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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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이란 어떤 이별일까?

 

김경미 시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문학판에서 출판했다.

외출할 때, 손에 딱 잡힐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카프카식 이별>에 등장하는 김경미 시인의 시는 KBS FM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의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마다 애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김미숙씨 특유의 차분하고 지적인 목소리와 시집 속의 시는 잘 어울린다.

 

 

프라하성 인근의 황금소로에 한편에 자리 잡은 카프카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번잡한 길에서 오로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곳은 마치 라디오 스튜디오와 같이 독립된 공간에서 외부의 여러 사람에게 시를 내보낸다는 점이 유사하다.

 

카프카는 생전에 한 여인에게 두 번, 또 다른 여인에게 한 번, 두 명의 여인에게 모두 세 번 파혼을 통고했다고 한다.

 

심지어 세 번째 파혼은 결혼식 이틀 전의 통고였다고 하니 그가 가지고 있었던 예민함과 고독한 성질을 떠 올리게 되었다.

 

라디오를 방송하는 것도 바깥세상의 청취자들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작은 부스 안에서 끝없는 창작열을 태우고 대본을 완성하고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시인은 오프닝을 준비하기 위해 시를 쓴다는 생각이 쉽지는 않았을 거다.

처음에는 심지어 가명으로 시를 쓰기도 했다고 하니 한 사람이 시를 오프닝으로 꾸려 간다는 게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하게 된다.

 

 

그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적이 있다고 한다.

 

 

<카프카식 이별1>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

 

누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윗칸에서

 

이별이 고통스럽기는 왜 내가 더 고통스러운지

 

 

시집의 제목이 <카프카식 이별>인지 떠 올리며 그녀가 겪은 아픔에 공감대를 느낀다.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관찰하면서 생각하고 그리고 언어로 표현한다.

놀라운 능력이면서 한 번 쯤은 따라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아침 골목등>

 

긴 골목 가로등

고장났거나

원격 담당 공무원이 끄는 걸 잊었거나

 

눈부신 아침 햇살 속

가로등 불빛이 아직 켜 있다

흰 도화지에 흰 색연필 그림처럼

 

아무 표시도 성과도 없던 헛수고

있으나 마나 어제처럼

 

아직

어둠이 좀 더 필요하다는 듯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보면 불이 켜진 가로등을 보고 시상이 떠 오른다면 그 또한 축복받은 재능이다.

김경미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에도 시상을 놓치지 않는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

 

시집을 읽는 동안 내가 다짐한 것들 중 하나는 매일 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자는 것이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구름, 모두들 빠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밤에 피고 아침에 피기를 반복하는 꽃들까지 어떻게 생각하면 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하루하루는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다.

 

시집을 통해 인간관계, 가고 싶은 나라, 해보고 싶은 여행, 관찰하고 싶은 대상과 같이 지금까지 잊고 지내왔던 많은 것들은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남긴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시인이 외상값을 갚으려 가고자 하는 여행지 3위인 나라가 어디인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내부가 어떠할지 상상한다.

 

어디에서 촬영된 사진인지 설명이 없는 작은 사진들을 보며, 분명히 의미를 가진 사진이기에 책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 정보를 모르는 그곳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시인이 느낀 감성에 공감하려 노력했다.

 

한 권의 책으로 이토록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은 뛰어난 시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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