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철학에는 여러 의의가 있지만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과학기술시대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극복 방안으로 시가 갖는 심대한 의미를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예술의 한 분야로서의 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전반을 포함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모든 참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시적 태도를 가리킵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는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고, 이러한 태도에서야말로 사물들은 자신의 진리를 스스로 드러낸다고 이야기합니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사물들을 우리의 이해관심에 따라 평가하거나 그것들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무심無心의 상태에서야 사물들의 진리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사물들로 하여금 그런 관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의 소명을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으로서 지상에 거주한다’는 것은 ‘지상의 모든 인간과 사물의 성스러운 신비를 경험하면서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이데거는 오직 인간만이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소명에 따라 살 경우에만 우리 삶에 참된 기쁨이 주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에게 인간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도 아니고, 생존과 번식이 확보된 여유로운 상태에서 누리는 사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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