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라운
이인애 지음 / 좋은땅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끝, 세상의 중심에서 모두가 주목하지 않았던 목숨을 건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오늘 소개할 좋은땅에서 출판한 이인애 작가의 <닥터 브라운>이다.

 

모험 소설이고 로드 무비라 할 만큼 세계 여러 곳에서 펼쳐지는 닥터 브라운이 숨겨둔 보물을 찾아 떠나는 북한 꽃제비 출신의 유나와 그의 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다음과 같다.

 

베이루트, 북한, 다마스쿠스, 베이루트 국제공항, 팔미라, 로마, 지하 궁전, 아피아 가도, 타드무르 비밀 감옥, 카타콤, ISIS 신부들, 구원, 서울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동지역을 주무대로 그야말로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닥터 브라운의 보물은 논외로 하고 소설을 읽는 동안 이 많은 곳들을 전부 다녀와서 소설로 엮어낸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찾고 있던 보물은 여성과 아동이라는 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꽃제비라고 하면 북한에서 먹을 것이 없어 여기저기 떠도는 아이들을 말하는데, 북한의 천리마 운동 이후 기근으로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탈북하는 과정은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건너야 하기에 말도 못 하는 고생을 하고 넘어온다고 들었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 유나의 경험이 허구지만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쓰였다고 생각했다.

 

중동의 여성 인권은 말할 것도 없다.

 

ISIS 대원들에게 10대에 결혼하게 된 소설 속 인물은 20살이 되기 전에 여러 차례 매매혼을 당하게 된다.

 

생리 기간 감옥에 가두어 두는 곳도 있고, 아직도 여성에게 할례를 시키는 곳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명예살인이 벌어지는 곳들이 소설 속에서 등장한다.

 

동양의 파리라고 불리던 베이루트가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와 난장판이 되어버린 것과 다마스쿠스의 변해버린 모습.

 

폐허가 되어버린 알레포와 세계 유산들이 즐비한 팔미라에서 보물들을 폭파하는 IS 대원들의 모습이 교차하여 소설을 읽는 동안 아련함을 느꼈다.

 

특히 작은 새라는 부모를 잃고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작년 영화 <가버나움>에서 레바논 12살 소년 자인이 여동생 사하르와 결혼하려는 아저씨를 칼로 찌르는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닥터 브라운>을 읽는 동안 주인공 유나의 외할머니를 지키지 못한 과거가 현재까지 치유하지 못한 아픔으로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아껴야 할 보물은 여성과 아동이라는 점을 이 소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아직은 교류가 많지 않지만 무슬림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닥터브라운 #이앤애 #좋은땅 #꽃제비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나고 만나고 사랑하라 - 사랑은 스페인에서 이별은 쿠바에서
윤정실 지음 / 프로방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치유 에세이

 

오늘 소개할 책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세이인, 프로방스에서 출판한 윤정실 작가님의 <떠나고 만나고 사랑하라>이다.

 

사랑은 스페인에서 이별은 쿠바에서라는 부제를 가진 <떠나고 만나고 사랑하라>는 금융전문가인 윤정실 하나은행 팀장이 평소 갈고닦은 살사 실력이 인연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은 한다.

 

윤정실 팀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고잡이이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컴퓨터를 전공했으나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다시 신학대학원을 등록한다.

 

자신이 만든 버킷리스트를 꾸준하게 달성하려 노력하며 23개국의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가지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꾸준히 연습한 살사 실력은 스페인 연수를 가는 동안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국제 살사 축제 기간 스페인에 거주하는 콜럼비아 출신의 망명 생활을 하는 안토니오를 만나게 된다.

 

스페인에서 생활하는 동안 친해진 가족들과 어울리는 동안 사귀게 된 안토니오는 고국인 콜럼비아에서 투자 은행을 설립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하루아침에 추방 명령을 받게 된다.

 

스페인에서 만나 그들의 사랑의 온도는 뜨거웠다.

 

한국으로 다시 오게 된 그녀를 찾아 안토니오는 한국까지 와서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알지 못하는 기류가 흐르고 서서히 이별하게 된다.

 

안토니오를 잊으려 스페인이 아닌 쿠바로 여행지를 정하게 된 그녀는 쿠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별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만회가 되는가?

 

쿠바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남자인 가이드 일레한드로, 화가인 디에고, 음악가인 라오첼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과 또 다른 관점을 느끼게 한다.

 

일전에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박보검, 송혜교의 남자친구와 트레블러 쿠바 편에서 류준열, 이제훈이 떠난 여행지와 겹치는 곳들이 있어 나는 저자가 언급하는 장소들이 왠지 모르게 반갑기도 했다.

 

체 게바라의 숨결이 느껴지는 아바나, 쿠바의 랜드마크인 노을이 아름다운 말레꼰’, 그리고 올드카가 관광상품이 되는 비냘레스, 트리니다드.

 

내게 쿠바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인데,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장소에 이야기가 추가되면 그곳에서의 감흥은 배가된다.

 

쿠바를 가게 되면 윤정실 작가의 러브스토리가 떠오를듯하다.

 

그녀는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와 바쁘게 오가는 버스에서 현재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 펼쳐지는 극적인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스페인과 쿠바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여러 장소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그곳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떠나고만나고사랑하라 #윤정실 #스페인 #쿠바 #프로방스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던 대학 코번트리, 도시를 바꾸다 - 사회혁신 영국기행
송주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혁신 영국기행

 

오늘 소개할 책은 이담에서 출판한 송주민 작가의 <모던대학 코번트리 도시를 바꾸다>이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시청하는 아들 덕분에 영국에 대해서는 어느덧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코번트리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유명한 대학이 서울에 밀집되어 있는 우리의 경우와 달리 대학 도시라고 하면 생각나는 도시들이 있다.

 

보스턴을 생각하면 하버드대학교와 MIT가 떠오르는 것처럼 일부의 경우 대학은 도시의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영국의 경우,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라는 두 대학의 인지도가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송주민 여행 작가가 소개하는 코번트리는 대학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는 점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코번트리는 자매결연 하고 있는 도시가 독일의 드레스덴과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이다.

 

세 도시의 경우, 2차 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드레스덴 폭격의 경우와 비슷하게 독일은 런던 대공습이 있기 전, 가장 먼저 영국에 대한 공중 폭격을 감행했던 지역이 코번트리다.

 

코번트리는 과거 리본 제작과 시계의 도시, 자전거와 자동차 생산을 하는 제조업의 중심지였기에 독일은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도시를 폭격한 것이다.

 

코번트리는 전쟁의 피해를 온몸으로 맞았다.

지금도 외벽이 남아있는 코번트리 대성당의 경우, 당시 피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때는 유령 도시로 불렸다고 하니 도시라는 생명을 가지는 유기체가 영광과 쇠퇴를 살아나가는 과정을 코번트리는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과정에서 코번트리는 부활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코번트리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는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저자는 코번트리 대학이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국의 도시이다 보니 많은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비싼 영국의 물가에 비해 코번트리의 물가는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점은 유학생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브렉시트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와 화해의 도시인 코번트리는 이방인들에 환대를 실천한다.

 

전쟁의 참상으로 가슴 아픈 역사를 경험한 시민들은 이제 돌보는 도시로 거듭나 전쟁으로부터 피난한 사람, 박해받는 사람들을 돕고 환대한고 있다.

 

코번트리 대학의 움직임이 어떻게 도시에 활력을 가져오고 도시의 이미지가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코번트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코번트리 #영국여행 #송주민 #이담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행복에너지에서 출판한 이창수 선생님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책 그 자체가 풀잎과 같다.

 

아담한 작은 크기는 초록빛깔로 덮혀있어 저자를 나타내는 풀잎과 동일한 존재로 여겨진다.

 

현재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창수 님은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변화 속에 주변들과의 관계로부터 다가오는 변화를 고즈넉하게 풀어놓는다.

 

책을 읽는 동안 치유받고 있는 감상을 하는 것은 나 역시 상당한 부분 선생님이 관찰한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그 꽃> 고은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저자는 시와 수필을 통해 일상에서 벌어진 일을 차분하게 소개한다.

왜 그리도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고 책을 읽고 만족해하는지 충분히 공감이 된다.

 

풀잎시를 읽고 우리모두 하나의 풀잎처럼 시련을 겪으며 부단히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흔들리고 나뿌끼더라도 쓰러지지 않은 풀잎이 되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맞아 흔들리고,

 

햇살이 쨍한 날에는 몸을 사려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노래를 하듯 우리는 풀잎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고은 시인에 대한 칭송과 비난이 많지만,

이제껏 <그 꽃>이라는 짧은 시를 보고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인생이라는 등산을 하는 동안,

 

부단히도 바쁘게 올라가기만 한다고 정작 주변에서 피어 나를 부르는 꽃을 보고 지나간 적은 없었다.

 

출사를 하는 사람들이 그 토록 꽃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매력과 더불어 우리를 보라고 손짓하는 몸부림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는 등산에서 생각하면 정상을 올라 내려가야 하는 길인데, 주변에 피어난 꽃을 보고 존재를 확인하고 공감하고 싶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고교 시절 교과서에 등장한 이후로 자주 맞이하는 시인데, 제대로 된 감동을 받은 적인 없었다.

 

이 시가 뭐길래 대단하게 칭송받는지 이해를 할 여지도 없었고, 그냥 지나가는 짧은 시에 불과했다.

 

종종 등장할 때마다 내가 읽었던 시라 생각하고 넘겨버렸지만 이 책에 등장해서 제대로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을 새롭게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남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먼 훗날 한숨 쉬며 말하지 않도록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를 읽는 동안, 한 사람이 느끼는 삶을 애환과 감동을 공유하게 되었다.

 

많은 수필집들이 있지만, 특히 이 수필집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풀잎에도상처가있다는데 #이창수 #행복에너지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프카식 이별이란 어떤 이별일까?

 

김경미 시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문학판에서 출판했다.

외출할 때, 손에 딱 잡힐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카프카식 이별>에 등장하는 김경미 시인의 시는 KBS FM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마다 애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김미숙씨 특유의 차분하고 지적인 목소리와 시집 속의 시는 잘 어울린다.

 

 

프라하성 인근의 황금소로에 한편에 자리 잡은 카프카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번잡한 길에서 오로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곳은 마치 라디오 스튜디오와 같이 독립된 공간에서 외부의 여러 사람에게 시를 내보낸다는 점이 유사하다.

 

카프카는 생전에 한 여인에게 두 번, 또 다른 여인에게 한 번, 두 명의 여인에게 모두 세 번 파혼을 통고했다고 한다.

 

심지어 세 번째 파혼은 결혼식 이틀 전의 통고였다고 하니 그가 가지고 있었던 예민함과 고독한 성질을 떠 올리게 되었다.

 

라디오를 방송하는 것도 바깥세상의 청취자들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작은 부스 안에서 끝없는 창작열을 태우고 대본을 완성하고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시인은 오프닝을 준비하기 위해 시를 쓴다는 생각이 쉽지는 않았을 거다.

처음에는 심지어 가명으로 시를 쓰기도 했다고 하니 한 사람이 시를 오프닝으로 꾸려 간다는 게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하게 된다.

 

 

그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적이 있다고 한다.

 

 

<카프카식 이별1>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

 

누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윗칸에서

 

이별이 고통스럽기는 왜 내가 더 고통스러운지

 

 

시집의 제목이 <카프카식 이별>인지 떠 올리며 그녀가 겪은 아픔에 공감대를 느낀다.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관찰하면서 생각하고 그리고 언어로 표현한다.

놀라운 능력이면서 한 번 쯤은 따라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아침 골목등>

 

긴 골목 가로등

고장났거나

원격 담당 공무원이 끄는 걸 잊었거나

 

눈부신 아침 햇살 속

가로등 불빛이 아직 켜 있다

흰 도화지에 흰 색연필 그림처럼

 

아무 표시도 성과도 없던 헛수고

있으나 마나 어제처럼

 

아직

어둠이 좀 더 필요하다는 듯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보면 불이 켜진 가로등을 보고 시상이 떠 오른다면 그 또한 축복받은 재능이다.

김경미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에도 시상을 놓치지 않는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

 

시집을 읽는 동안 내가 다짐한 것들 중 하나는 매일 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자는 것이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구름, 모두들 빠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밤에 피고 아침에 피기를 반복하는 꽃들까지 어떻게 생각하면 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하루하루는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다.

 

시집을 통해 인간관계, 가고 싶은 나라, 해보고 싶은 여행, 관찰하고 싶은 대상과 같이 지금까지 잊고 지내왔던 많은 것들은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남긴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시인이 외상값을 갚으려 가고자 하는 여행지 3위인 나라가 어디인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내부가 어떠할지 상상한다.

 

어디에서 촬영된 사진인지 설명이 없는 작은 사진들을 보며, 분명히 의미를 가진 사진이기에 책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 정보를 모르는 그곳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시인이 느낀 감성에 공감하려 노력했다.

 

한 권의 책으로 이토록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은 뛰어난 시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카프카식이별 #김경미 #문학판 #김미숙의가정음악 #카프카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