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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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하버드 대학의 철학자 조시아 로이스Josiah Royce는 『충성심의 철학The Philosophy of Loyalty』이라는 책을 펴냈다. 로이스 교수는 나이 들면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왜 우리가 단순히 존재하기만 하는 것─안전한 환경에서 단순히 의식주만 제공받는 것─은 공허하고 의미 없다고 느끼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 걸까?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로이스는 개인주의적 관점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기적일 권리를 하늘이 내렸다는 주장을 이렇게 기발하게 방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사실 인간에게는 충성심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충성심이 필연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삶을 견뎌 내기 위해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에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덧없고, 변덕스럽고, 만족을 모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고통만 안겨 줄 뿐이다. "본래 나는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기질이 합류한 만남의 장소 같은 존재다. 시시각각… 나는 충동의 집합체다." 로이스는 계속 말한다. "우리는 내적인 빛을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외적인 빛을 보기 위해 노력해 보자."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루스 할머니가 바라는 것은 소박했다. 그녀는 규칙적인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느긋한 아침식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로비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 딸과 하는 전화 통화, 오후에 즐기는 낮잠 같은 것들 말이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위대한 철학자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은 이와는 다른, 그러나 더 중요한 자율성 개념이 있다고 설파했다. 우리가 직면하는 한계와 역경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삶의 주인으로서 자율성─자유─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핵심적 가치다. 드워킨은1986년에 발표한 놀라운 논문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쓰고 있다. "자율성의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책임감 체계에 달려 있다. 자율성은 우리가 일관성 있고 분명한 각자의 개성, 확신, 관심 등에 따라 자신의 삶을 구체화할 책임을 지도록 만든다. 자율성은 우리가 남에게 이끌려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끌며 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그러한 권리 체계가 허용하는 한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요." 루 할아버지가 말했다. "동양에 ‘카르마’라는 말이 있어요. 일어나도록 되어 있는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거예요.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지요. 내 삶에 끝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어쩌겠소?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됐지."

-알라딘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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