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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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다. 자신의 병명 혹은 ‘#chronicillness’라는 해시태그를 단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통으로 닫혀버린, 내 방 침대에 가장 진하고 깊은 점이 그려진 삶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배우는 사람처럼 용기를 내어 소통을 시작했다. 아픈 사람들의 연대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 확장되었다. 그들은 한국의 질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묻고 격려해 주었고, 닫혀버린 내 마음을 열어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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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의학과 인문학의 경계 넘기
황임경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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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의사는 어떻게 될까? 어떤 이는 마음의 문을 더 닫고 서비스제공자의 역할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는 깨달음을 얻고 직업 정체성의 변화를 겪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기도 한다. - P474

교양 교육으로서의 인문학을 뛰어넘는 의료인문학의 방향 전환이점차 요구된 것도 이즈음이다. 특히 펠레그리노는 의학의 인문성과도덕성 자체에 주목했다. 과학과 인문학은 앎의 방식 자체가 다르므로 공약 불가능하다. 오로지 의학만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 실존적개인으로서의 인간과 대상화된 객체로서의 인간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의학뿐이다.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라는 유명한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게다가 의학은 본질적으로 도덕성을 띤다. 질병에 취약한 몸을지닌 인간이 아픔을 겪고 도움을 청할 때 이에 응답하고 치유에 나서야 할 책임이 의학에 본질적으로 내재하기 때문이다. 펠레그리노는아픈 이를 치유하는 의학의 도덕적 본질에서 의료인문학의 당위성을찾았고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의학의 휴머니즘 전통을 부활시킨 것이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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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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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다. 자신의 병명 혹은 ‘#chronicillness’라는 해시태그를 단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통으로 닫혀버린, 내 방 침대에 가장 진하고 깊은 점이 그려진 삶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배우는 사람처럼 용기를 내어 소통을 시작했다. 아픈 사람들의 연대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 확장되었다. 그들은 한국의 질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묻고 격려해 주었고, 닫혀버린 내 마음을 열어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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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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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입으로 대변이 나오는 광경은 과학적이라지만, 인간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인 겁니다. 그들이 목도한 똥을 토하는 입이 그 과학과 논리의 아슬아슬한 접점에 있었다고나 할까요. 이토록 의학은 과학이지만 인문학적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요.

-알라딘 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중에서

응급실은 병원 안에 있지만, 바깥세상의 한복판에 있기도 합니다.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응급실에서도 고스란히 그 일과 관련된 소동이 벌어집니다. 그래서인지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하지만, 사회 한복판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슬픔에 젖곤 하지만, 사회라는 곳이 꼭 슬픔만 가득찬 곳이 아니듯 응급실에도 가끔씩 기쁘거나 미묘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날 저는 환자를 하나 잃고 다른 환자들을 정리한 다음 의국에 돌아오자마자 우루과이의 추가골 장면과 우리 대표팀의 패배를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날의 축구 경기보다 그 순간의 그 표정일 겁니다. 그것이 응급실이라는 미묘하고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인간사가 주는 재미라고 해야겠지요.

-알라딘 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중에서

우리나라 법규상 사망의 판단은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다. 소방대원들은 당연히 의사 면허가 없다. 그래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사체를 발견하면, 법적으로 사망을 선고할 권리가 없다. 사망한 지 너무 오래 되어 사체 강직이 있고, 시반이 뚜렷하며, 부패가 시작된 상태여도 법적으로 소방대원은 사체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부패가 시작되고 구더기가 끓는 사체의 입을 벌려 기관 삽관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일은 얼마나비효율적인데다가 충격적인가.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다. 의료 지도 의사가 대신 그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뻣뻣하게 굳은 사체를 발견하면 근무중인 나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현장의 상황과 사체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다. 나는 그 설명을 가려듣고 객관적인 증거를 찾는다. 그리고 그 죽음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이렇게 말한다. "네, 심폐소생술은 유보하겠습니다. 사후 조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일의 ‘거의’ 전부다.

-알라딘 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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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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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처럼 그 말이 내 몸속에 들어온 순간, 머릿속에 들어차 있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이 싹 달아나버렸다. 이곳에서 이 말을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내가 주치의였다. 나는 의사라는 명찰을 달고 내 환자의 존엄과 고독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자기혐오가 들어 구역감이 밀려왔다. 나는 처음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열어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그것은 내가 몇 년 만에 사용하는 중국어였다.
"당신은 죽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곧 편히 잠들 것이고, 눈을 뜨면 당신의 남은 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당신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당신을 살려낼 겁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더이상 중얼거리지도 않았다. 의외의 모국어를 들어서인지, 아니면 의식이 떨어져서인지 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그러고 고개를 바로 놓고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곧, 그를 실은 침대가 수술방으로 빨려들어갔다.

-알라딘 eBook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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