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명저(名著)와 명저, 그 사이에서

 

공자, 말씀하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니라.(朝聞道 夕死可矣)"

 

공자처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어떤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나를 깨우쳐주는 것 - 즉 도()- 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공자의 그 말을 한번쯤 해볼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가지는 자그마한 바람이 아닐까?

 

평소에 책을 대할 때마다 그런 바람을 지니고 읽었다. 어떤 책은 그러한 나의 바람을 채워주는 것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서는 그런 바람을 잔인하게 배반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소원을 생각지도 않았다가,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가, 무릎을 치면서 공자의 그 말을 외치게 된 책이 있다.

바로 고영성이 지은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이다.

 

저자는 비즈니스에 관련된 책 10권을 읽어가면서, 그 저서에서 정수를 뽑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나는 공자가 말한 그 도를 얻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언급한 총 10 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었던 책은 다음의 세권이었다.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그러니 나머지 7권의 책은 나에게는 생경한 것들이었다. 어찌보면 내 관심 밖의 책들이었고 그런 책 속에서 (나에게) 어떤 좋은 것이 있으리요, 하는 회의로 읽기를 기피하던 분야의 책들이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내 상황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비즈니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6)다고 말한 것에 딱 부합하는 일이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포착이 되었다.

 

무조건 긍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 ‘적절한 비관성

 

긍정의 힘이라 인구에 회자되는 그 캐치 프레이즈, 마치 그 것이 만사를 해결해 줄 것 같은 그 짜증스러운 범람, 그래서 긍정의 줄에 서지 못하면 시대에 낙오되는 듯한 공세. 이제 염증을 느낄만도 한데 아직도 사람들은 그저 긍정을 외친다. 그야말로 무한긍정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긍정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다르다.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세일즈 할 때에 가장 두려운 것은 거절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거절을 당하면 심리적 타격을 입게 되는데,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거절을 계속 당하게 되면 뇌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거절을 당했을 때의 손상을 회복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는데, 그런 자질이 바로 회복력이다.

 

그런 회복력 요소의 하나로 긍정성을 꼽는데, 긍정성은 바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긍정성은 전염되기 때문에 세일즈에서 구매자는 덜 적대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며 결국은 양측에게 득이 될 수 있는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항상 듣던 말이다. 그래서 세일즈맨으로 하여금 거절당하더라도, 빠른 시간에 회복하여 다시 한번 세일즈에 임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저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무한도전의 노홍철처럼 무한긍정은 오히려 행복도를 낮춘다고 한다. 사회과학자 마르시알 로사다의 집단행동 연구에 의하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31 일 때 행복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로사다 교수는 이를 적절한 비관성이라 한다.>(210)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어느 때나 항상 긍정적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친다. 한쪽으로 그저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긍정이 좋다니까, 무조건 긍정이다. 무한긍정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글을 이어간다.

<부정적인 감정은 지난 행동을 뒤돌아보고 현재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인다. 무한긍정에 빠지기 보다 적절한 비관성을 겸비한 긍정성으로 세일즈에 임할 때, 실제 실적도 높아질뿐만 아니라 거절의 거친 파도를 즐기며 서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210)

 

그러한 적절함을 찾아낸 저자가 고맙다. 모두다 예스라고 할 때에 누군가는 거기에 대하여 한번쯤 살펴보자고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러한 적절한 비관성이 세일즈를 포함한 비즈니스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또한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서 살아있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말, 공자가 말한 득도의 대상이니, 내가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굴절적응(exaptation)

 

읽는 중에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해서 옮긴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엘리자베스 브르바에 의하면, 굴절적응(exaptation)이란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용도에 적합한 한가지 특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 그 특성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하는데 고전적인 사례가 새의 깃털이다. 처음에는 추운날씨에서 몸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 하늘을 나는 용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정말 멋진 비유로 굴절적응을 설명했다.

어두운 방을 밝히기 위해 성냥을 켰는데, 문을 열자 방안에 통나무 장작이 쌓여있고 벽난로가 있다면 성냥은 전혀 다른 용도를 갖게 된다. 하나의 맥락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도구가 다른 맥락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굴절적응의 본질이다.”>(152)

 

이러한 굴절적응의 예가 비단 조류의 날개만이 아니다. 눈을 돌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 세계 문명속에 얼마나 많은 사례들이 있는지! 그래서 아서 쾨슬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학적 사고의 역사에서 모든 결정적인 사건들은 서로 다른 분야들과의 정신적 교차 수정의 관점에서 묘사할 수 있다.”(153)

 

우리가 접하고 있는 사례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었다는 패스트스킨 수영복과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WWW을 들 수 있으니, 굴절적응은 비단 진화론의 이론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론을 만났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명저와 명저, 그 사이에서

 

저자는 명저(名著)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뿌듯하고 설레였던 책>, <극심한 굶주림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놓기 싫었던 책>

 

그런 명저를 10권이나 내 앞에 제시한 저자의 책은 나에게 명저로 다가온다. 왜냐면 저자가 보여준 책의 정수가 비단 비즈니스에만 국한되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면에 적용되는 것이고, 따라서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뿌뜻하고 설레는 내용들이 가득한 책, 게다가 적용까지 가능한 책이니 명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더하여 이 책에서 소개된 10권의 책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소개된 것이 없다. 내가 읽은 것은 비록 세권에 불과하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소개된 나머지 책들도 나와 인연을 맺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 하게 만든 이 책은 분명 명저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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