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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2
크리스티 조던 펜턴.마거릿 포키악 펜턴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푸른숲어린이 문학 시리즈의 32번째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푸른숲어린이 문학 시리즈의 31번째 책인 '나쁜 학교'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나쁜 학교'의 주인공인 올레마운이 나쁜 학교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이다.
'나쁜 학교'와 마찬가지로 표지 그림이 심상치 않은 책이다.
표지 그림은 주인공 올레마운의 초상화이다.
올레마운이 머리가 짧고 교복을 입은 모습과 머리가 길고 자유복을 입은 모습이 결합되어 있다.
표지 그림이 이 책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레마운은 그녀의 본래 이름이고, 원주민기숙학교에 입학한 후 머리를 짧게 자르게 되고 교복을 입게 되고 이름도 마거릿으로 바뀌게 된다.
두개의 이름이란 바로 올레마운과 마거릿을 말한다.
외지 사람들이 세운 나쁜 학교에서의 교육을 통해서 올레마운은 잠시 마거릿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2년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2년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온 딸을 본 엄마는 딸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원주민기숙학교에서 올레마운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극적으로 표현해주기 위한 작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기숙학교가 사람을 얼마나 어떻게 심하게 변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올레마운은 원주민기숙학교에서 허드렛일, 형편없는 식사 등으로 수척하게 변하였고, 길었던 머리도 짧은 머리로 변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빠는 올레마운을 알아본다.
하지만, 올레마운은 고향집으로 와서 마거릿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다.
고향의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식사할 때 기도를 하고, 영어로 말하고, 운동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싫어했던 나쁜 학교에서 얻은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모순되게 느껴진다.
외지인들이 교육을 통해서 원주민들을 자국민화하는 것에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올레마운은 아그네스 엄마에게 아그네스와 노는 것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아그네스 엄마도 아그네스가 원주민에서 외지인으로 변한 것을 못마땅해하며 외지인으로 변한 올레마루와는 못 놀게 하는 것이다.
아빠는 마거릿으로 변한 올레마운이 다시 원주민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볼살펴 주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올레마운은 다시 카믹을 신고 파카를 입고 개썰매를 타는 원주민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책에 있는 감각적인 표현들이 돋보인다.
'지난 이년간 어둠 한 조각 없는 여름 낮과 햇살 한자락 없는 겨울 밤을 보내며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을 얼마나 꿈꾸었는가?'
'나름대로 우리말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건 메마른 흙더미에 불과해서 애써 쥐어보려해도 가루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술술 흘러나가 버렸다'
'무거운 잠이 거대한 바다처럼 밀려들었다'
올레마운은 정부의 지시로 동생들과 함께 원주민기숙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동생들은 올레마운이 그랬던 것처럼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는 학교에 가는 동생들의 머리를 미리 짧게 잘라 주었다.
딸들이 외지인에 의해서 변하는 것 보다는 본인이 직접 변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서였을 것이다.
배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면서 올레마운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겠지만 우리는 결국 돌아올 것이다. 외지 사람들의 지식이 우리 몸에 깊이 배어들겠지만 우리 부족의 지혜도 함께 지니고 있으리라'는 각오를 한다.
그리고 마거릿을 모습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올레마운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올레마운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극복을 그린 내용이었다.
올레마운은 소녀이지만 강인하고 사고력이 깊으며 의지가 대단한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 교육을 받은 후에 이누이트(에스키모) 종족의 여성 지식인 리더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올레마운과 관련된 사진들이 책에 실려 있어서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책 전체적인 내용과 사진들을 보면 자꾸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가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은 후 우리 역사와 비교하여 설명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도 책 내용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고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느꼈다.
앞 편인 '나쁜 학교'에 이은 '두 개의 이름'을 함께 읽으면서 캐나다 북극해 이누이트들의 가슴 아픈 역사와 극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좋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올레마운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