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운명과 선택 - 한국 근대 페미니즘 문학 작품선
백신애 외 지음 / 에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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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운명과 선택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집이다. 제목은 신여성, 운명과 선택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신여성이 쓴 소설인데, 그 다음 말 <운명과 선택>이 소설의 내용을 암시한다.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다.

 

신여성이란 조선 시대 말기, 일제 강점기 시대에 개화의 물결과 함께 근대화의 대열에 앞장 선 여성들을 말한다.

해설자의 분류를 여기 소개해본다.

<신여성 중 작가는 선각자라 불리는 1세대와 그에 이어 등장하여 해방 이후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인 2세대로 구분된다.> (356)

 

이 책의 내용은?

 

여기 수록된 작품은 7명의 작가에 각 한 편씩, 모두 일곱 편이다.

이런 작가와 작품 들어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하여 여기 기록해둔다.

 

1. 백신애 : 꺼래이

2. 이선희 : 계산서

3. 나혜석 : 경희

4. 강경애 : 어머니와 딸

5. 김명순 : 탄실이와 주영이

6. 임순득 : 딸과 어머니와

7. 지하련 : 산길

 

신여성 작가의 분류에 근거하여 여기 실린 작가를 소개한다면, 1 세대인 김명순, 나혜석이 문단과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도덕적 파멸이나 작품 없는 문사로 불렸던 것에 비교한다면, 2세대인 강경애, 백신애이선희 등은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작품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356)

 

여기 실린 일곱 명의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나혜석일 듯하다.

그녀의 생애는 그래서 잘 알려지고 있는데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된다.

그런만큼 의미가 크다.

 

그녀의 작품은 <경희>인데, 당시 여성 교육에 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그려놓고 있다. 조선인 신분으로 일본에 유학중인 경희는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 있는 동안에 집안일을 잘 감당하고, 재봉틀을 이용하여 가족들의 옷도 지어준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난 사돈 어른의 평이 재미있다.

 

<‘내가 여학생을 잘못 알아왔다. 정말 이 집 딸과 같이 계집애도 공부를 시켜야겠다. 어서 우리 집에 가서 내외시키던 손녀딸들을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야겠다라고 꼭 결심을 했다.>(81)

 

경희의 그런 모습을 보기 전에는 여자가 공부하는 게 무슨 말이냐, 그저 조신하게 집안 일 배우다가 시집가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보고 생각이 살짝 바뀐 것이다.

 

또한 이선희의 작품 <계산서>는 신여성이 자리잡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원래 그런 가정인데 여성의 의식이 변해서 달리 보이게 되는 것이리라.

남편은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넥타이를 차려 입고 밤외출을 하려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고뇌하며 결심한다. 총결산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받아야 할까. 이것은 내가 불구자란 약점이 생길 때부터 생각해온 문제다.

나는 내 남편도 나와 같이 다리 하나가 병신 되기를 바란다. 남편의 다리 하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다리 하나쯤으로는 엄청나게 부족하다. 내가 받아야 할 것은 그의 목숨뿐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받아야 겨우 수지가 맞을 것 같다.>(67)

 

, 얼마나 남편이 모질게 굴었으면, 남편이 얼마나 부인을 무심하게 대했으면 저런 생각을 다할까. 결산으로 남편 목숨을 취하기를 바라는 그 가정이 오죽할까.

 

다시, 이 책은?

 

여기 실린 일곱 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그려지고 있는데, 그때 여성들, 특히 신여성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 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신여성들이 처한 위치가 격변기에 끼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했던 것이 아닐까.

 

소설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소설보다도 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막막했으리라.

소설 보다 더 기구한 인생이었음을 나혜석의 경우가 잘 말해주고 있다.

무연고자 병동에서 행려병자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나혜석, 신여성의 당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 책, 신여성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 어느 것이 더 소설적인지, 묻고 있다.

그들의 운명이었던가, 아니면 그들의 선택 탓인가? 

또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시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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