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윽한 꿈속을 잠시 거닐었네

 

<유몽영(幽夢影)>이란?

 

이 책은 청나라의 장조가 지은 잠언 성격의 글이다. 먼저 책의 제목인 유몽영의 뜻을 살펴보자. 책의 제목의 뜻을 알고 읽는다면 그 글의 의미가 더욱더 새롭게 다가올 것이니 말이다.

 

그윽한 꿈의 그림자라는 의미이다.(20) 이것을 잘 설명해주는 이 책의 209칙을 읽어보자.

 

能閒世人之所忙者, 方能忙世人之所閒 (능한세인지소망자, 방능망세인지소한)

 

능히 세상 사람이 바삐 여기는 것을 등한히 하는 자만이 바야흐로 세상 사람이 등한히 여기는 것을 바삐 할 수 있다.

 

장조는 209칙에서 세상을 유유자적하게 사는 비결을 언급하고 있다. 세인과 반대로 한()과 망()을 즐기라고 주문한 게 그 것이다. (259)

 

이렇게 세상 사람들과는 반대로 바쁨과 한가로움을 즐기라고 하는 것이 이 책의 지은이인 장조의 가르침이고, 권면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면서 하나라도 빠지지 않게 속속들이 일어야지 하는 노심초사 같은 것, 하지 않는 것도 관건이다. 그저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글을 즐기고, 글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의미를 음미하며 가는 것이다.

 

역자의 공로

 

이 책은 잠언 성격의 글이다. 해서 짤막 짤막한 글 여러편 으로 이루어 졌는데, 우리가 접하고 있는 책은 역자인 신동준의 번역과 해설이 덧붙여져 나온 책이다. 그런데 역자는 원래의 책에 두 가지를 덧붙였다.

 

그 하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몽영과 유몽속영을 모두 합친 305칙에 대해 각 칙 마다 4자성어로 된 제목을 달아놓은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제목만 봐도 해당구절의 내용을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30)

 

요즘 시대의 독자들은 한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그 제목을 붙인 것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지 모르나, 역자가 그 내용을 요약하여 4자로 요약한 것은 보통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그 문장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다는 점이 그 첫 번째 장점이며, 두 번 째로는 그 문장을 읽고 나중에 기억할 때에 아주 요긴하다는 것이다. 말은 길면 길수록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법, 그러니 요약한 4자가 기억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할 것이다.

 

이 책은 역자의 수고로 다시 태어났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역자의 수고를 거쳐 이 책은 새로운 책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이 책 자체는 매우 간단한 글로 이루어졌다. 간단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설명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짧은 글 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독자 - 중국 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 들로서는 그 심오한 뜻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것들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필요한데, 역사가 바로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역자가 그저 단순하게 그 글에 등장하는 단어라든가, 배경만 설명하는데서 그쳤다면 이 책, 그렇게 울림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역자는 사계의 권위자이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에 대해 이미 정평이 나있는 분이 아닌가? 해서 그의 설명은 오히려 원래의 글보다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역자가 그런 설명을 하기 위하여 거론한 사례, 사건 그리고 글들의 제목과 저자들을 나열해보자.

논어, 노자의 도덕경, 장자, 묵자, 관자, 이탁오, 서경, 사마천의 사기, 윤휴, 송시열 등등 헤아릴 수 없다. 서양의 경우는 어떤가? 군주론이 등장하며 질 들뢰즈 또한 등장한다.

 

그러니 그런 식견(?)을 가지고 들여다 보는 글이 어디 우리가 이해하는 것하고 같을 수 있으리요? 해서 우리는 역자의 안내를 따라 이 책을 더욱 깊고 넓게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다른 경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다른 책들에 대한 이해도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논어의 태백 22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논어 해석을 접했다.

<우임금에 대해서는 내가 흠잡을 데가 없다. 음식은 보잘 것 없이 하면서도 귀신에게는 효를 다했고, 의복은 검소하게 입으면서도 예복에는 아름다움을 다했고, 궁실은 낮게 지으면서도 논도랑을 정비하는 데에는 온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더 이상 흠잡을데가 없다.>

 

이런 논어의 태백중 한 구절이 나오게 된 것은 유몽영 135, 오무간연(吾無間然)을 설명하는 가운데 간연(間然)이라는 말을 설명하면서이다,.

 

간연(間然)은 본문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吾無間然矣’, 한글로는 오무간연의라고 읽는다.

여기서 저자는 <‘간연은 흠잡는 것을 말한다. 논어 태백에 나온다. 해당구절이다. 우임금에 대해서는 내가 흠잡을 데가 없다. 음식은 보잘 것 없이 하면서도 귀신에게는 효를 다했고, 의복은 검소하게 입으면서도 예복에는 아름다움을 다했고, 궁실은 낮게 지으면서도 논도랑을 정비하는 데에는 온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더 이상 흠잡을데가 없다.>

 

그렇게 역자는 논어의 태백에서 해당구절을 인용 해석해 놓는다.

거기에서 간연(間然)흠잡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럼 논어의 해당구절에 대한 다른 견해는 어떨까?

논어의 해당구절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해 놓은 책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리라. 그래도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수태는 그의 책 <새번역 논어>에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間然(간연) : 이 표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으나 어떤 사람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덤이 있을 때 그로 인하여 생기는 거리감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정약용도 간()으로 보고 있다. 공자는 우에 대해서는 그러한 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이수태, 새번역 논어, 226)

그래서 이수태는 우임금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런 거리감이 없다고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감흠잡을 데는 의미가 다르지 않은가? 해서 다른 해석들을 찾아보았다.

주희는 이것을 우임금에 대해서는 내가 흠잡을 데가 없다라고 해석했다.(<주희가 집주한 논어>, 정후수 역, 218)

 

김학주는 우는 나로서는 비난할 데가 없다라고 해석하고 있다.(<논어>, 김학주 역주, 137)

 

그렇게 많은 경우 흠잡을 데가 없다, 즉 비난할 데가 없다.”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을 볼 때에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바 간연의 의미는 정확하다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내가 다른 <논어>를 읽을 때에는 관심두지 않았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으니, 그런 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있다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많은 책들 - 동서양의 고전들-을 역자는 이미 충분히 섭렵하고 이해했으리라. 그러기에 거기에 기반한 지식으로 이 책 <유몽영>에 등장하는 글들에 응용하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동양 고전들을 그저 하나의 구절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다른 글 속에서 응용 - 또는 적용- 되어 나타나는가를 볼 수 있으니, 이 책 한권이면 다른 책 몇 권의 공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은

 

그렇게 다른 경전이 여기 이 책에 녹아 들어있는 것을 살피면서 읽는 것도 이 책의 의미있는 독서법이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기쁨은 <유몽영>이란 제목의 뜻을 살펴보면서 말한 바와 같다. 세상을 유유자적하게 사는 비결이 이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저 유유자적하며 이 책을 읽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이 책중의 글 하나를 더 소개하련다.

 

<조용히 앉아 생각하는 정좌(靜坐)를 하지 않으면 바쁜 행보가 얼마나 빨리 정신을 소진시키는지 알 길이 없고,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범응(泛應)을 당하지 않으면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참되게 마음을 길러주는지 알 길이 없다. >( 406, 유몽속영 24)

 

여기에서 범응(泛應)이란 말은 여러 방면으로 응수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분주한 꼴을 당하지 않으면 한가한 행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가한 행보, 그렇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경지를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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