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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 세계명작편,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 ㅣ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2
유재원.정은숙 지음, 김지선 그림 / 아울북 / 2014년 1월
평점 :
이 책은 세계명작에 나오는 스토리를 법정 사건으로 변환하여 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한 재밌고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의 유재원 저자는 사법시험과 노무사시험을 합격한 변호사 겸 노무사이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바쁜 일과 속에서 책을 쓰는 저자들을 보면 그 부지런함에 존경심이 든다.
변호사와 노무사로 살기도 바쁠텐데, 이렇게 유익하면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담긴 책을 쓰는 이 책의 저자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작가로서의 열정과 부지런함을 느끼면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세계명작과 법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책이다.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이라는 부제가 아주 걸맞는 책이다.

이 책에는 총 30개의 세계명작이 나온다.
그리고, 그 명작 속에 담긴 이야기를 법정으로 가져와 법률적 해석과 재판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읽었던 세계명작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읽지 않은 세계명작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독서에 대한 자극을 준다.
30개의 세계명작 리스트를 보니 내가 읽은 것도 있고, 읽지 않은 것도 많이 있었다.
이 책에 언급된 세계명작들을 아이들과 하나하나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본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첫 반응은 너무나 재미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실제로 읽으면서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저자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자가 쓴 '고전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이라는 책을 조만간 아이와 함께 읽어봐야할 것 같다.

책 맨 앞부분에는 법상식이 나온다.
법이 무엇인지, 왜 생겼는지, 종류가 무엇인지, 재판을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어른인 내게도 유익하고 좋은 내용이다.
'법은 많은 국민들이 뜻을 모아서 정한 약속이다. 법=약속.(p.8)'
'우리나라에는 1,300개가 넘는 법률이 있고, 대통령령이나 부령 같은 법령까지 하면 5.000개가 넘는다. 훌륭한 법조인은 이 법들을 모두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p.9)'
법은 약속이고, 유능한 법조인은 법을 잘 활용하는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법에 대한 설명 후 재판의 참가자와 각 역할, 재판의 순서가 설명되어 있다.
이것도 유익한 내용이다.
형사재판에서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요즘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변호인'의 제목으로 쓰인 변호인이란 용어는 형사재판의 변호사라는 명칭인 것이다.
'갈매기의 꿈'에서는 자유롭게 비행하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 연습하는 갈매기 조나단을 우두머리 갈매기가 무리에서 추방하는 내용이 나온다.추방 이유는 갈매기는 단지 먹기 위해 날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 비행을 해야하는데 조나단은 갈매기 사회의 전통과 권위를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검사는 우두머리 갈매기를 강요죄와 직권남용죄를 이유로 처벌을 해달라고 주장하고, 변호사는 무죄를 주장한다.
과연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판사는 강요죄는 유죄, 직권남용죄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할 수 없는데 조나단을 억지로 추방했기에 강요죄는 유죄이지만,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함부로 써서 다른 사람을 강요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우두머리 갈매기는 공무원도 아니고 애초부터 추방 명령을 내릴 권한도 없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다.
한 편의 재판을 보는 듯한 책의 구성이 재미있고, 법률적인 지식과 감각을 높이는데 유익했다.
검사, 변호사의 주장과 판사의 판결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말하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장발장이 불우한 가정에서 생활하다 빵 하나를 훔쳐서 19년이나 감옥에 있었고, 출옥하여 밀리에르 신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잔 후 은식기를 훔쳐 도망가다가 경찰에게 잡혀 밀리에르 신부 앞에 왔을 때 밀리에르 신부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은식기를 선물했고, 은촛대도 선물했는데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경찰관에게 장발장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한 밀리에르 신부에게 죄가 있는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검사측은 유죄를 주장하며 밀리에르 신부를 범인도피죄로 엄벌하여 줄 것을 주장하고, 변호사측은 밀리에르가 신부가 너그러이 은식기를 준 것이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경찰에게 허위로 이야기하는 정도로는 범인도피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현명한 판사의 판결은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법원 판례에 따를 경우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것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다.
세계명작 속의 사건들을 법정을 끌어와 재판으로 해석하니 참 재미있다.
실제 재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돈키호테'에서는 산초에게 온갖 궃은 일을 하면서 돈을 주지 않은 돈키호테를 임금체불죄와 준사기죄로 기소하는 사건이 다루어진다.
이 사건에 대해서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산초는 근로자가 아니며 근로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임금체불죄는 논의될 수가 없고, 돈키호테가 산초를 이용한 부분은 준사기죄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한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참고해 선처해줄 필요가 있어서 징역3년을 선고하되 앞으로 4년간 그 집행을 유예하고, 집행 유예 기간 동안 사회봉사명령 500시간과 준법교육 등의 수강명령을 내린다고 판결한다.
실제로 돈키호테를 법정에 세우고 돈키호테에게 죄를 물으며 죄에 대한 벌을 내리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 기술된 판결문들을 읽으면서 실제 판결문을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실제 판결문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잘 요약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문을 읽으면서 어른인 나도 이래서 이렇게 판결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많은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나온 세계명작의 여러 사건들에 대한 검사의 주장, 변호사의 주장, 판사의 판결을 읽다보니 법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직업 전문성을 살려서 어린이에게 유익한 책을 만들어 낸 저자의 창의력에 감탄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법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에게는 세계명작을 통해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면서 법적인 마인드를 증대시킬 수 있고, 어른에게는 어린이책을 통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법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
판사의 판결이 타당한지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저서인 '고전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클'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