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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평점 :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복제 성공'이 허위였다고 국내외에서 떠들석했던 때가 벌써 10여 년 전의 사건이 되었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 연구가 성공되었고 이후 많은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 많은 불치병을 앓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실들이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연구결과의 시간적 선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과 명예를 쫓은 것임을 알게 되어 너무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어떠한 숭고한 목적도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전문적인 기술과 연구에 치중한 이들에게 전공분야 뿐 아니라 바른 가치판단과 폭넓은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는 윤리 교육, 인문학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의사인 예병일 의대교수가 쓴 <의학, 인문학으로 치유하다>는 이러한 과거 사건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10여 전에 출간되어 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든지 일반인이든지 읽어두었다면 허위연구발표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진실을 알게 되어 온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의학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왜 의학에서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설파하며 역사, 미술, 영화, 윤리, 법, 문화, 사회, 과학과 연계하여 어떤 가치판단의 문제가 있으며,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가 받는 의료 혜택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불과 1~2세기 전만해도 백신이나 다양한 병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헤택을 받지 못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16세기 베살리우스가 남긴 해부도와 렘브란트와 같은 화가들이 남긴 그림들을 통해 과거 역사 속에서 의학이나 의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을 엿볼 수 있었으며, 역사적인 사건 속에 나타난 유행병이나 사망 원인들을 추정해본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했다.
'CSI'나 '그레이 아나토미'와 같은 의학 드라마에서부터 '안녕, 헤이즐'이나 '감기'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의학적 이슈들과 의학적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며, 낙태나 치료받지 않을 권리, 안락사 등과 같은 이슈들을 통해 환자의 권리와 의사의 윤리선언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의 민감한 의학적 이슈인 환경파괴로 인한 새로운 질병문제와 초고령사회에서의 건강문제, 한국 건강보험제도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에서부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 유전자치료법이나 맞춤의학 등과 같은 과학발달과 관련된 의학 이슈 등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슈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특정 병에 대한 치료법을 안내해 주는 의학 서적이 아니지만, 의학 전공자이든 아니든지 간에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병과 치료받게 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기에 누구나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의학인문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