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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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물음이 하나 있다. 나치가 확보한 데이터에 어떤 가치가 있든, 이 연구의 유산은 누구 ‘소유’일까? 이런 데이터를 사용해도 좋을지 결정할 때, 이 끔찍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나 더 넓게는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대변하는 집단에게 발언권을 줘야 할까?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하지만 윤리 문제를 따질 때는 대체로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왜 진이 이 비싼 치료를 다른 사람들한테서 훔치고 있을까? 기존 의료 체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사회가 불공정한 의료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는다. 어떤 이유는 고귀하고, 어떤 이유는 야비하다. 하지만 예비 부모가 무슨 이유로 아이를 낳는지는 대체로 국가가 들여다보는 사항이 아니다. 구세주 아기를 만들고자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받지는 않는지 동기를 파악하려 한다면 다소 횡포라고 볼 수 있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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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별문제 없었으나 이제는 매우 비윤리적인 것으로 드러난 실험도 있다. 예컨대 1932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공중보건국 연구자들이 진행한 악명 높은 터스키기 매독 실험에서는 매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세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보고자, 매독에 걸린 가난한 흑인 남성들을 치료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다. 의료계가 이런 추악한 역사 기록을 바로잡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 지 이제 겨우 몇십 년이 지났을 뿐이다. 예를 들어 나치에 협력한 의사 프리드리히 베게너Friedrich Wegener와 한스 라이터Hans Reiter의 이름을 딴 병명에는 최근에야 다른 이름을 붙였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었던 심스의 동상도 2018년 철거했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터스키기 실험이 대중에게서 격분을 자아내자, 정부는 비로소 1974년에 국가연구법National Research Act을 통과시켰고, 생의학 및 행동 연구의 연구 대상자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of Biomedical and Behavioral Research를 설립했다. 그리고 1979년에 나온 〈벨몬트 보고서Belmont Report〉와 1981년에 미국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공통 규칙Common Rule에 근거해, 향후 그런 학대를 막고자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립했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난제가 비윤리적 실험으로 확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기존 데이터를 학계가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수행한 의학 실험 결과물이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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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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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의사는 한결같이 크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직업으로 꼽힌다. 이런 존경은 대부분 의료 전문가의 진실성을 믿는 데서 비롯한다. 변호사 백에 아흔아홉은 변호사라는 직업에 먹칠한다는 오랜 농담이 있지만, 의사를 놓고서는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효과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확립하는 데 필수인 이런 폭넓은 신뢰를 유지하려면 의학전문대학원 의사면허위원회가 미심쩍은 기질이 있는 응시자의 입학과 면허 응시를 거절해야 한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당시에는 별문제 없었으나 이제는 매우 비윤리적인 것으로 드러난 실험도 있다. 예컨대 1932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공중보건국 연구자들이 진행한 악명 높은 터스키기 매독 실험에서는 매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세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보고자, 매독에 걸린 가난한 흑인 남성들을 치료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다. 의료계가 이런 추악한 역사 기록을 바로잡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 지 이제 겨우 몇십 년이 지났을 뿐이다. 예를 들어 나치에 협력한 의사 프리드리히 베게너Friedrich Wegener와 한스 라이터Hans Reiter의 이름을 딴 병명에는 최근에야 다른 이름을 붙였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었던 심스의 동상도 2018년 철거했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터스키기 실험이 대중에게서 격분을 자아내자, 정부는 비로소 1974년에 국가연구법National Research Act을 통과시켰고, 생의학 및 행동 연구의 연구 대상자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of Biomedical and Behavioral Research를 설립했다. 그리고 1979년에 나온 〈벨몬트 보고서Belmont Report〉와 1981년에 미국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공통 규칙Common Rule에 근거해, 향후 그런 학대를 막고자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립했다. -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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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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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의 유전자가 태아 안에서 왜 갈등하는지를 알려면 유전자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모계 유전자는 현재 태아의 생존에도 신경 쓰지만 앞으로 낳게 될 다른 태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모체를 끝까지 쥐어짜 더는 자식을 못 낳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손해다. 이와 달리 부계 유전자의 관심사는 엄마보다 태아다. 이 여성한테서 태어날 다른 아이 역시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계 유전자는 엄마를 압박하는 유전자들로 선발되며 태반에 자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영역에서만 발현한다. 이런 유전자가 만든 호르몬은 엄마의 혈액 속 영양분 농도를 높이고, 엄마의 행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까지 변화를 일으켜 출산 뒤에 아이를 더 살뜰히 보살피게 한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태반세포는 엄마가 아니라 태아에서 나오므로, 엄마가 아닌 태아를 위해 일한다. 인간의 태반세포는 모체의 혈액에 직접 닿기 때문에 임신부가 태아에게로 가는 영양분을 통제할 수 없다. 유인원도 마찬가지다. 인간에서든 유인원에서든 모체에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쪽은 엄마가 아니라 태반이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실험 장소는 학과 교직원 휴게실, 더 구체적으로는 싱크대였다. 공동 부엌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이런 곳의 싱크대에 더러운 식기가 쌓이지 않는 상황은 기적과도 같다. 그러므로 깨끗한 싱크대는 공공재다. 누구나 이익을 얻지만 유지하기 어려운 것 말이다. 누구나 자기가 어지르고 사용한 것은 직접 치워야 한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을 싱크대에 남겨두고 빠져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게으름을 피운 증거를 마주하면 가장 양심적인 사용자마저 얌체 짓을 하고 싶어질 가능성이 크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실험 장소는 학과 교직원 휴게실, 더 구체적으로는 싱크대였다. 공동 부엌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이런 곳의 싱크대에 더러운 식기가 쌓이지 않는 상황은 기적과도 같다. 그러므로 깨끗한 싱크대는 공공재다. 누구나 이익을 얻지만 유지하기 어려운 것 말이다. 누구나 자기가 어지르고 사용한 것은 직접 치워야 한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을 싱크대에 남겨두고 빠져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게으름을 피운 증거를 마주하면 가장 양심적인 사용자마저 얌체 짓을 하고 싶어질 가능성이 크다. - <협력의 유전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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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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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순간에 일상에 쫓겨서 살고 있습니다. 학생은 시험공부에, 어른은 직장 일 혹은 자식 일에 쫓깁니다. 온통 이런 일들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우리는 그 일과 관련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못합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오늘날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습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정보언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의 언어를,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성경의 언어를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배우려 했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배우려는 것은 정보언어입니다. 속된 말로 정보언어는 돈 버는 데 도움이 되는 언어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하이데거는 우리가 흔히 이성이라고 부르는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이성을 넘어선 근원적인 이성, 즉 시적 이성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는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이성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시적인 이성을 통해서 사물들의 고유한 진리가 드러난다고 여겼습니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Der Ursprung des Kunstwerkes」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묵직한 돌을 들어 올리면서 그 돌에서 어떠한 이론적인 개념으로도 파고들어갈 수 없는 독자적인 깊이와 자체-내-존립In-sich-Stehen과 자생성Eigenwü-chsigkeit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느낌이야말로 돌에 대한 그 어떠한 과학적인 관찰보다 돌의 사태 자체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이 순간에는 그동안 소중하게 생각해온 모든 것이 무가치해지고, 그것들에 집착해온 삶 전체가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껴지지요. 이러한 무상감은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찾아와 우리의 삶과 세계를 전적으로 다르게 드러내는 기분입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기분을 불안이라고 부릅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불안은 말하자면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의 낯설고 불가해한 존재에 대한’ 불안입니다. 따라서 불안이라는 기분을 느낄 때 우리가 불안해하는 대상은 어떤 특정한 무엇이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데거는 ‘불안’이라는 기분과 ‘두려움Furcht’이라는 기분을 구별하여 설명합니다.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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