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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 역사 테마 소설집 ㅣ 바다로 간 달팽이 9
강기희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우리 역사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관심이 더 깊어진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제대로 역사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이제서야 제대로 역사에 대해서 때늦은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제 다시 대학입학시험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었다고 하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는 실용과 경제라는 이유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부족하고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돈이 많다고 한들 과연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벌레들' 이란 책은 청소년을 위한 역사 테마 소설집이다.
일곱 명의 작가가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쓴 일곱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벌레들'은 그 일곱 편의 소설 중의 한 편의 제목이다.
일곱 편의 소설들은 각각 근현대사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사건들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일부 소설은 소위 보수 세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1894년의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 '동몽군', 1919년의 항일 무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을 배경으로 한 '빼앗긴 죽음', 1948년의 제주 4·3 항쟁을 배경으로 한 '손님', 1949년에 조직된 국민보도연맹조직 소속 양민 학살을 배경으로 한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1979년의 부마항쟁을 배경으로 한 '돼지 아빠', 1980년에 설치된 삼청교육대를 배경으로 한 '붉고 푸른 못', 2002년의 미선·효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벌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쓰여진 역사적 배경들 중 일부는 청소년들에게는 낯설은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중에 있었다는 '국민보도연맹조직 소속 양민 학살 사건'은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건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소설을 가미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은 배경으로만 사용하고 소설적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성보다는 소설적 감성에 더 중점을 두고 쓰여진 책이다.
역사 테마 소설이라는 쟝르 설명에 충실한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소설 속의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읽었다.
일곱 편의 소설 앞부분에는 그 소설에서 배경으로 사용된 역사에 대한 이름이 쓰여진 연표가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한 편의 소설이 끝나면 '작가의 말' 코너에서 저자가 역사적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저자의 소설 작품에 대하여 부연 설명을 해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메세지를 드러내놓고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말'을 통해서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구성은 역사책으로서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킨 다음에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성적 해석과 현대적 평가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이러한 구성이 소설을 읽는 재미와 역사를 배우는 유익함을 동시에 함께 주는 책이다.
'동몽군'은 포로로 잡혀온 동학농민군이 친일파 조선인 심문관으로부터 심문과 고문을 당하고 나중에 효수형에 처해진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동학농민군은 동학당에서 '사람은 태어남에 있어 차별이 있을 수 없고 어느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배웠다고 말하며,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떠나면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친일 세력과 일본에 의해서 우리 민족이 당한 고초를 잘 드러낸 이야기이다.
저자는 척양척왜만이 살길이라던 동학의 정신이 오늘날까지도 그립다고 말한다.
'빼앗긴 죽음'은 의열단 소속 김지섭 선생께서 폭탄 투척 거사를 하려다 실패한 후 일본 법정에서 종신형에 처해져서 옥중에서 순국한 내용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있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열단원으로서 독립 운동을 추진함에 있었서 열악했던 상황과 그러한 상황에서도 독립에 대한 드높은 의지를 불태웠다는 점이 참으로 존경스러웠고, 일본 법정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손님'은 제주 4·3 항쟁 이후 제주도를 떠나서 살던 아버지와 딸이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제주도에 살다가 동해의 항구마을로 이사온 주인공 소녀는 명절때면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이웃 집들을 부러워한다.
제주 4·3 항쟁에서 엄마는 부모형제를 다 잃었고, 소녀의 가족은 동해 항구마을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주 4·3 항쟁이 6·25 전쟁보다 더 무서운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은 양민 학살의 모습이 매우 리얼하고 잔인하게 기술된 소설이다.
양민 학살 장면을 읽으면서 정말 끔찍한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어떻게 같은 민족이 같은 민족을 향해서 학살을 저지를 수 있을까 놀라왔다.
국제보도연맹조직 소속 한국인 양민 학살의 학살자는 한국인 군인과 경찰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이기에 사람의 입장이 아닌 나무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기술한 점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전쟁의 참상과 억울하게 학살당한 사람들에 대해서 소설을 쓴 이유는 평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돼지아빠'는 수재였던 법대 대학생이 부마항쟁으로 잡혀가서 고문을 당한 후 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자처럼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영이의 삼촌인 돼지아빠는 발작 증세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수첩과 펜을 꼭 들고 다니며 다섯마리의 돼지를 지극 정성으로 키운다.
삼촌의 과거를 몰랐던 아영이는 삼촌의 과거를 알게 된 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삼촌을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다함께 잘 사는 세상, 빛나는 내일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준비라고 말하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붉고 푸른 옷'은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아빠가 아들의 학교내 폭력 사건을 보면서 삼청교육대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SBS 드라마 '모레시계'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는 남의 잠바를 뺏앗아 입으며 교내 폭력을 행사하는 일진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폭력을 폭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벌레들'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인용하여 기술하고 있다.
책, 편지, 신문사를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한 점이 특이했다.
일곱 편의 소설 중 가장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박정희 정권의 시월유신과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한 내용을 주요 스토리로 하고 있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벌레 같고, 저쪽에서 볼 때 이쪽도 벌레같다는 말에서 서로의 이념이 다를 때 상대방을 무시하기 보다는 서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말하자면 벌레가 없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저자는 갈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는 어렵고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 청소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현대사 소설책이다.
이 책의 소설들을 읽고 근현대사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역사 박물관에 가서 이 책의 내용을 상기하면 전시물들을 본다면 매우 의미있는 역사 체험 나들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