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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아직도 나는 시가 낯설다. 기형도라는 시인을 사랑하지만 편식이 심한 아이처럼 나는 그의 시만 좋다. 다름 시들은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아마 저자의 말대로 어린시절부터 시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닌 배움으로서 다가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기형도는 배움이 아닌 나에게 처음으로 시로서 다가왔다. 덕분에 나는 그나마 조금씩 다른 시들을 알아갔고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직 시에 관해서는 아는 걸음마 수준 이다.
이 책은 4명의 시인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보다는 사람에 대한 사랑, 추억에 관한 사랑, 사물에 대한 사랑, 장소에 관한 사랑 등 청춘시절의 상황과 그리고 시에 빗대어, 아니면 그에 생각나던 시를 읊어준다. 시를 소개하기 전에, 혹은 소개하서 나서 시를 읽으니 글로 읽는 낭송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호승과 안도현은 익히 알고있는 시인이었지만 장석남과 하응백은 조금은 낯설다. 알고보니 하응백은 평론가였다. 그의 글 중에 옆구리로 만든 작살, 이라는 글이 있다. 작가 자신도 중학교 선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반에서 꽤 말썽쟁이였던 학생은 퇴학이 될뻔했지만 저자의 도움으로 다행히 퇴학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성적도, 가정형편도 되지 않았던 소녀는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는 그저 학적부에 빨간줄이 가지 않는것에만 집착을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인의 사정은 다르지만 느낌은 '옆구리 잠자코 받은 작살'의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시의 전문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영동행각 7
김명인
무서워서 우리는 언 손을 잡았다.
방파제 끝엔 뒤집히는 파도,
더 먼 곳이 우리를 부르는 것이라 믿었다.
등덜미 물보라가 끼얹어지고
수 없는 길들이 쓰러져 왔다.
그리고 너는 중학교 선생.
어한기엔 학생들이 무더기로 잘려나가고
학적부에 붉은 줄을 그러넣으며
그들에게 고향을 심는다고, 찬비 내리는 밤이다
무엇이 여기서 더 내려야 하고
무엇이 여기서 그만 그쳐야 하나.
유리창에 빗줄 하나 흔들리고
그 너머 밤배 하나 흐른다. 나는 혼자는 무섭고
너희들도 함께 침묵하는 이 밤에는
무엇이든 놓아버리고 싶다.
흩어진 암초에 엎드리고 옆구리에 잠자코 받은 작살.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나 역시 마지막 문구가 좋았다. 좋다라기 보다는 그 현실이 슬프다.
좋아하는 기형도의 시인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시와 함께 사진도 함께 나온다. 글은 그다지 길지 않아 잠깐씩 읽기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