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언어 - 삶과 죽음, 예측불허의 몸과 마음을 함께하다
크리스티 왓슨 지음, 김혜림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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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돌봄의 언어가 되어야 

 

이 책은?

 

이 책 돌봄의 언어는 <삶과 죽음예측불허의 몸과 마음을 함께하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데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겪은 삶과 죽음돌봄에 관한 고백이다.

 

저자는 크리스티 왓슨 (Christie Watson), <영국의 간호사이자 작가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소속 간호사로 20여 년간 일했다현재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의학보건인문학을 가르치며영국왕립간호협회 홍보대사로서 간호사 교육과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저자는 소설가로서도 유명한데, 2011년에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소설 멀리 떠난 작은 새Tiny Sunbirds Far Away로 영국 문학 최고의 권위로 손꼽히는 코스타 문학상을 받았고이어 발표한 여성여왕 아닌 왕이 되는 곳Where Women Are Kings은 18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저자가 간호사로 20년을 일해오면서 겪은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은 잘 읽힌다.

생명과 죽음이 마주하는 곳인 병원에서 저자가 보고 겪은 이야기는 모두가 한편의 인생 드라마요인생 교과서가 된다이 책이 잘 읽히는 이유가 단지 드라마틱한 일화들이 많이 있어서만은 아니다그 안에 들어있는 인생에 대한 통찰 때문이다.

 

첫 장을 읽어보자,

저자는 응급소생 전문가다. (35)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병원 문에 들어서면서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병원 모습이 하나 하나 그려진다병원 접수처를 지나선물 가게를 지나서 승강기또 환자수송 구역이 있고약국을 지나 저자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들어가옷을 갈아입는데응급 호출기가 번쩍이며 알람 메시지가 뜬다호출이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호출을 받고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내려가병원 중심부를 통과해서 병원 식당에 도착한다.

거기 의자에 방금 의식을 되찾은 여자가 앉아있다.

여기 환자가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하네요.” 동료 간호사의 말이다. (38)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은 저자가 간호사가 되어 처음 근무할 때부터간호사로서 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까지의 기록으로 가득 채워진다.

 

저자는 서서히 환자와 더불어 익숙해져 간다그러면서 간호가 무엇인지간호사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경험으로 배워간다.

 

3년간 간호학교를 다녔지만간호사가 되는 공부는 자격증을 딴 뒤 병원에서 근무하는 첫날 비로소 시작되었다. (157)

 

우리의 지식은 경험으로 시작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칸트의 말이 저자의 간호사 경력에 딱 맞는 말이다. (226)

 

그런 경험을 통해간호사들의 역할과 돌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는 간호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엄마와 아기가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간호사와 환자도 영원히 연결되어 있다는 갑작스런 깨달음이 나를 간호사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120)

 

친절친절의 언어에 대하여

 

특별히 저자는 간호사의 언어로 친절함을 꼽는다.

해서 친절에 관한 통찰은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좋은 간호사의 자질은 타고난 친절이다. (125)

 

친절은 고통과 통증까지도 줄일 수 있다. (132)

 

친절은 들리지도 않는 사람도 들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언어다. - 마크 트웨인 (57)

 

간호사는 심장의 언어를 사용한다환자를 '마음이 상한 사람들'로 이해하고 묘사한다가장 훌륭한 간호사는 머리가 아닌 마음(심장)에서 나온다. (201)

 

친절공감연민그리고 환자의 품위를 지켜주려는 마음이 좋은 간호사를 만든다. (211)

 

누구에게나 낯선 이의 친절에 기대야만 할 때가 분명히 온다. (288)

 

친절은 전염성이 있다. (292)

 

생각을 키우는 말들

 

간호사로 20년을 지내면서저자가 느낀 인생이런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단 간호사가 아니더라도이런 글 읽으면 우리의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며가다듬게 된다.

 

사실 신규 간호사 시절에는 화학생물학물리학약학해부학만이 간호학의 영역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는 철학심리학예술윤리와 정치가 간호학의 실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27)

 

행복은 원래 복잡한 거예요. (60)

 

환자와 의료진이라고 다를 바 없어요우리는 모두 아플 수 있고누구나 언젠가는 아파요. (73)

 

무엇이든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고 슾프다. (134)

 

모든 것은 작은 디테일이고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 (153)

 

삶이란 지속하는 것뿐 아니라 그 자체를 능가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그저 유지하려고만 한다면산다는 건 죽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 시몬 드 보부아르 (223)

 

사회의 진정한 척도는 가장 연약한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 마하트마 간디. (287)

 

이런 일화도 있다.

 

찰스 디킨스는 어떤 만찬에서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을 낭독함으로써파산 직전이었던 런던의 한 어린이 병원을 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30)

 

물라학자 뉴턴도 미숙아로 태어나 사람들은 그가 몇 시간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176)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는 도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가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데놀랍게도 생존율은 75%에 달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중에 이런 것도 있다.

게임중 속임수를 적발하기 위해 사람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흉부 압박을필요하면 전기충격까지 그 자리에서 즉시 시행하기 때문이라는 설명. (324)

 

영국에서도아이를 강아지라 부른다.

 

불쌍한 강아지....., 집에 데려가고 싶어요”(181)

 

동물병원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사람들을 위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아이를 보고 한 말이다특수간호영아실에 있는 아이를 보고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아이를 귀엽게 부르면서 강아지라 하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경우는 아닌가보다영국도 그런 것을 보니.

 

다시이 책은?

 

이 책은 일단 간호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 다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가족이 있다거나혹은 그런 순간에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책이다삶과 죽음이 무엇이고 또한 사람은 왜 고통받는가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의 언어라는 제목 때문에 저자가 위로의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말할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녀 자체가 돌봄의 언어였다.

입으로 말하는 그것보다도그 일 자체가그 사람 자체가 돌봄의 언어였던 것이다.

 

수술이나 약물기술도 필요없었다그러나 뭔가가 필요했다간호사가 줄 수 있는 것이다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니(.......) 우리 둘이 똑같은 체온이 되었다. (54)

 

그렇게 우리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돌봄의 언어친절한 언어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서로는 체온을 나누며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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