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들 왜 오늘날 각 세대가 따로 사는 걸 더 선호하는지 알게 됐다. 루 할아버지는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이 가장이 아니라는 걸 마땅치 않아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교외의 막다른 골목에 있는 집에 살게 되면서 루 할아버지는 하루 중 대부분을 홀로 지내야 했고, 근처에는 도서관, 비디오 가게, 슈퍼마켓 등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할아버지에게는 ‘사람’ 친구도 생겼다. 날마다 오는 우체부에게 인사를 하다가 서로 친구가 된 것이다. 우체부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찾아와서 할아버지와 함께 크리비지 게임을 했다. 셸리는 또 데이브라는 젊은이를 고용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실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위적인 놀이 친구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가 됐다. 루 할아버지는 데이브와도 크리비지 게임을 했고, 데이브는 일주일에 두 번씩 와서 할아버지와 오후 시간을 보냈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노인들이 관심사를 좁히는 까닭은 신체적, 인지적 쇠락에서 오는 위축으로 이전처럼 어떤 목표를 추구하기 어려워졌거나,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세상이 그들을 막기 때문이다. 이때 노인들은 그것에 맞서 싸우기보다 적응을 하게 된다. 아니, 더 슬프게 말하자면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그 후로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케런 윌슨도 중년에 이르렀다. 얼마 전 만난 그녀의 모습은 들쑥날쑥한 치아를 드러내며 짓는 미소, 처진 어깨, 돋보기, 그리고 흰머리 때문인지 세계적인 산업의 기틀을 만든 혁명적 기업가라기보다 책을 좋아하는 할머니에 가까워 보였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어시스티드 리빙’이라는 개념, 즉 일상적인 삶을 돕는 일의 성공 여부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위생과 안전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밀한 평가 기준이 있다. 이쯤 되면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지 짐작할 수 있다. 시설에 들어가 있는 우리 아버지가 외롭지는 않은지 하는 것보다 체중이 감소했는지, 약을 빼먹지 않았는지, 넘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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