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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인 더 뮤지엄 -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
진회숙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6월
평점 :
예술의 두 축인 미술과 음악은 시각과 청각예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영감을 얻어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두 분야의 예술을 감상하는 이에게 두 분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하기도 하고, 음악에서 미술을 연상시키거나 미술에서 음악이 연상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게 되기도 한다. 음악칼럼니스트 진회숙의 '클래식 인 더 뮤지엄'은 음악과 미술을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워낙 여러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음악, 미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이 쏟아지다보니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지만, 저자가 소개한 음악을 찾아 들으며 책에 실린 작품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제1장에서는 현대음악과 현대미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예술가의 이름이나 작품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음악들도 많이 등장하다보니 책을 읽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며 작품을 감상해 보곤 했다.
예를 들면, 리세티의 '100대의 메트로놈을 위한 교향시'는 7분 42초의 영상을 찾아봤었는데,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다. 100대의 메트로눔은 각자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하나의 타악기가 되어 연주가 되는 듯 하다가 하나씩 멈추어 감에 따라 각각의 악기로 분화되어 하나의 소리만 남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이었다. 이것을 작곡했다고 해야할지 참 난감한 작품이었을 것 같은데, 작곡가 리게티가 1962년 발표된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놀라웠다. 저자가 소개한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캠버스에 물감을 뿌리는 과정이 불규칙한 것 같아도 잭슨 폴록만의 스타일을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악기를 오브제로 한 프랑스 조각가 아르망의 작품 '협주곡'이나 '낙원의 새들', '진화'를 보며 이 작품들이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도 연주가능한 악기였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오늘날 전자악기들이 있기 때문에 전자 장치를 장착해서 작품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실제로 연주될 수 있는 악기였으면 더 놀라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장부터는 1장에 비해 친숙한 음악가들의 음악과 화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떠올리거나 그림을 보면서 음악이 떠오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보티첼리의 그림 <봄>을 보며 저자는 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중 2부 '봄'이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보니 '봄'에 관한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찾아 들어봤는데, 환상적이고 은은한 느낌의 합창과 악기들의 연주가 보티첼리의 그림 <봄>과 어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과 상드의 초상'을 보며 쇼팽의 발라드 1번을 들으며, 들라크루아와 쇼팽 그리고 상드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발라드 1번의 선율처럼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쇼팽과 상드의 사랑과 결별만큼 '쇼팽과 상드의 초상'이 하나의 그림이었는데 둘로 나뉘어졌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지금 이 그림들은 어디 있을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쇼팽의 초상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상드의 초상은 덴마크 코펜하겐 오드르룹고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한편, '발라드'라는 음악 장르가 '이야기가 있는 노래'라는 뜻이라는 것과 쇼팽이 '콘라드 왈렌도드'라는 기사단장의 이야기를 노래한 서사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 발라드 1번이라는 것이었는데, 음악적인 흐름과 서사시의 내용과의 연결성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음악이든 미술작품이든 원래 창작자의 의도대로 대중이 공감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을 보며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클래식 인더 뮤지엄'은 공연장과 미술관을 찾기도 조심스럽고, 다가온 여름 휴가철에 여행가기도 조심스러운 코로나 시대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주는 좋은 힐링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