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 배반의 역사로 잃어버린 궁극의 맛을 찾아서
김현진 지음 / 난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이 책은? - 인간 생명의 딜레마

 

사람은 먹어야 산다. 어떤 이는 말하길 먹기 위하여 산다고 하지만, 일단은 살기 위해서는 먹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 묘한 딜레마가 작동한다.

바로 사람이 먹기 위하여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죽여 먹거리로 만들고, 그것을 먹지 못하면 사람을 죽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먹는 행위 자체는 반드시 다른 생명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무분별하게 찾는 먹거리가 무한 긍정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먹는다는 것은 한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다른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다. 우리 존재는 이 역설에서 벗어날 수 없다.>(50)

 

그런 불가피함을 역설한 저자는 음식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렇게 정리한다.

<인간 실존의 한계와 모순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음식과 삶에 대한 오만이 좀더 소박해 질 수있다.>(50)

 

인간 실존의 한계와 모순!

바로 이것이 음식과 인간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한계와 모순을 인간이 겸손하게 인정할 때에 진정한 나눔이 이루어지고, 그 나눔은 우리가 인간임을 선언하는 증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TV에서 아침저녁을 막론하고 흘러나오는 음식 프로그램 먹기를 유혹하는 에 매몰된 우리들에게, 먹거리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재미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곳에서 경전 특히 성경 - 을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놓고 있다. 그동안 식상할 정도로 일반적인 해석에 매몰되어, 놓치고 있던 본문의 뜻을 새롭게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또 다른 가치가 있다.

 

예컨대, ‘피를 먹지 말라는 성경상의 계율에 관한 저자의 시각을 살펴보자. (81)

구약 성경 창세기 9장에 나오는 말씀이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 .....그러나 피가 있는 고기를 그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피는 곧 그 생명이다.>

 

지금껏 기독교에서 왜 피를 먹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일반적인 견해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나님이 피는 곧 생명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말은 대답이 아니라, 같은 말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기에라는 천편일률적인 해답의 틀에 맞춰 넣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해석을 덧붙인다.

<육식의 시대, 즉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슬프게도 이것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 현실이 바람직한 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 놓이다 보면, 그것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여기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기억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그 약속은 피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 피는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81)

 

우리가 생명있는 것을 죽여 먹거리로 삼게 된 이후, 그것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 피에 대하여 하나님이 언급하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에 대한 언급은 곧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것을 발견하는 기쁨

 

평소 인간의 본성과 동물의 본성은 같은가를 주제로 하는 조선시대의 호락논쟁(湖洛論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간단하지만 그 논쟁에 대한 해설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116-117)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소마'라는 약이 등장한다.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으로 등장하는 소마’,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 그 힌트가 나오고 있다.

 

의식을 치르면서 마시는 인도의 소마주(soma )가 바로 그것이다.(91-92) 저자는 소마의 어원을 주술적, 치료적, 또는 기쁨을 주는등을 뜻하는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 단어니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의 이름으로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뜻하지 아니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것들을 알게 되니, 그것 또한 책을 읽어 얻게 되는 기쁨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 몇 가지

 

이런 문장이 보인다.

<국내 저명 철학자가 설명했듯 시간에 쫓겨 주방에서 급하게 국에다 밥을 말아먹는 행위는 식사가 아닌 사료를 먹는 행위와 다름없게 여겨진다.>(136)

 

내가 알기로는 그런 말을 한 국내 저명 철학자는 강신주이다. 그 정도는 밝혀도 무방하리라 생각하는데 굳이 익명으로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하나 책을 급하게 만든 것 같은 부분이 보인다.

문장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 있다.

<지배자들이 눈에 배부른 자들은 쓸 데 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필사적으로 근면하게 노동하지 않으며, 무례해진다.>(134)

 

지배자들이 눈에 배부른 자들은이란 부분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쓴 것 같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

 

<악마가 사람을 방문하기 너무 바쁠 때는 대신 술을 보낸다.>(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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