비밀학교에 입학한 9명의 깨비들이 과연 겁쟁이에서 용기 있는 깨비로 변신할 지가 기대가 되면서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미래는 살아있는 생물이야. 그건 너희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렸다.(p.26)'
처용 샘의 말씀이다.
미래를 참 잘 표현한 말이다.
미래를 내가 어떻게 가꾸고 키우느냐에 따라서 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겁쟁이 깨비들에게 닥친 첫번째 시험은 사람들이 항아리 깨비, 요강 깨비, 짚신 깨비, 팽이 깨비를 데려간 것이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달걀 깨비, 주판 깨비, 컴퓨터 깨비, 몽당연필 깨비의 친구 구출 작전 모험이 시작된다.
겁쟁이들의 구출 작전 모험은 참으로 안스럽다.
책을 읽다보니 그들의 겁먹은 표정, 두려움에 떠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
'얼마나 떨었는지 탈탈탈 모터 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까.(p.47)'
이들의 구출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것은 1단계 인간과 친해지기 실습으로 비밀학교의 정해진 커리큘럼의 하나였다.
그 뒤로 붉은팥과 친해지기 실습 등이 진행되면서 겁쟁이 깨비들은 본격적으로 비밀학교에서 용기를 배워 나간다.
'너희가 겁이 많은 건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서 그런 거야. 나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멋진 깨비라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단점보다 장점을 생각하렴.(p.61)'
처용 샘이 말하는 용기를 갖기 위한 마음의 자세이다.
윤다가 등장하면서 깨비들은 인간과 어울리게 된다.
윤다와 씨름을 해서 깨비들이 이기고 깨비들은 기뻐하면서 작은 용기를 얻는다.
이것도 비밀학교의 정해진 커리큘럼의 하나였다.
비밀학교의 커리큘럼에 맞춰 교육을 받으면서 깨비들은 무서움이 없어지고 점점더 용기가 늘어난다.
주판 깨비가 처용샘 방에 몰래 들어갔는데, 이를 안 처용 샘은 모른 척하면서 주판이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춤을 추면 기다린다.
역신 마왕을 용서했던 처용의 이야기와 처용무를 재창조한 이야기이다.
'내가 주판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주판은 잠깐 고개를 숙일지언정 진심으로 뉘우치지는 않았을 거야. 때로는 용서가 용기나 마법보다 강하단다.(p.88)'
깨비들이 수업 시간에 만나는 무서움의 대상들로 수탉과 개를 만나기도 한다.
수업을 통해서 평소에 무서워했던 대상들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겁내지 않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어느 정도 용감해진 깨비들이 약한 동물을 괴롭히다가 처용 샘에게 혼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벌칙으로 시험이 주어지는데, 8명의 깨비가 각자 8개의 봉우리에 혼자 가서 옹달샘의 물을 떠오는 것이다.
다행히 모두가 성공적으로 해낸다.
담력 수업도 마치고, 햇빛 공포증도 극복하고 깨비들은 용감한 깨비가 되어 졸업 시험을 통과한다.
결론은 유쾌한 해피엔딩이다.
이 책은 용기와 용서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교훈의 바탕에 우리 조상들의 옛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도깨비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참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어 본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는 재미난 소설이라 이야기 했고, 비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처음 접해본 처용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이 책은 여러 주인공들의 활약을 통해서 보여주는 작은 재미들이 즐겁고, 그들의 모험 같은 학교 수업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무서움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는 내용이 재미를 주고, 용기가 남용되지 않도록 용서와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깨비들이 서로 협동하여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참 교훈적인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