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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처럼 읽는 세계사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30
잔니 로다리 지음, 파올로 카르도니 그림, 이승수 옮김 / 비룡소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의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저자가 쓴 세계사 책이다.
이 책에는 도표, 그림, 연대표와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이야기하듯 술술 전개되는 이 책의 세계사는 이 책이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를 느껴보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책이라고는 하지만, 세계사에는 익숙한 내용도 있고, 낯설은 내용도 있기 때문에 마냥 쉽다고는 할 수 없다.
내가 읽어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책이긴 하지만, 저자가 엄선한 세계사적인 사건들과 저자의 역사관이 잘 반영되어 있는 조금은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어른이 읽기에도 무난했고, 초등학생에게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중학생 이상 정도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세계사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의 시작은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인스들이 말하는 인류 탄생, 가봉의 피그미족이 말하는 인류 탄생,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인디언 카도족이 말하는 인류 탄생, 오스트레일리아 디에리족이 말하는 인류 탄생, 유대인이 말하는 인류 탄생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한다.(p.7∼9)
역사라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사건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책 초반에서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숭이 조상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인간을 만들어 낸 진정한 창조자는 '노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노동이 인간의 손과 뇌를 진화시켰다.(p.12)'
인간을 만들어 낸 창조자가 노동이라는 것은 참 색다른 해석이다.
노동이 우리를 진화시킨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진화시키고 발전시켰다는 의미일까?
이 책은 이야기로 풀어 쓴 세계사라고 해서 단순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독특한 역사관이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이어가며 이야기를 해주어서 역사의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리 옛이야기처럼 읽는다고 해도 세계사가 결코 쉽지는 않다.
'돌조각을 쪼개다가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나무도구를 만들다가 불똥이 튀기는 것을 보고, 우연히 얻었던 불을 나중에는 돌과 나무를 써서 일부러 만들어내고, 고기를 날것으로 먹다가 우연히 고기 조각 하나가 불 속으로 떨어져 불에 구워진 고기가 더 맛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뒤로는 고기를 구워 먹게 되고, 손이 닿는 곳에서 고기를 얻고 싶어서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고...(p.14∼15)'
'불을 사용하다보니 흙이 불에 구워지면 물이 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지는 것을 알고서 항아리를 만들고,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뒤적이다가 반짝이는 붉은 돌인 동을 발견하고, 동으로 만들 도구들이 돌로 만든 도구를 대신하고...(p.16)
전후 관계를 이어주는 재밌는 연결고리로 자연스럽게 세계사를 이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를 준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6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 해준다.(p.56∼61)
암기와 시험을 위한 세계서 학습서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냥 술술 읽는 이야기 책이다.
단지 그 내용이 세계사일 뿐이다.
세계사 공부를 하면서 그 전후 교양 학습서로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 이야기는 물이 흐르 듯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어진다.
중반으로 가면서 내용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책을 읽는 재미는 더해진다.
'오늘날 국회의원들이 왜 봉급을 받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리스 역사에 대해서 모를 뿐 아니라 2,4000년 전에 살았던 페리클레스보다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한다면 부자들만 국회의원이 될 것이고, 자연히 부자들의 이익을 법만 만들이지 않겠는가!(p.66∼67)'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의 도약에 공이 컸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국가 제도를 개혁하고 민회의 힘을 강화해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페리클레스가 통과시킨 법에 따라 매년 전체 계급에서 6.000명의 시민들이 제비뽑기로 선발되어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거나 재판권을 가진 시민 배심원단으로 활동했다는 것은 정말 인상적인 역사였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말이 아테네에서는 어느 정도 실현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테네가 완전한 도시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그리스 시대, 로마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 시대로 계속해서 이어져 나간다.
르네상스 편에서 '유럽은 인도나 중국의 생산품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동방과의 무역에 의존했다.(p.116)' 는 내용이 나온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우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르네상스 시대에도 있었다니 재미있다.
콜롬버스의 탐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탐험의 시대가 소개된다.
콜롬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고서 지구를 돌다 보면 동부 지중해 연안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고,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콜롬버스는 자신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신대륙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도인이라 생각했다고 한다.(p.118)
독일 지리학자 발트제뮐러가 서인도가 신대륙임을 밝혔고, 탐허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세계사 속의 탐험 이야기기 재미있게 느껴졌다.
1500년대 후반 부터 영국과 네덜란드는 바다로 나가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식민 제국을 약탈했고, 프로테스탄트 혁명은 영국과 네덜란드에 번영과 발전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한다.(p.125)
책 후반부에 나오는 '혁명과 반동의 시대'가 흥미로웠다.
저자는 혁명이란 사회생활 전반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혁명이 일어나면 옛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한 사회 계급이 쇠퇴하고 다른 사회 계급이 권력을 얻는다고 한다.
어떤 장군이 정부에 반기를 들어 그가 새로이 권력을 얻었는데 은행, 공장, 땅의 소유권이 여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이고, 어떤 나라에서 노동자의 정부가 강제로 붕괴되고 그 자리에 자본가 정부가 들어섰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반혁이다라고 말한다.(p.134)
혁명은 역사를 뒤로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한다.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왕과 갖가지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이 군림하던 나라에서 시민 계급이 반기를 들어 권력을 얻었다면 그것이 바로 혁명이다.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혁명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정확하고 확실한 정의이다.
'나폴레옹은 철권통치를 해서 민중으로부터 미움을 받은 독재자인 동시에 시대에 뒤처진 사회 질서의 속박으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킨 사람이기도 하다.(p.141)'
나폴레옹에 대한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발표한 공산당 선언은 자유와 사회 정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면서 부르주아 사회를 깊이 있게 비판한 최초의 글이었고, 이 소책자는 역사를 이끄는 기관차가 되었다.(p.151)
19세기 후반부터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현대에는 제국이 탄생한다.
'제국의 황제는 대기업가와 대금융가였고, 이들 대자본가는 국가의 경제 및 정치 생활을 완전히 지배했고, 기업과 은행만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정당을 통해 국회와 정부, 국가까지도 지배했다.(p.164)'
저자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고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탈리아인이다.
'대자본가는 자신들의 국가가 경제적으로 뒤처진 후진국들을 힘으로 점령하게 만들었다.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쉽게 차지하기 위한 일이었고, 또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똑같은 일을 반복했고, 제국주의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p.164)'
제국주의자들은 이런 상황을 자신들의 문화인 크리스트교를 전파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점령했다고 말한다고 한다.
외세의 침략과 일제 강점기를 거친 우리 나라도 이러한 사정에서 그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시선도 매우 인상적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보다 우월하고, 사회주의 혁명으로 약 2억명의 삶이 향상되었다고 말한다.(p.174)
언론 탄압, 대학살, 숙청과 같은 사회주의 오류도 물론 지적은 하고 있다.
저자는 내일의 세계는 권력의 횡포와 배고픔, 무지가 없는 세상일 것이라고 기대하며 하나 된 형제애로 뭉친 세상을 소망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매우 진보적인 역사관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읽으며 한구절 한구절 생각하며, 세계사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심화 학습을 하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세계사 책이라고 하기에는 내게 많은 자극과 가르침을 준 좋은 책이었다.
'역사는 앞으로 간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실을 뒤집어 보고 씹어 보고 냄새를 맡아 보자'
'역사를 공부하면서 만나게 되는 유명 인물들이 역사에 남긴 거창한 행동에 현혹되거나 감탄하지 말고, 보다 단순한 작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라'
'모든 것은 움직이고 또 모든 것은 뒤집어질 수 있다.'
책 마지막에는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찾아보기'가 연도순으로 해당 페이지와 함께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