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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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병은 사회적으로도 만들어진다의학은, 단지 개인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조직체가 환경전체에 주는 영향을 통하여 건강을 침식한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의학적 손해가 사회정치적 전달양식에 의해 산출될 때, 나는 그것을 〈사회적 병원병〉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건강관리의 제도가 형태에 있어서 더욱 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가능하며, 필연적인 것이 된 사회경제적 변모에 의해,건강에 미치는 모든 손해를 가르치고자 고안된다. 사회적 병원병은 많은 형태의 병원(病原)의 종류를가지고 있다. 의료의 관료성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킴에 따라, 불능을초래하는 의존성을 배가시킴에 따라, 새롭고 괴로운 요구를 낳음에 따라, 불쾌와 통증에 대한 인내의 정도를 저하시킴에 따라, 개인이 고생하는 때에 사람들이 양보할 여지를 저하시킴에 따라, 심지어 자기관리의 권리마저도 포기함에 따라 불건강을 낳을 때 사회적 병원병은융성하게 된다. - P61

의학은 어떤 사람의 호소에 대하여 합법적인 질병이라고 하는 렛텔을 붙이고, 호소도하지 않는 타인을 병자라고 선언하거나 또 다른 타인이 호소하는 고통,불구, 그리고 사망조차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권위까지도 갖는다. 22 어떤 고통이 "단순히 주관적인 것"23 이고, 어떤 장해가꾀병이며, 어떤 죽음이 다른 죽음과는 달리 자살인가를 결정하는것도 의학이다. 법관은 무엇이 합법적이고 누가 유죄인가를 결정한다. 26) 승려는 무엇이 성스러운 것이고 누가 금기를 부수는가를 선언한다. 의사는 무엇이 증상이고 누가 아픈가를 결정한다. - P66

진단은 제국주의다의료화된 사회에서는 의사의 영향력이 지갑이나 약상자만이 아니라사람들을 구분하는 분류에까지 미친다. 의료관료는 사람들을 다음과같이 분류한다.곧 자동차운전이 가능한 자, 일을 하여서는 안되는 자, 감금되어야 하는 자, 군인으로 될 수 있는 자, 월경하는 자, 요리하는자, 매춘하는 자, 미국의 부통령으로 될 수 없는 자, 사망자, 범죄를 범할 가능성이 있는 자, 범죄를 범할 경향이 있는 자 등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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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장애의 역사 -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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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애의 역사는 장애인만의 역사가 아니다. 능력 있는 몸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법적·경제적 혜택과 오랜 낙인 때문에 장애인이 겪는 법적·경제적 차별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한 현실이자 개념으로서 살아 있고,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장애의 역사는 미국 역사 전체가 그러하듯, 복잡하고 모순적인 이야기다. 그것은 약탈당한 땅과 몸에 대한 이야기다. 옳고 그름에 대한, 황폐함와 파멸에 대한, 패배와 고집스러운 끈기에 대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대한, 비극과 슬픔에 대한, 변혁적 아이디어에 대한, 자아를 재창조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백인, 장애인, 퀴어 작가이자 운동가인 엘리 클레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몸을 되찾고 세상을 바꾸는 용감하고 시끌벅적한 이야기다".45

-알라딘 eBook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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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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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리히의 사상적 스승인 칼 뽈라니 Karl Pollani 의 이론이참고 될 수 있다. 그는 교역·화폐 및 시장의 여러 기원을 주제로 하여 인류 역사속에 근대서구문명을 위치시켰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경제란 원칙으로 인간간의 사회관계, 곧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근대화와 함께 경제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거꾸로 경제시스템 속에 인간사회가 매몰되었다. 뽈라니는 그것으로부터 다시 벗어나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현대최대의 역사적 과제로 삼는다. - P18

내가 논의하는 것은 현대의 병원에서 비롯되는 유행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가능한 한 광범한 시야와 유효한 힘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진보의긍정적 면에 대하여 그 부정적 면을 평가하는 경우에 도움이 되는 개념적 체계를 일반인에게 주고자 한다. - P22

임상적인 병원병이란, 치료, 의사, 또는 병원★(病院)이 병원(病原), 곧 〈병을 발생시키는〉 인자(因子)가 되고 있는 모든임상적 상태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같은 과도할 치료적 부작용을 〈임상적 병원병〉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것들은 의학 그 자체와 함께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고49) 언제나 의학연구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왔다. 50약물은 언제나 독성을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물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은 약물의 효력 및 그 광범위한 사용2과 더불어 증가되어왔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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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장애의 역사 -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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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t하는 존재다. 역사학자인 린다 커버Linda Kerber가 개인주의라는 미국적 이상의 성차별적 요소를 지적하며 말했듯이, "외톨이 개인이라는 신화는 비유이고, 수사적인 도구다. 실제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1 실제로 의존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의존은 모든 인간의 삶 한가운데 존재한다. 의존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든다.

-알라딘 eBook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중에서

선장의 명령에 그 동료는 완전히 맹인이 된 흑인 39명을 골라냈습니다. 그는 나머지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흑인들의 다리에 무게 추를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비참하고 가여운 이들은 바다로 던져졌습니다.23

노예무역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했기 때문에, 노예에게 장애가 있으면 수익이 감소했다. 당시 널리 퍼진 왜곡된 노예제의 논리, 실명한 사람들은 노동할 수 없다는 지배적인 비장애중심적인 믿음, 그리고 "한쪽 눈만 보이지 않아도 헐값에 팔리"는 상황에서 선원들은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게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사람들을 배 밖으로 내던졌다.

-알라딘 eBook <장애의 역사> (킴 닐슨 지음, 김승섭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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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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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함이 피해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사회는 사회적 폭력을 대할 때 가해자의 행동을 따져 묻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인지 확인하는 데 더 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동정하기 적당한 모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지요. 세월호 유가족 역시 ‘불쌍한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상 규명을 외치자 비난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국회의원은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했고, 사회 곳곳에서는 ‘너만 힘드냐, 그만 좀 나대라’고 핀잔했습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오늘날 대학에서 공부는 영어로 쓰여진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어느 대학도 연구자가 한국 사회의 사건을 한국어로, 그것도 논문이 아닌 책으로 쓰는 일을 권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로 된 책은 매년 여러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대학의 순위를 올리는 데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를 통해 측정하는 대학의 경쟁력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또 그렇게 대학이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한국 사회에 좋은 일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부족함과 계속해서 대면해야 했습니다. 책과 논문을 찾아 읽고 동료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제가 연구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중 가장 나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얼마만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충실히 해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족한 책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알라딘 eBook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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