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이창익 지음 / 인간사랑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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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이 책은?

 

이 책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은 제목 그대로 죽음을 사색 -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 보는 것'- 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이창익,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며,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와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림대 생사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의 숙고에 있다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물론 그의 말 뜻은 죽음을 생각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의미이리라. 그래서 그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고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겠지.

 

그래도 그는 아무래도 삶을 너무 좁은 의미로 생각한 것 같다. 삶속에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도 있고, 또 죽음도 있는데, 그 삶 속에는 이 책처럼 죽음을 사색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동시에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나야만 죽음을 알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을 잘 알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 잘 이야기할 수 있다.(133)

 

판 데르 레이우의 말이다.

어째서 인간은 죽음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잘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죽음은 미래이자, 현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결국 산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에피쿠로스의 이런 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의 이런 말은?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악 중 가장 끔찍한 것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관여하지 않는데, 이는 산 자에게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은 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10)

 

에피쿠로스의 이 말을, 어디에선가 읽고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라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말에 대해, 다른 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이 말은 일종의 재담이다. 왜냐면 죽음은 죽음의 순간에 신체적으로 겪는 감각의 고통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가는 내내 인간을 괴롭히는 심리적 문제이며 또한 나의 세계의 완전한 소멸 가능성에 대한 수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11)

 

그러니, 죽음의 문제가 내가 지금 당하는 문제가 아니라서, 또한 내가 죽으면 그냥 끝이 나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이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생, 즉 단 한 번을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죽음이 문제가 된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의미심장한 한계선에 대한 의식을 통해서만 일생(一生)’이라는 관념을 지닐 수 있다. (112)    

 

일생(一生)’이란 사람이 이 땅에서 한번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더라면 일생이라는 관념도 없었을 것이다. 죽으면 인생이 끝이 나기에, 일생(一生)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또 다른 의미가 바로 인생의 일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레비나스의 말처럼, 죽음은 인간 일생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절대 타자이며, 죽음을 통해서만 일생은 통시적 시간 구조를 획득할 수 있다. (130)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죽음을 안고 사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사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런 사색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후 세계는 의 누가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죽음이 오면, 다가오면, 사람은 죽게 된다. 이 땅에서 활동을 멈추고 사후 세계로 가는 것이다.

, 이럴 때, 죽음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시간이 흐르면 죽은 사람의 몸은 시체로 분류되어 장례라는 절차를 거쳐 땅에 묻히거나 한 줌의 재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 사라지는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죽음을 경험하는 것일까? 그 몸에서 빠져나온 - 흔히들 영혼이라 부르는 - 것이 일까?

 

대체 나의 죽음을 겪는 주체가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인가, ‘나의 몸인가, 아니면 나의 영혼일까?

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나의 몸인가, 아니면 나의 영혼일까?

 

이런 의문에서 불멸과 필멸이란 논제가 나오게 된다.

필멸이라 함은 영혼과 육체 모두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 소멸한다는 것이고, 불멸이라 함은 육체의 소멸과는 별도로 영혼은 지속한다는 제한적인 죽음 이해를 전제로 한다. (145)

 

다시, 이 책은? - 이런 글들을 통해 죽음을 사색해 보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객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음 이전의 죽음’, 나아가 죽음의 공포를 겪는다. (136)

 

죽음의 의미는 살아있는 주체가 지금 현재의 자리에 선 채 일생에서 사후로 상상적 이동을 감행함으로써 발견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149)

 

삶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특권을 지닌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과 직면한다. 그는 죽음으로부터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다시 말해서, 그는 사물의 질서 안에 있는 어떤 자리를 죽음에게 내준다. (345)

 

이 책에서 얻은 많은 통찰 중에서 특히 일생(一生) 개념은 독자들의 생사관, 인생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인생은 누구나 한 번 왔다가 한 번은 가는 것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그 일생이라는 말을 죽음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는 삶이 마치 거대한 심연 위에 가냘프게 떠 있는 작은 구름다리 같은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미지의 저편에서 출생을 거쳐 다리 위에 올라선 것처럼, 이제 우리는 다리를 다 건너고 나면 죽음을 거쳐 반대편에 도착할 것이다. (377)

 

죽음을 거쳐 저 반대편에 이르기 전에 우리에게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는 것, 이 책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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