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세계화의 흐름을 가로막으며 폐쇄적인 국가주의를 강화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실상은 모든 것이 자유로이 오간다는 세계화의 기치가 환상임이 드러난 데 가깝다. 코로나19와 씨름하는 과정은 육신과 그것이 속한 장소의 결속이 간단히 초월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위기가 요구하는 거대한 변화의 실마리 역시 한국사회라는 특정 장소의 감각에 충실함으로써만 포착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더욱이 세계 다른 많은 나라들, 특히 서구 국가들이 민주주의적 동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 한국은 촛불혁명에서 비롯한 남다른 변화의 기운을 발동하던 중이었다. 팬데믹의 확산과 저지가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달렸듯 팬데믹이라는 무시무시한 계기를 대전환으로 돌파할 방도 역시 주어진 맥락과 역량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면, 다른 어느 곳이 아닌 ‘한국’의 길을 모색하는 의의는 한층 크다고 하겠다.
-알라딘 eBook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황정아 외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