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강은 바다에서 만나고 - 정치학자 임혁백 교수와 떠나는 지중해 역사문화
임혁백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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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은 바다에서 만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여행갔던 때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겁니다.

유럽 특히 저자가 다녔던 베니스를 거쳐 로마 등등을 다녀오던 길, 그저 여행안내서 한권만을 들고 다니며 무언가 조금 더 심도있는 자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여행내내 곱씹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당시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는지라, 그저 여행안내서 한권이 모든 여행길을 지배했었습니다. 그래서 지리도 역사도, 문화도 모두 그 책의 지시대로만 알고 따라다녔던 것입니다. 그때 이런 책을 수중에 가지고 있었더라면 조금 더 폭 넓은 깊은 여행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이 책을 읽는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이 책을 읽고 지금이나마 이런 식으로 (부록으로) 각 도시마다 정리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에르푸르트

- 독일 사회민주당이 탄생한 곳 (232)

- 루터가 대학생활을 보낸 곳 (238)

- 막스 베버가 탄생한 곳 (238)

 

이런 식으로 각 도시마다 정리를 해놓으면 그 도시에 가면서 그런 사실에 착안점을 두고 관광을 한다면, 그 지역이 더욱더 의미있는 곳으로 각인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비단 여행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여러 요소들을 두루 구비하고 있는 책이기에 그렇습니다. 저자는 그의 인문학적 소양을 맘껏 뽐내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문학, 역사, 지리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여행하는 해당 지역과 연관된 자료들을 쏟아내 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해당 지역인 서양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 관련된 동양의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백의 시, 소동파의 시 등등 문학작품은 물론 도덕경의 깊은 바다와 논어의 넓은 들판도 같이 보여줍니다.

 

이 책을 정리해 보자면, 저자 부부와 친구 부부 해서 4명이 유럽의 지중해 지역을 여행한 여행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말한 것처럼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저자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에 이끌린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여행을 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완상하느라 얼이 빠졌고, 어떤 때에는 그의 역사 해설에 잠시 넋이 나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예를 든다면, 블레드 호수와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러니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200)을 이 책 말고 어디에서 들어 볼 수 있었겠습니까?

 

더하여 새로 배운 것들도 많았습니다. 201쪽에 기록된 오토 힌체(Otto Hintze)의 이론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그가 주장한 내정의 연장은 외정이고, 외정은 다시 내정을 규정한다는 내정과 외정의 상호결정론은 그런 유럽의 역사에서 이미 검증된 이론으로 보입니다. 어디 그런 것이 하나뿐인가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와 진달래와의 얽힌 이야기(216)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또한 마키아벨리에 관해 저자가 여기 저기 지역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내용들을 모아보면 한편의 훌륭한 마키아벨리 평전이 될만도 합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놓아,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직접 현지에 다니는듯한 기분도 들게 합니다. 사진도 잘 찍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이 책을 따라 여행을 하는 동안 나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베니스와 관련하여 제가 여행중 산 마르코 광장 근처 어떤 카페에서 차를 마신 일이 있는데, 안타깝지만 그 카페 이름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카레 플로리안(Caffe Florian)이 유명하다 합니다. 커피의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세계적 바람둥이 키시노바가 탈옥후에 잠시 이곳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127)로도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내가 들렀던 곳이 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유쾌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이미 다녀온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보는데도 좋거니와, 혹시 앞으로 여행을 할 때에 그냥 발자국만 남길 요량이 아니라 조금더 심도 있는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한권쯤 들고 떠나도 좋을 책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자, 출판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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