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토템과 터부 ㅣ 미래지식 인문 고전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원당희 옮김 / 미래지식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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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인과 신경증 한자의 영적 생활에서 몇 가지 일치점

 

미래지식에서 출판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의 <토템과 터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완성하는데 청사진이 되는 4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토템과 터부>(1912~1913)는 1912년에 창간한 잡지 <이마고>에 발표한 네 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진다. 네 편의 논문은 <근친상간 기피 현상>, <터부와 감정 사이의 양가성>, <애니미즘, 주술과 생각의 만능>, <토테미즘의 유아기적 회귀>이다. 230페이지 분량의 짧은 책에 네 편의 논문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거로 기대했는데 프로이트 박사의 사상 체계는 심오했다.

 

음… <토템과 터부>는 프로이트 박사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학 입문>의 중간 역할을 하는 책이라 두 편 중 한 편이라도 읽었더라면 더 이해가 쉬웠을텐데, 기회가 닿으면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학 입문>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Photo by Ryan Stone on Unsplash

이 책을 저술한 당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 체계를 정립했으나, 좀더 구체적인 사례로 자신의 이론을 완성하고자 했다. 자신이 후계자로 믿었던 칼 융의 이탈과 그의 이론인 <리비도의 변화와 상징>에 대해 완벽한 이론으로 우세를 점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리라.

 

19세기 무의식을 강조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매료된 칼 융은 그를 찾아가 13시간의 대담을 통해 프로이트의 인간 기저의 무의식 이론을 공감한다.

 

시간이 지나 융은 프로이트의 이론들 중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데, 유아도 성욕을 느낀다는 유아 성욕론과 모든 무의식의 기저에는 성 충동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는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융은 정신분석학회를 탈퇴하고 분석심리학회를 설립한다.

 

나 역시 평소 프로이트 박사가 말하는 성인의 우울증과 성격을 좌우하는 어린 시절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기인하는 어린시절 성적인 행동의 영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 시절의 성적인 행동이 성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 박사는 신경증 환자와 원시 부족인 미개인의 성향에서 일치하는 점을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직접 원시 부족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해당 부족에 체류하며 그들의 습성과 사회생활을 관찰한 도서를 보고 자신의 연구를 지속한다.

 

첫 번째 논문인 <근친상간 기피 현상>은 근친상간 금지와 족외혼에 관하여 다루면서 궁극적으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인류학적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5쪽)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시 부족 중 같은 토템을 섬기는 사람은 서로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서로 결혼해서도 안 된다는 규칙이다.

 

토테미즘에 따른 터부는 오늘날 강박신경증 환자의 접촉 기피나 정화로서의 씻기 행위와 유사성을 지닌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두 번째 논문인 <터부와 감정 사이의 양가성>은 터부와 강박신경증을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우리에게는 금지라는 의미로 잘 알려진 터부는 한편으로는 ‘신성한’이라는 의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위험한, 금지된, 부정한’이라는 의미이다. 터부의 의미는 상반되는 양가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터부 금기는 토테미즘의 두 가지 기본 법칙이다. 즉, 토템 동물은 죽여서는 안 되고, 같은 토템을 섬기는 종족의 이성과는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 (59쪽)

 

강박신경증 환자에게는 어떤 특정한 사람에 대한 감각적 애착이 강렬할 영우 애틋한 사랑의 배후에 무의식적 적대성이 엿보인다. 미개인의 죽은 자에 대한 터부는 강력하게 작동하지만, 죽은 자의 애도에는 적대성이 숨겨져 있다.

 

 

             Photo by Mohamed Nohassi on Unsplash

 

세 번째 논문인 <애니미즘, 주술과 생각의 만능>은 원시 미개인과 신경증 환자에게 쉽게 나타나고 우리도 흔히 접할수 있는 현상이다. 생각의 만능을 믿는 미개인들의 경향은 정신분석적으로는 나르시시즘의 단계에 해당하고, 생각의 만능을 신에게 양도하는 단계는 종교적인 단계에 해당한다.

 

 

네 번째 논문인 <토테미즘의 유아기적 회귀>는 인간의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토테미즘 아래에서의 족외혼은 현대의 가족 구성원이 가지는 공동체에 대한 결속보다 강했다.

 

프로이트 박사의 결론은 종교, 윤리, 사회와 예술의 시초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로 결론짓는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모든 신경증의 핵심을 형성한다는 정신분석학의 확증과도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프로이트 박사는 판단했다.

 

현대인에게 가장 커다란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사상가 중 한 명인 프로이트 박사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토템’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구성원의 공유와 결합으로 나타나고, ‘터부’의 의미도 금기보다 신성한 의미의 적대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인간성의 본질을 규명하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토템과터부 #지그문트프로이트 #원당희 #미래지식 #철학 #터부 #금기 #토테미즘 #애니미즘 #책좋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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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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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파람북에서 출판한 신정일 선생님의 <조선천재열전>은 조선 시대 천재로 알려진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선생에 관한 이야기다.

 

 

신정일 선생은 문화사회학자이다.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관동·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불러온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 조선천재열전 책날개 중 ]

 

“현장을 발로 뛰어야 한다.”라는 말에 가장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 저자라고 평소 생각했다. 우리 역사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와 근래 연구하고 있는 동학농민운동 연구를 담은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를 집필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였던 김개남, 손화중 장군의 추모비를 세우는 데 노력했다고 한다.

 

사진기를 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티비에서도 곧잘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 도서 <조선천재열전>은 9명 천재의 발자취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매월당 김시습은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했다.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고, “배우면 곧 익힌다”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시습(時習)’이라고 지었다.

김시습은 말을 느릿느릿하게 했지만, 정신은 민첩하여 비록 읽지 못하면서도 그 뜻을 다 알았다고 하니 천재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그를 규정하는 또 다른 말은 생육신이다. 계유정난으로 세조의 정치가 엄정할 때, 3일간 크게 통곡하며 책을 불태웠고 거짓으로 미친 체하며 머리를 깎고, 스스로 설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미친 사람 행세를 하며 전국을 떠돌았다.

 

사육신의 거열형을 듣고 그들의 시신을 수습한 이도 김시습이라고 한다.

 

김시습은 무오사화 때 죽임을 당한 김일손과 깊이 사귀었다고 한다. 김일손을 찾아가 어울리던 중 김시습은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을 사초에 올리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이는 이후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사화의 단서가 된다.

그는 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중 최초의 한글 소설인 <금오신화>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Photo by KS KYUNG on Unsplash

 

<조선천재열전>에 등장하는 인물 중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은 동시대를 살았다. 심지어 이이와 정철은 동년배이다. 이이는 13세가 되던 후 과거시험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진사 초시에 합격했다. 이이는 무려 9번이나 장원에 급에 ‘9도장원공’이라 불리었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이가 크게 될 인물임을 알고 시기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의 명석함이 얼마나 두드러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율곡이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3년 상을 치르고 그는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다. 조선 시대 불교에 의탁한다는 것은 천대를 각오해야 할 일이었다. 1년 동안 봉은사에서 지낸 율곡의 행적은 평생을 따라가는 꼬리표가 된다.

 

그는 일생을 조선의 최고 집권자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입 수험생이 가장 애증 한다는 송강 정철은 뛰어난 글을 많이 남겼다.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 할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빼어난 천재 시인이자 실패한 정치가였던 정철은 광주 무등산 자락의 송강정에서 <서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지었다.

 

정철은 정치가의 필수 요소인 관용과 포용력이 없는 성품을 지녔다. 어린 시절 형과 매부의 처참한 죽음과 아버지의 오랜 귀양 생활은 정철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명종 대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정치 생활을 하지만, 선조에 이르러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선조 시절 이조판서였던 유성룡이 우의정이 되어 서인의 영수 좌의정 정철을 찾아가 세자를 세우는 일을 건의하자고 한다. 당시 영의정이었던 이산해는 두 사람이 설득하면 같이 선조에게 건의할 거로 기대했지만, 이산해는 의논하기 위한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다 인빈 김씨의 오빠에게 정철이 인빈 김씨와 신성군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전했다.

 

아무것도 모른 정철은 선조에게 세자로 광해군을 책봉을 건의하여 모함을 받기에 이르고 파직당한 채 귀양을 떠난다.

 

서인을 몰아낸 동인 세력이 제대로 권력을 장악하기도 전에 1592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바다를 건너 조선을 침략했다.

 

 

조선의 천재로 평가받는 이산해는 고려 말 문장가인 이색의 후손이다.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의 형 이지번의 아들로 그가 태어났을 때, 이지함은 “아이가 기특하고 영리하니 꼭 잘 보호하십시오.”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산해의 사위는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덕형이고, 한산 이씨는 현대 이문구 선생에 이르기까지 집안에 문재를 많이 배출했다.

6세에 훌륭한 글씨를 써서 주위 사람에게 신동으로 알려졌다. 당대의 천재였던 이이도 이산해를 칭찬했고, 선조도 그의 시와 글을 높게 평가했다.

 

이산해는 선조 때 ‘정여립의 역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같은 계열인 동인에게 배척받았다. 그는 병을 핑계로 벼슬을 사양했으나 선조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후일 평해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이산해는 많은 글을 남겼다.

 

 

           Photo by SeongPhil Jang on Unsplash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는 <매천야록>을 지은 황현이다. 선생은 동학농민운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한 <오하기문>과 고종이 즉위한 1864년 전후부터 기술된 편년체의 구한말의 역사서인 <매천야록>은 조선 후기를 이해하는 필수 작품이다.

 

일부에서는 <매천야록>에 대해 매천이 풍문에만 따라 쓴 풍문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저자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매천은 고향에서 신문과 관보를 통해 당시 상황을 관찰하고 작품을 저술한 것으로 판단한다.

 

<오하기문>에는 동학의 지도자 김개남의 동학 활동과 그의 체포 과정이 자세히 실려 있다. <매천야록>은 정사는 아닌 야사이지만, 당대를 살았던 사람이 당대를 공정한 입장에서 비판한 보기 드문 작품이기에 정사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

 

그는 을사오적인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의 찬성한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식음을 전폐하고 여러 날 통곡했다. 그는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소주에 아편을 섞어 마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천은 전통 유학을 공부한 마지막 선비로서 위정척사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갑오개혁 이후 매천의 생각은 바뀌게 된다. 그는 서구 문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받아들여 국권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황현 선생이 남긴 <매천야록>을 다음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에 관해서도 기억해야 할 많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의 유학을 중시한 선비의 나라였지만, 나라를 개혁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자 노력한 이들을 진정한 천재라 할 수 있다.

 

신정일 선생님의 <조선천재열전>은 잊고 있던 조선의 개혁가이자 천재였던 이들의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조선천재열전 #신정일 #파람북 #역사 #조선인물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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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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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이 숨결과 하나 된 여정

 

라온북에서 출판한 유지안 작가님의 <오늘이 여행입니다>은 예술과 문화를 빛낸 별들은 흔적을 찾아다닌 기록물이다.

 

저자는 중·고등학교 교사와 문학 읽기 지도교사로 오랜 세월 아이들과 함께하며 2011년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어린 시절 꾸었던 작가와 화가의 꿈을 늦은 나이에 이루며 살았다. 상실의 고통과 투병 중, 쉰 후반에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후, 홀로서기를 위해 2017년 10월 인도를 시작으로 900일간의 세계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 오늘이 여행입니다 책날개 중 ]

 

                Photo by Joss Woodhead on Unsplash

 

저자는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별과 본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아들과 여행을 떠난다. 남편의 사진을 배낭에 챙겨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곳에 도착하면 사진으로나마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의 ‘순수 박물관’에서 위로받았고, 100여 곳 예술가의 생가와 작업실 그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상실과 육체의 고통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예술과 문화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한 번쯤 궁금한 장소의 상당수를 저자는 900여 일 동안 31개 나라와 160개 도시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찾아다니고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관에서 만난 조지아 오키프의 <흰 독말풀>을 보고 저자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죽음에 생명을 불어넣은 그녀의 강렬한 작품을 보고 노년의 화가를 꿈꾸었다.

 

저자는 이탈리아 피사 인근의 모딜리아니 생가가 있는 리보르노로 찾아갔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잔 에뷔테른, 작가 아내의 초상>은 그들의 불행했던 인생을 투영한 듯 슬픔이 느껴졌다. 1917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미술학도인 그녀는 열아홉 살, 모딜리아니는 서른세 살이었다. 1920년 온갖 병을 달고 살았던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쓰러졌다. 그가 사망한 후 이틀 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모딜리아니>에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을 그릴 수 있을 거야.” 모딜리아니는 아내 잔의 영혼이 담긴 눈을 그리고 싶었고, <스카프를 맨 잔 에뷔테른> 속에는 그녀의 눈이 희미하게 보인다.

                  Photo by Alex Vasey on Unsplash


세잔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엑상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화가는 다른 날짜와 시간대별로 산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 광장의 모습이다. 렘브란트 판 레인은 빛과 어둠을 절묘하게 이용한 화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 <야경>은 렘브란트의 명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의뢰받은 집단 초상화이다. 작품의 진짜 제목은 <프란스 반닝코크 대장의 민방위대>다. 이 작품이 <야경>으로 알려진 이유는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바른 니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게 변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낮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이 지금은 마치 밤의 한 장면을 그린 듯 어둡게 보인다.

 

저자는 렘브란트 생가를 방문해 애칭 룸과 침실과 렘브란트 광장에 있는 <야경>의 동상으로 가득 찬 야경 기념비를 소개한다. 이 작품이 동상으로 존재하다니 너무 보고 싶었다.

 

 

작가로는 <작은 아씨들>의 루이자 메이 올컷의 미국 콩코드와 <빨강 머리 앤>의 캐번디시의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몸을 던지 다리와 톨스토이의 부인이 빠졌던 연못과 그의 저택은 평소 궁금했던 곳들이라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헤세의 동상이 있는 독일 칼브는 다음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한 권의 책에 이토록 많은 예술가의 발자취와 흔적을 담아내는 것은 놀라운 여정이었다. 수 세기 동안 문화를 주도했던 예술가와 현대를 상징하는 리버풀의 ‘비틀스’에 이르기까지 33인 모두 누구 하나 기억에 남지 않은 이가 없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늘이여행입니다 #유지안 #라온북 #여행 #여행에세이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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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 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혜남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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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포르체에서 출판한 김혜남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과거 지병이 생기기 전 영화를 보며 분석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물론 최근의 영화도 있지만, 올해로 발병한 지 20년이 지나다 보니 다루고 있는 영화는 90년대 2000년대 영화가 많이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선생이 분석한 영화의 내용을 보며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영화가 그런 내용인지 새롭게 알게 된 작품이 많았다.

 

영화라는 매체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정도는 다양하고 작가와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김혜남 선생님은 뭐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대표하는 분이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환자를 대하듯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Photo by Samuel Regan-Asante on Unsplash

 

일례로 ‘가위손’의 손이 상징하는 것은 성적 상징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소년의 발달과정이 미숙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저자가 설명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남성성의 상징이 덜 자란 모습이란 사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신분석학을 집대성한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사람의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나는 이게 어느 정도 늘 궁금했다. 이런 관점은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파생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하니 프로이트의 이론이 궁금하다.

 

 

김혜남 선생은 우리에게 <서른 살 심리학에게 묻다>, <오늘을 산다는 것>,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상처받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많은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루게릭병이라는 치유하기 힘든 병이 40대 초반에 찾아와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공부를 포기하고 대신 선택한 길이 자신의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한다.

 

의사가 가장 멋있어 보일 때는 자신의 지식으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현장에서 진료하는 것도 은퇴하시고, 글을 쓰는 것도 손이 떨려 더는 집필도 할 수 없다고 선언한 선생의 마지막 선물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는 작품이다.

 

요즘은 우리나라 지성인이라고 불리던 분들의 지병 소식과 건강으로 절필하게 된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저려온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녀는 인간 본질의 심리학적 요소를 등장인물을 통해 파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Photo by Jakob Owens on Unsplash

 

몇 년 전 선생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은 구절이 있다.

 

“현재는 조금 불편할 뿐이고, 미래는 조금 불확실할 뿐인데 미래의 일로 현재를 망칠 필요는 없다.”

 

“현재의 나를 감사하고 현재를 즐겨라”

 

우리는 모두 “지금 이 순간 가장 빛나고 있는 존재이다.”

 

<귀여운 여인>의 백만장자 루이스는 거리의 여인 비비안을 만나 그녀를 우아한 귀부인으로 탈바꿈시킨 후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27쪽) 그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를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는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에서 유사한 성향을 찾을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우울증에서의 구강-가학적 환상이 잘 묘사된 작품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구강기적 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우울증에서의 리비도는 구강-가학적 시기로 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생후 첫 1~2년 동안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가 문제가 있을 경우, 아이가 구강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착될 수 있다고 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는 소년이 어머니와 밀착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오이디푸스 적 욕망 때문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오히려 어머니를 증오한다. 그는 모든 여자의 인간성은 무시하고, 진실한 인간관계를 회피하며, 모든 여자는 단지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는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히로코는 죽은 약혼자의 기억에 갇혀 현실에 안착하지 못한다. 여자 이츠키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물이다. 주목할 점은 3주기를 지내는 일본의 제례 문화다. 그들은 아무도 슬퍼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고 슬픔을 삭히는 것이 일본 고유의 문화인지 궁금하다. 또한 일본의 제사 문화도 우리와 비슷한지 늘 궁금한 터였다.

 

두 노인의 죽기 전 남은 시간을 보내는 로브 라이너의 <버킷리스트>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던진다.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의 감정의 변화를 포착한 샘 멘데스의 <아메리칸 뷰티>, 부부의 성적 판타지를 다룬 영화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샷>에 관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에 관한 색다른 분석으로 우리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위로하는 김혜남 선생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제목 자체가 많은 시사할 점을 던진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것에의미가있다 #포르체 #김혜남 #정신건강학 #에세이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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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K를 보다 - 한류는 어떻게 국경을 넘어 문명이 되었는가
정호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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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어떻게 국경을 넘어 문명이 되었는가

 

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한 정호재 선생님의 <다시, K-를 보다>는 한류에 관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정호재 작가님은 한국의 제도권 안쪽에서 학업과 직장 생활을 이어왔다. 언론사 기자 생활을 짧지 않게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내국인과 이방인, 주류와 경계인, 그리고 예술인과 야심가 들을 통해 한국(K-)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경험했다.

[ 다시, K-를 보다 책날개 중 ]

 

BTS 진이 생일날 발표한 ‘슈퍼참치’가 며칠 안에 세계에 퍼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찍이 문화적으로 한국이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2021년 오징어 게임은 마치 신드롬처럼 세계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주 넷플릭스 세계 순위는 이것이 세계 순위인지 한국 순위인지 헷갈릴 정도다. 10위 안에 한국 드라마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한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BTS가 각국의 음원 순위를 1위를 차지하는 소식이 매번 있었던 일처럼 당연하게 느껴지고, 영화계에서 전하는 기생충, 미나리의 수상 소식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저자가 전하는 통찰은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한류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오가며 과거에는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곳곳에서 미디어에 드러난 한류와 그 영향력을 관찰하고 문명론을 연구하는 언론인 출신이라 그가 전하는 통찰력은 날카롭다. 단순히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한류가 오늘날 위치를 가질 수 있는 계기와 사건, 당시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알 수 있다.

 

한류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지만, 어느덧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중국의 문화와 일본의 대중문화였다. 일본은 1980년대 초, 세계 경제를 주름잡을 때 일본 문화 역시 세계로 수출되었다. 저자는 1980년대 일본 문화를 이끌었던 애니메이션이 아시아 지역에 값싸게 대거 보급되며 ‘아시아 문화’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의 부재와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1985년의 ‘플라자 합의’는 부동산 가격 폭락을 가져왔고, 일본의 고민은 ‘일본인은 누구인지?’라는 고유의 정체성 문제에 집중하고 대중문화가 세계를 지향하기보다 국내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케이팝의 역할은 지대했다. SM과 JYP 같은 기획사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중국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동남아 출신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YG의 산다라박 영입이었다.

 

필리핀에서 ‘필리핀보아’로 불리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한국에 인지도를 넓혔다. YG의 2NE1 그룹 활동은 케이팝이 아시아를 벗어나 미국에서 흥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태국, 홍콩, 싱가포르 같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었던 소녀시대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카라의 선전과 2NE1은 미국 대륙에 케이팝을 알렸다. 산다라박은 타갈로그어를 구사했고 필리핀인은 2NE1은 친근하게 여겼으며, 미국 내 4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커뮤니티에 이들의 음악을 전파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형기획사 SM, JYP, YG, 하이브의 철학과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아시아 문화를 돌아보는 시간도 의미 있었다. 만주의 헤로인 이향란에서 아시아 전역을 ‘야래향’이란 아름다운 노래로 수놓았던 등려군과 일본 가요 시장에 진출한 조용필,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아이유의 이야기는 가요가 대중에게 전달되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아시아 문화를 주도했던 ‘전공투 문화’와 도시 속 개인의 소외, 우울함을 알린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루키 소설에서 드러나는 정서를 화면으로 구현한 듯한 왕가위 감독의 전하는 홍콩에 관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아무래도 아시아 문화를 논하는데 중국을 빼놓을 순 없다. 중국의 한한령이 케이팝의 경쟁력을 키웠다는 설명은 귀에 쏙 들어왔다.

 

2016년 쯔위의 대만 국기를 가지고 방송에 잠깐 가지고 나온 사건은 대만의 민진당 정권을 만들었다. 중국 현대사에서 국민당이 공산당을 섬멸하기 바로 직전 터져 중국과 대만 역사의 변곡점이 되었던 1936년 시안사태의 장개석과 장학량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만은 우리에게 최우방 국가였다. 장개석 총통은 김구 선생의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지원했고 한국의 독립을 최초로 선언한 카이로 선언의 연합국 대표를 설득해 이를 관철한 이도 장개석 총통이다. 타이베이 중정기념관 박물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을 빌리기 위해 대만을 방문할 당시 사진이 걸려있는데, 대만 처지에서 보면 독립과 나라가 일어설 때 도움을 주었던 나라가 한국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쯔위의 대만 국기는 대만인에게 독립에 관한 정체성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현재까지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집권하고 있고, 민진당의 대만 독립 정책은 중국에선 결코 묵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저자가 오랜 시간을 미얀마에서 보내서인지 미얀마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미얀마의 미옌링에 관한 이야기가 <금병매>, <옥보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미얀마 역사학자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미얀마는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의 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굶주릴 동안, 쌀을 지원한 나라이다. 우리와는 비슷한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는듯하다. 얼마 전 나홍진 감독의 영화 <랑종>이 태국에서 촬영되었는데, 미얀마도 불교국가지만 민중은 낫 신앙을 믿으며 이는 무속신앙을 믿는다.

 

아시아 곳곳에서 문화가 가지는 다양한 영향력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롭다. <다시, K-를 보다>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와 이문세의 별밤을 들었던 사람에게는 아주 많은 공감대와 지난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시K를보다 #정호재 #메디치미디어 #인문 #교양 #한류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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