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첨단 장비 및 기술에 대한 의존성은 과학기술 또는 의료기술에 내재한 경향성이나 동력의 결과가 아니다. 어떤 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 채택되고 촉진되는 데, 또는 기각되고 위축·소멸하는 데는 일정한 사회적 조건과 맥락이 작용하며, 이 또한 권력관계가 작동한 결과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코로나19 백신이 좋은 예가 아닐까. 다른 신종 감염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백신기술이 개발되고 대량생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대규모 수요가 존재하는 데다 선구매 등을 통해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주지하다시피 수명 증가와 현대의학의 발전 방향 속에서 ‘밥숟가락 뜰 수 없는 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질병, 장애, 노화 중 무엇이 계기가 되든 피해가기 쉽지 않은 우리의 미래이다. 그리고 모두가 밥숟가락 뜰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상태가 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는 만성질환의 시대이다. 이상적인 건강한 몸은 많지 않으며, 상당수의 시민은 일상적으로 아픈 몸을 적당히 관리하며 질병과 공존한다. 그렇다면 아프고 병약한 몸은 어떤 조건과 관계 속에서 약자화되지 않고, 불행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질병권’을 주장해 왔다. 건강의 손상이 삶의 손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질병에 대한 사회의 제도와 태도가 바뀌면 아픈 몸들도 지금처럼 불행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으며, 질병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비혼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가부장적 결혼제도에 부응하는 삶이 수치스러워서, 성소수자라서 혼인신고가 불가능해서, 독점적 관계가 싫어서, 그저 혼자인 삶이 좋아서인 친구도 있다. 어쨌거나 다들 비혼이라는 방식 자체가 가부장적 가족제도,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에 균열을 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현행법은 노동시간이 월 60시간(4주간 주 평균 노동시간이 15시간인 경우)에 못 미치는 이른바 ‘초단시간노동자’에 대해서는 주휴 수당, 퇴직금, 연차휴가(미사용 시 수당 지급)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험료의 일부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직장 가입 의무도 없어진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노동시간이 주 15시간을 넘느냐 마느냐는 사업체 전체 인건비 규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같은 자본주의 사회경제체제에서도 보건의료 생산 조직과 의료와 돌봄 등 생산물의 특성은 달라질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보건의료의 ‘생산양식’이 어떤지에 따라*, 미시적으로는 이윤 추구의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생산 조직의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거시적 생산양식과 미시적 이윤 추구의 동기는 독립적이거나 병렬적이라기보다 한쪽이 다른 쪽을 규율하고 의존하는 관계이다. 미시적이라 표현한 이윤 추구 또한 우연히 나타나는 개인의 성향이라기보다 생산체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적인 요소이다. 같은 비영리병원도 어떤 국가 소속이냐에 따라 영리 추구 행태가 다르고, 같은 체제 안에서도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수익 추구 행태가 다른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만나는 의료인문학
토마스 R. 콜.나단 S. 칼린.로널드 A. 카슨 지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 / 광연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학이 의학적 수련의 일부로 편입되면 과학과 인간 경험 사이의 틈새를 좁힐 수 있을것으로 추정되었다. 목표는 좀 더 인간적인 의사를 교육하고 의학이 학문된 전문직이라는개념을 되찾는 것이었다. -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배려’의 본모습은 곧 드러났다.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며 건물 외벽에 내걸었던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포스터는 소위 대박이 났다. 직관적인 전달력과 표현 때문이었다. 왼편에는 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으며, 오른편에는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이는 공익이라는 감투를 쓰고 감염병의 문제를 개인화하고, 장애인(특히 호흡기를 착용하는 장애인)의 삶을 비참하면서도 공동체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혐오 발화하는 캠페인의 전형이었다. 오른편에 누워 있는 이가 청도대남병원 폐쇄 병동에 갇혀 있던 정신장애인인지, 콜센터의 노동자인지,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인지 포스터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방역에 도움이 되는 몸과 방역을 위협하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몸을 나누고, 왼편의 사람은 오른편의 사람의 비용을 같이 부담하고 있다는 논리만 보여줄 뿐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존 정신의학 패러다임 안에서 의사들은 당사자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진단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하지만 그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아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당사자이다. 오픈 다이얼로그에서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되레 ‘연민’을 가지고 환자와 관계 맺는다. 여기서 연민은 동정과 시혜의 감정이 아니다. 페마 초드론Pema Chodron의 말처럼 "연민은 치유자와 상처받은 자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평등한 사람들 간의 관계이다. 우리 자신의 어두움을 잘 알고 있을 때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어두움과 함께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공유된 인간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연민은 현실이 된다".8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