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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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개개인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기술적인 처리 대상으로 격하시키고 그것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내놓도록 몰아대는 현대세계를 가리켜 하이데거는 ‘몰아-세움의 세계Ge-stell’라고 부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과학기술시대라 불리는 지금의 세계는 가장 이성적인 세계인 것 같지만 하이데거가 보기에는 광기가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하이데거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우리 주변을 바라보면 이 시대는 미친 시대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될 것입니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하이데거와는 다른 맥락에서지만 한때 ‘유럽은 거대한 정신병원이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지요.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사람들은 보통 현대기술문명의 문제점을 인간의 도덕적 능력이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서 찾곤 합니다. 다시 말해 현대기술문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이성은 멀리하고 도구적인 이성만을 발전시킨다는 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과학과 기술은 일종의 신적神的인 존재가 되었고, 현대는 종교와 가장 무관한 시대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가장 종교적인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을 가리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산업종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현대인들이 기꺼이 탐욕의 노예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의 심신을 혹사하는 대가로 받는 물자들에 도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뽑아낸 대가로 안락한 주택이나 자동차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고급 가전제품을 구입합니다. 이러한 물자들을 통해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이 안전해졌을 뿐 아니라 풍요롭고 행복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우리 삶의 안전과 풍요를 신이 가져다준다고 믿었지만, 현대에는 기술적인 물자들이 그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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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철학에는 여러 의의가 있지만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과학기술시대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극복 방안으로 시가 갖는 심대한 의미를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예술의 한 분야로서의 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전반을 포함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모든 참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시적 태도를 가리킵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는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고, 이러한 태도에서야말로 사물들은 자신의 진리를 스스로 드러낸다고 이야기합니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사물들을 우리의 이해관심에 따라 평가하거나 그것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무심無心의 상태에서야 사물들의 진리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사물들로 하여금 그런 관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의 소명을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한다’는 것은 ‘지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의 성스러운 신비를 경험하면서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이데거는 오직 인간만이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소명에 따라 살 경우에만 우리 삶에 참된 기쁨이 주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에게 인간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도 아니고, 생존과 번식이 확보된 여유로운 상태에서 누리는 사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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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과 임상시험 - New Drug Development and Clinical Trials
임현자 지음 / 황소걸음아카데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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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일의 세균학자이며 화학요법의 선구자인 에를리히(Ehrlich)는 인체에 아무런 해독도 끼치지 않으면서 병원균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의약품을 연구하여 1907년에 매독의 특효약인살바르산을 만들었다. 이와 같이 병원균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화학요법제의 출현으로 약물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독일의 도마크(Domagk)는 1935년에프론토질(Prontosil)이라는 새로운 화학요법제를 발견하였고, 이것을 다시 개량한 것으로술파민이 나왔다. 약용식물에서 생리활성 성분이 분리되면서 약리학적 연구가 시도되고,
약용식물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 P36

20세기에서 약학계와 과학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것 중의 하나는 항생물질의 발견이다. 1928년에 영국의 플레밍(Flemming)이 푸른곰팡이로부터 세균의 발육을 저지시키는 항생물질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여러 가지 감염병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 후 체인(Chain)과플로리(Florey)의 페니실린 재발견으로 페니실린 대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 병원과 전장에 보급되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임상시험에서 말초신경과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었지만 제약회사가 은폐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비과학적인 임상연구와 제약업체의 비윤리적 영리추구가 인간 생명에 얼마나 큰 위해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사건으로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약물의 안전성 점검이 강조되었고, 또한 임상시험에서 동물대상과 인간대상, 혹은 성인과 태아/유아, 임산부와 비임신여성에게 약물의 작용은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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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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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전대미문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 삶이 진정으로 충만해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그는 이 시대를 ‘궁핍한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이러한 궁핍성을 자각하기는커녕 현대를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하이데거식의 난해한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인들은 존재자들을 관리하고 조작하고 지배하고 향유하는 데 빠져서 존재를 망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들이 존재를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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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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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유전자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을 ‘유전자 관점gene’s eye view에서 본다’라고 말한다. 이 용어를 지지한 가장 유명한 이는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다. 유전자는 정말 이기적이다. 하지만 꽤 많은 의미가 담긴 이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묘사한다고 해서 이기적 인간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부도덕, 교활함, 고약함 같은 특성이 유전자에 포함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사악하기 그지없는 개체의 몸에만 존재하는 이기적 특성과 관련한 유전자를 가리키는 말도 아니다.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 약 2만 5,000개 모두를 ‘이기적’ 유전자로, 조금 부드럽게 말하자면 ‘자기중심적’ 유전자로 묘사할 수 있다. 이는 유전자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가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관심사란 바로 다음 세대에서 반드시 발현하는 것이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인간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1910년에 미국 가정을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없는 부부는 오목눈이가 그렇듯 친척을 더 많이 도왔다.11 하지만 동시에 모든 친척이 똑같이 가치 있지는 않다는 논리 그대로, 나이 든 부모보다는 조카들을 더 많이 보살폈다. 근연도를 따지면 부모가 더 가치 있겠지만 앞으로 얻을 적합도 이익을 따지면 늙은 부모는 진화적으로 가치가 없다. 달리 말해 부모 대신 어린 조카를 도울 때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구성 요건을 다시 짚어보자. 여러 부분이 모여 새로운 개체로 결합하려면 모든 부분의 이해관계가 거의 영원히, 또 완전하게 들어맞아야 한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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