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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만난 우리 역사 - 재미있는 문명 교류 이야기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박미란 지음, 김진화 그림, 정수일 원작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 역사를 접목하여 문명이 서로 교류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한 책이다.
부제목이 '재미있는 문명 교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 표지만으로도 관심과 흥미가 많이 느껴졌다.
'신라 왕의 무덤을 외국인 무사가 지킨다고?'
'고추, 감자, 옥수수는 아메리카에서 온 선물'
'수로왕과 허황옥공주는 우리나라 국제결혼 1호'
우리 역사가 세계와 만나 어떻게 문명 교류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저절로 생겨났다.
차례에 나와 있는 이 책의 주요 역사적 소재들인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고구려 벽화, 무령왕릉, 금동대향로, 금관, 발해, 석굴암, 왕오천축국전, 벽란도, 고려 인쇄술, 고려 청자, 조선백자, 서학 등은 교과서를 통해서 많이 접해본 내용들이다.
역사 교과서에서 본 내용들이 어떻게 세계 역사와 연결되어 기술될지 기대가 되었다.
머리말에서 헤라클레스가 인도로 건너와 부처님을 지키고, 헤라클레스 이야기에 나오는 사자가 신라에 와서 탑을 받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이것은 이 책의 기술 목적과 방향을 잘 보여주었고, 우리 문명과 세계 문명이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을 살짝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과거부터 서양의 역사가 이미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역사와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중국뿐만 아니라 서구 세계에서 전파된 문화가 많이 있었다.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빗살무늬토기는 세계적으로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제작상의 우연이 아니라 빗살무늬토기를 만든 사람들이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고인돌이 약 4만기라고 하는데, 한국만큼 고인돌이 많은 나라가 없기에 한국을 고인돌의 나라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인돌은 우리나라 고유문화일까 아니면 서구에서 넘어온 문화일까?
제천에서 발견된 고인돌에서 나온 사람의 뼈는 서양사람의 골격이라고 한다.
이것은 서양사람이 한반도에 들어와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고인돌은 우리나라 고유문화라는 학설도 있고, 서구에서 들여온 문화라는 학설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역사와 문화로 생각했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역사와 문화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도 역사적 사고의 확장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고력 증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고구려는 700년 동안 동아시아의 강대국의 자리를 지키며 선진 문명을 이룩한 나라인데, 이러한 고구려의 힘은 밥과 쇠였다고 한다.
농경 기술과 철기 제조 기술이 발달하여 튼튼한 체력과 문명의 힘을 갖추었다고 한다.
고려구려는 세계의 문명을 폭넓게 받아들여 독작적인 문명을 이루어냈고, 그 문명을 남쪽의 백제와 신라, 일본에 전했다고 한다.
고구려의 무용도 벽화에 나오는 통이 좁은 바지는 북방 유목 민족이 활을 쏘고 말을 타기 쉽게 하기 위해 입었던 옷이고, 옷의 물방울 무늬는 인도의 염색 기법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비단길을 통해서 고구려에 전해진 문명이라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역사와 문화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책을 볼수록 흥미로웠다.
백제의 무령왕릉은 세계 문물이 모인 화려한 전시장이라고 한다.
서역 무늬로 장식된 벽돌, 북방에서 온 왕관의 황금 장식, 바닷길을 건너온 유리제품이가 이를 말해준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 유물에 대해서 그냥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만의 문화가 아니라 세계의 문화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삼국유사에서 전해지는 처용이 외국인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롭다.
처용무의 탈이 가진 검붉은 피부, 깊이 들어간 눈, 검고 짙은 눈썹, 높고 뾰족한 코의 모습에서 페르시아나 아라비아 사람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하는데, 새롭고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도, 사진, 그림, 연표가 책을 읽는데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인물탐구도 매우 흥미로웠다.
진시황 이야기, 고선지 이야기, 가야왕과 결혼한 인도공주 허황옥 이야기, 왕오천축국전의 저자 혜초 이야기, 장보고 이야기, 문익점 이야기 등이 책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 주었다.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삼국시대까지의 역사에 많이 치우쳤다는 느낌이 들고 고려와 조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좀 적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국 역사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기술되어 있지만 어른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어느 역사학자는 역사는 미래학이고,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와 연결되었다는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고, 여러 증거들이 이를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사 책을 읽을 때 우리 역사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우리 역사 책을 읽을 때 세계사와 연관지어 생각해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책과는 다르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감각을 세워준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를 색다르고 폭넓은 관점에서 배우고 생각하며 토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역사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