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돌봄 없는 의료가 가진 문제와 그로 인한 고통이 마냥 지속할 거라고 비관하기는 이르다. 나는 고령화로 인해 의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인구 감소 지역에서 ‘의료시장’이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회로 본다. 새로운 돌봄체제를 향한 동력은 더 이상 의미, 가치, 윤리 또는 복지와 권리 등에 머물지 않는다. 의료가 돌봄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그 자체로 완전히 다른 사회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돌봄은 새로운 사회의 물적 토대가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돌봄이 상품이 아닌 형태로 공급되는 비시장적 공급재가 되면서, 그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저평가 또는 미평가된 돌봄노동이 누군가의 그림자노동으로 묵묵히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의 무가치화가 필수적이다. ‘돌봄’을 하찮은 일로 폄하해 온 것은 여성을 비롯해 돌봄을 수행하는 계급을 억압하기 위해 오랜 역사 동안 지배계급이 사용해 온 방식이지만, 자본주의 이후 이러한 ‘무가치화 전략’은 여성과 자연을 통제하고 그들의 노동을 무상으로 전유하기 위해 훨씬 더 정교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팬데믹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필수노동’의 사회적 가치에서 알 수 있듯이, 돌봄노동은 그 자체가 하찮고 중요하지 않아서 무가치해진 것이 아니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돌봄교실정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그때, 나 역시 학업 단절, 경력 단절의 위기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 맡길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밤 10시~12시까지 문을 여는 돌봄교실을 만들겠다는 말이 반갑지는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관료들은 "아이는 국가가 맡아줄 테니, 여성들도 맘껏 일하라"라고 선심 쓰듯이 말했지만, 안심이 되기보다 불안이 더 컸다. 아이들이 무슨 수화물 보관소에 짐 맡기듯 맡길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이도 어른도 그렇게 밤늦도록 일해선 안 되었다. 그것은 어린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정책이었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정책이었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일터와 삶터와 배움터의 분리는 삶과 노동을 통해 사회 속에서 익혀왔던 돌봄의 기술을 익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교육과정은 엄청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서 학교 교육을 마치고도 자기도, 타인도 돌보지 못하는 존재로 세상에 나와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장기 성장 지체 과정’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유년기는 1318을 거쳐 2030으로 점점 연장되고 있지만, 기나긴 교육과정을 거치고도 미성숙한 존재로 사회에 나와 자라지 못한 어른인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 이제 ‘학교 돌봄’은 이런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일터와 삶터와 배움터의 분리는 삶과 노동을 통해 사회 속에서 익혀왔던 돌봄의 기술을 익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교육과정은 엄청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서 학교 교육을 마치고도 자기도, 타인도 돌보지 못하는 존재로 세상에 나와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장기 성장 지체 과정’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유년기는 1318을 거쳐 2030으로 점점 연장되고 있지만, 기나긴 교육과정을 거치고도 미성숙한 존재로 사회에 나와 자라지 못한 어른인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 이제 ‘학교 돌봄’은 이런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앞에서 살펴보았듯 보살핌 윤리는 인간의 개체성, 자율성 개념이 성별화된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으며, 자율성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우리는 보살핌 없이 삶을 지속할 수 없다. ‘나’와 대상과의 관계 자체가 삶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모두 보살핌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보살핌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성별 분업의 영역이었지만, 대상이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만 다를 뿐,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갖는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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