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조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8
김소연 지음 / 비룡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굿바이, 과거의 나 자신과 작별하다 

 

반갑다, 이런 소설.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던 조선의 민초, 근석이 눈을 새롭게 뜨다니!

그렇게 만들어준 이 소설, 처음에는 밋밋하게 시작된 소설이 끝에 가서는 감동을 준다.

이 소설은 저자 말에 의하면 장편 역사동화로 분류될 수 있겠다. 그러니 특히 청소년들에게 아주 좋은 역사교과서로 역할을 하며, 역사의식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책이다.

 

이를 위하여 저자는 이 소설 안에 네 사람을 배치한다.

알렉세이, 비빅과 니콜라이. 그리고 베델 (실존인물). 이 네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근석을 가마실이란 시골에서 끌어낸다. 그리고 갖은 고생을 하게 한 다음에 드디어 자기가 살고 있는 조선의 모습을 마주하게 만든다.

 

근석은 사건을 통해 만난 새로운 생각을 이렇게 토로한다.

한 번도 산과 들이 내가 지켜야 할 내 것이라고 여겨본 적도 없고요. 그런데 대장님과 여행을 하다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조선은 임금 한 사람만의 나라가 아닌 이땅에 사는 모든 조선인의 나라라는 걸 말이에요. 조선이 백성의 나라가 아니라면 왜 의병들이 목숨을 버려 가며 적군과 싸우고 동학당들이 탐관오리의 사창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겠어요?“ (250)

 

이런 고백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가 보고 싶은 나라는 조선이에요.”

전 지금 이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궁금해요. 가마실에 살 때는 절대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쉴 새 없이 터지는 이 나라가 너무 낯설어요. 그래서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요.”

지금껏 살아온 나라와는 작별하고 새 조선과 만나고 싶어요.”(240)

 

그런데 그런 그의 결심이 근석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그런 그의 결심은 알렉세이와 니콜라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니콜라이는 그것을 이렇게 고백한다.

“....저 역시 녀석 덕분에 제 안에 있는 진심과 마주 할 수 있었죠.”(254)

 

알렉세이는 그러한 근석의 태도에 이렇게 자기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조선과는 작별하고 새로운 조선을 찾으러 떠나겠다는 아이의 말이 제겐 혹독한 가르침으로 들렸습니다.”

근석을 보며 세상에는 모두가 도망치려는 곳에서 머물 자리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근석의 말이 옳아요. 이 땅엔 절망의 운명이 닥쳐와도 도망치지 않고 담대하게 맞서는 코레야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보며 지난날 제가 가졌던 편견이 얼마나 그릇되었던 것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254)

 

그래서 그들의 인생행로는 바뀐다.

원래 중국으로 가려던 알렉세이는 다시 조국 러시아로 향한다.

고국을 떠나 러시아로 귀화하여 다른 생을 살던 니콜라이는 다시 한국에 남아 독립운동을 계속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비단 근석에게 다가온 깨달음만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근석에게 영향을 주었다 생각하는 알렉세이와 니콜라이에게도 그러한 깨달음은 되돌아 온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과 인생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이 책이 보여주는 가르침이라 할까?

 

더 나아가 우리에게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아니 꼭 우리가 사는 나라만이 그 대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정과 직장 더 나아가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새로운 눈을 뜨고 바라보게 하는, 그 무엇을 알게 해준 소설이다.

 

모쪼록, “과거의 조선과는 작별하고 새로운 조선을 찾으러 떠나겠다는 아이의 말이 제겐 혹독한 가르침으로 들렸습니다.”는 알렉세이의 말이 '과거의 나와는 작별하겠다'고 결단하는 우리 모두의 말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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