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님의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책과 마찬가지로 ‘성숙’을 키워드로 하는 ‘레비나스 철학의 역사적 사명’과 레비나스의 제자인 저 우치다 다쓰루 철학의 ‘포지션’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합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5
저는 레비나스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레비나스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주체’로 자기 형성하는 프로세스를 손수 모색해 온 연구자입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5
물론 저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틀린 일’입니다. ‘학술적’이란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자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레비나스에 대해 객관적이고자 노력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여하튼 ‘이 사람이 쓴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이 처음 레비나스 연구를 시작한 동기였기 때문입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6
저는 레비나스에 대해 ‘제자’의 포지션을 취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해 저와 레비나스를 ‘아기’와 ‘어머니’의 관계로 설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머니에게서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어머니의 이것저것을 고찰하기보다 먼저 모유를 먹으며 스스로의 성장을 우선시했습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6
저는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발명함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와 같은 논의에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7
레비나스는 후설의 현상학을 처음 만났을 때 그것의 본질적 가르침이 자신의 ‘전철학적 경험’에서 도출한 생각과 깊은 곳에서 일치한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은 제가 레비나스론에서 제시한 가설입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7
그런데 그래서는 하이데거와 같은 탁월한 지성이 나치를 허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의 무게와 마주할 수 없습니다. 하이데거조차 나치의 유혹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9
목표로 하는 것이 옳다면 그가 여정의 ‘어딘가’에서 끝났다는 사실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0
레비나스의 목표는 철학의 정합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리얼리티’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1
철학을 전공한 적도 없고 탈무드 학자도 아닌 내가 쓰는 ‘레비나스론’은 한 독립연구자의 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독립연구자의 자유와 편향을 권리로서 주장한다. 나는 독립연구자라는 정체성으로 그동안 내가 걸어 온 삶의 결과 무늬에 기초해 레비나스를 독해하고자 한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24
나는 좋은 연구서란 오리지널보다 알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24
배움이란 살아 꿈틀대는 긴장과 ‘붙어 있음’을 만나는 경험, 그리고 이 만남을 통한 변화다. ‘학습’이란 ‘긴장’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성숙’이란 그 ‘긴장’을 견디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25
‘철학의 영원한 초심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확실한 지식을 얻는 것을 눈앞에 있는 상대보다 중시하지 않는 철학자가 되고 싶다. 이런 철학자의 마음가짐은 또 다른 ‘앎’에 대한 추구가 아니다. 그것은 ‘앎’과 ‘삶’, ‘명분’과 ‘실질’, ‘지식’과 ‘지혜’가 서로 맞물린 경계 지역에서 얻어지는 성숙의 체감이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63
레비나스는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아니다. 방관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알지 못했던 유대인’이다.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대해 뭐라고 명명하기가 힘든 입장에 던져진 유대인이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70
레비나스의 지향성은 ‘다른 때에 똑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 목표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 ‘여기’에 있었던 사람과 내가 ‘여기’로부터 떠난 후에 ‘여기’에 올 사람. 레비나스는 ‘시간차’에 의해 구축되는 공동 주관성의 파트너를 ‘타자’라고 불렀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89
내가 "왜?"라고 묻는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 혹은 "예, 이것이 원인입니다"하고 대답을 들어도 내심 납득되지 않는 일뿐이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95
‘책임’을 영어로는 ‘responsibility’라고 한다. 이 말에는 ‘책임’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함의가 있다. ‘responsibility’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응답(respond)하는 능력’, 즉 타자로부터의 요구와 호소에 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단어를 라틴어 어원대로 분해해 다시 살펴보면 ‘누구로부터의 약속에 약속으로 응하는 것(re-spondere)’이라는 의미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97
제도는 각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가 망가져 가는 시대는 새로운 제도가 생성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47
새로운 제도가 탄생하는 이행의 시대에는 망가져 가는 기존 제도로부터 거리를 두고 원점으로 돌아가 게임에 참가하는 것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47
제도가 망가져 갈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 세상일을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암중모색을 하는 것이 다음 제도의 싹이 된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47
그런 생각으로 나 또한 ‘독립연구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학과 같은 제도에 속하지 않고 ‘학문이란 무엇인가?’, ‘연구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일인가?’,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나의 피부 감각에 기초해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물음과 실천을 통해서 사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른바 ‘독립연구자’라는 사건이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47
레비나스가 생각하는 철학자는 ‘연출가’다. 연출가는 김빠진 눈길로 배우의 연기, 조명, 음향, 무대장치를 점검한다.
-알라딘 eBook <성숙, 레비나스와의 시간> (박동섭 지음) 중에서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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