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
조엘 레비 지음, 엄성수 옮김 / 행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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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 책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제목을 가진 이책은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읽는 순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상상으로 지은 SF 소설 속에 등장한 것들이 책 밖으로 걸어나와 그 형체를 갖추고,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조엘 레비, <뉴턴의 노트(Newton's Notebook)』 『침대 맡에 두고 보는 화학(The Bedside Book of Chemistry)』 『성당 안의 한 마리 벌(A Bee in a Cathedral)등 과학과 역사에 관한 책 10여 권을 썼다.>

 

이 책의 내용은?

 

서문 타이틀 <모든 것은 SF,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SF와 과학이 서로 서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 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그렇게 현실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우주 & 교통, 군사 & 무기, 생활 방식 & 소비자, 의학 & 생체공학, 커뮤니케이션

 

우리 생활의 모든 방면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각 분야별로 어떤 것들이 SF와 교감을 이루면서 발전되었나 살펴보자.

 

우주 & 교통 - 인공지능 자동차, 잠수함, 달을 향한 꿈, 화성으로의 여행.

군사 & 무기 - 원자폭탄, 탱크, 에너지 무기, 드론과 킬러 로봇.

생활 방식 & 소비자 - 신용카드, 감시 사회, 복제 기술.

의학 & 생체공학 - 마법의 광선, 뢴트겐의 X선 발견, 생체공학, 신경정신약물, 인조인간.

커뮤니케이션 - 화상통화, 휴대용 단말기, 사이버 공간.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 분야로부터 시작하여 우주 여행까지 SF 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SF,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

 

SF 소설이란 Science Fiction의 줄인 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과학소설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 앞에 공상이란 말이 붙었을까?

 

일본에서 판타지와 SF를 함께 싣는 잡지가 판타지 즉 공상소설과 SF 즉 과학소설을 두 장르를 함께 드러내는 제목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제호를 붙였는데, 이 잡지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지칭하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스토리 오브 스토리박상준, 32)

 

지금은 SF과학소설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SF에 등장하는 과학들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과학인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니 예전에 사람들 이목을 사로잡았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것처럼 ‘SF도 공상이 아니라, 과학이다.'

해서 SF에 등장한 것들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얼마 전에 존 제이콥 에스터 4세에 관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라는 사고로 희생된 사람 중 한 명인데, 여기에 등장한다. 그 책을 읽을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는데 이 책에 등장할 정도의 인물이라는 것. 먼저 그가 사고를 당했을 때의 모습을 살펴보자.

 

* 애스터 IV (당시 세계 최고 부자) 씨는 임신 5개월 된 아내를 구명보트에 태워 보내며

갑판 위에 앉아, 한 손에는 강아지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시가 한 대를 피우면서 멀리 가는 보트를 향해 외쳤다.

사랑해요 여보!’

승객들을 대피시키던 선원 한 명이 애스터 씨에게 보트에 타라고 하자,

애스터 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람이 최소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리를 곁에 있던 한 아일랜드 여성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의 파편들에 의해 찢어진 애스터 씨의 시신을 생존자 수색 중이던 승무원이 발견했다.

그는 타이타닉호 10대도 만들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부호였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거절했다. 자신의 목숨으로 양심을 지킨 위대한 사나이의 유일한 선택이었다.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찰스 래히틀러 부선장의 회고록 중에서

 

그렇게 당당한 죽음을 택했던 사람의 행적, 이 책에 등장한다.

 

<미국 재계의 거물로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존 제이콥 에스터 4세는 1894년에 낸 책 다른 세계에서의 여행에서 2000년대의 삶을 상상했다. 그는 전기 자동차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가 즉석 코닥이라고 부른 미래의 속도 감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162)

 

요즘 말로 스피드 체크하는 기계인 스피드 건을 의미하는 즉석 코닥’, 그는 이렇게 상상한다.

 

근무중인 경찰들은 늘 삼각대 위에 즉석 코닥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그걸로 보면 몇 초 간격으로 차량의 위치가 파악돼 자동차의 정확한 속도를 쉽게 알 수 있었다. (162)

 

새롭게 알게 된다.

 

올더스 헉슬리는 1932년에 소설 멋진 신세계를 발표했다.

 

헉슬리의 이 소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한 구절에서 따왔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템페스트는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에 많은 영감을 준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템페스트에서는 난파당한 선원들이 어떤 섬에서 한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는 본국으로부터 추방당한 후 외딴 섬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지식인 변절자였다.

우리가 흔히 본성이 중요한가, 양육이 중요한가 하는 문제를 논할 때 쓰는 본성 대 양육이라는 말도 바로 템페스트에서 나온 말로, 여기에서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짐승과도 같은 하인 캘리밴을 가리키며 이런 말을 한다.

악마, 타고난 악마. 본성부터가 악마, 양육을 해도 전혀 소용없어.” (212)

 

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과 연관이 있다는 것, 새롭게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거의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20세기의 온전한 현실이 생겨났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가 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읽었던 웰즈의 해저 2만리에서 보았던 바다 밑으로 다니는 배가 잠수함이라는 것, 즐겨 보던 만화영화에서 보던 로봇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제 SF와 과학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것, 그게 시대의 흐름이다.

 

이 책,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준다. 과연 인간의 상상은 어디까지이며, 또한 과학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그런 관심을 더욱 붇돋아주는 책이기에 읽어, 상상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류는 언제까지나 지구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빛과 우주를 탐험하다 결국 대기권의 한계를 뚫고 나갈 것이며,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겠지만 결국에는 태양계 전체를 정복할 것이다.” (49)

 

SF 소설가 치올콥스키의 추모비에 새겨진 문장이다.

우리 인간의 상상력은 이미 태양계 전체를 정복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언제 그게 현실화될까, 그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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