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나라이던 간에 시대, 문화적으로 커다란 변혁을 겪는 시기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 같다. 이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시기, 새로운 문물과 제도를 받아들이며 적응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해 무척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특히,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는 조선말을 거쳐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시대의 모습이 가장 흥미진진하다. 전차, 자동차, 전화, 양복, 고무신 등의 근대 문물, 그리고 이러한 근대 문물을 만들고 판매하는 새로운 형식의 기업과 시장 등의 등장, 이를 받아들이는 조선말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순수한 아이의 모습과 같아 무척 재미있다. 이러한 100여 년 전 조선 사회의 모습과 지금의 서울인 경성을 중심으로 한 근대 상업의 역사를 흥미롭게 알아 볼 수 있는 책, 바로 『경성상계』이다.

 저자 박상하가 100여권이 넘는 책, 신문 자료 등을 통해 저술하였다고 하는 『경성상계』는 1870년경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미국인의 시각에 비친 경성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발달된 사상과 문물을 가지고 있던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 사람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고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500년 왕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경성, 그리고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어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인들로 가득하게 된 인천 제물포와 경성의 모습. 이때부터 500년 전통의 조선 상계 종로 육의전은 해체 되고 만다. 그 이후로 세워진 육의전의 마지막 후예 ‘대창 무역’의 설립 모습과 고무신, 전차 등의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8.15 해방과 6.25전쟁의 또 다른 새로운 변혁을 겪으며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적산 기업을 줍다시피 하여 세워진 기업들의 모습까지 매우 자세하고 흥미롭게 저술되어져 있다. 

 책은 단순히 우리 근대 사회의 상업의 역사를 넘어 근대 문물, 영화, 음악, 언론 등의 문화의 모습까지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전차를 타기 위해 멀리 있는 지방에서 경성까지 올라오는 사람의 이야기, 일본의 고무 단화를 우리에게 맞게 새롭게 개발하여 대박을 터뜨린 이병두의 이야기,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 최초의 발성 영화 춘향전 등의 이야기들은 마치 그 시대를 표현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그 시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몇몇 소개되어 있어서 조선말 우리 사회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까지 알 수 있다. 거대 신문사 사장의 월급에 무려 수십 배를 저축하였던 화류계 기생들의 이야기, 4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조선의 소리판(레코드판), 금광왕이었던 벼락부자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이야기, 서로 경쟁을 벌였던 종로 화신 백화점과 혼마치 미쓰코시 백화점 등의 이야기는 현대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화제가 될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지금의 시대는 너무나도 빠른 기술과 정보의 발전과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흥미가 조금 덜 한 것 같다. 너무나 빠른 시대의 변화는 옛 것에 대한 낭만이나 순수함을 느낄 수 없기에 안타깝다. 하지만 상상해보면 우리 후대의 사람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자료와 남아 있는 문물을 보며 ‘저런 시대도 있었구나!’하고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다. 
 특히, 미래의 한국 사회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기업들이나 경제 모습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평가를 할지 궁금하다. 솔직히 삼성이나 현대 등의 대기업들의 지금 모습이 그다지 좋지 못하여 아무래도 미래의 사람들이 별로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 같아 유감스럽다.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부나 경제적 정의에 의하여 차별 받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미래 한국 사회 사람들이 내가 살았던 시대를 희망차고 밝은 시대로 평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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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의 도덕 과목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의 윤리, 철학 과목에서 배워왔던 철학이란 것은 훌륭한 사상가가 남긴 어려운 이론이나 심오한 명언 같은 것이다. 그러하기에 철학은 평범한 사람은 하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졌던 철학이 바로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심오해 보이는 철학자들의 사상이나 이론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 경험과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견해낸 인생의 지혜이다.  평범한 우리네 인생사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슬기로움,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표지에서부터 ‘이거 철학책 맞아?’라는 의아함을 주었던 『철학의 즐거움』은 바로 우리 삶에서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치 어느 사진작가의 화보집을 연상 시키는 책 표지의 사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서적에 관한 편견과 철학에 관한 편견을 깨주고 있다.  철학 서적이라고 하면 왠지 겉표지에 아무런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딱딱한 느낌을 주는 두꺼운 책이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편견이 나만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세련돼 보이는 책의 표지를 보며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 어느 나라의 바닷가 마을로 보이는 한 골목길에 허름해 보이는 집 앞에 서 있는 오토바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치  철학이란 우리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평범한 진리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들에게 낯익은 철학자들과 문학가, 위인들의 120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다. 참과 진리, 생명의 존귀함, 고귀한 덕, 인간의 본성, 우정, 사랑, 삶의 즐거움의 일곱 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120편의 이야기들은 무척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우리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거스름돈을 받아 가지 않은 손님을 한참을 추위 속에서 기다린 가난한 달걀 파는 할머니를 통해 깨달은 숙연한 인정의 아름다움, 암스트롱의 뒤에서 내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사람의 자리를 암스트롱에게 내준 올드린으로부터 배우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친구의 기쁨을 즐겁게 함께 나누는 미덕의 귀울음, 햇병아리 대학생 기자 시절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게 된 좌우명인 ‘생활을 향해 걷자’ 를 실천하며 가치 있고 즐거운 삶을 살게 된 미국의 코닝스 기자의 이야기 등은 우리에게 철학이란 심오한 사상가들의 어려운 이론이 아닌, 우리들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진리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120편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극히 사소한 모든 순간 속에서 하게 되는 수많은 생각들이 바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지혜이며, 생활 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철학’이라는 낱말에서 한자 哲(철)의 뜻을 찾아보니 ‘슬기로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철학(哲學)’이란 슬기로움에 관한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어의 philosophia에서 유래한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의 philosophy란 영어 단어를 보아도 철학이란 삶에 대한 지혜와 슬기로움에 대한 학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삶에 대한 지혜와 슬기로움이라고 하니 왠지 또 철학이란 무척 심오하고 어려운 학문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세상 속에서 삶의 보람과 하나의 인격체로써의 긍지를 느끼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삶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수많은 지혜와 슬기로움을 사랑하며 그것을 다른 이들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 속에서 깨닫게 되는 수많은 생각들, 그것이 바로 슬기로움의 학문인 철학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느꼈던 부담감과 달리 120편의 짧은 삶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은 생활 속에서 받은 나의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해 주었다. 가끔 삶에 지칠 때, 내 인생의 해답이 무엇인지 몰라 헤맬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펼쳐 본다면 많은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과의 관계와 인생의 무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즐거운 철학의 이야기, 『철학의 즐거움』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삶의 슬기와 지혜를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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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Yesterday', 'Let it be', 'Love'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으로 항상 선정 되는 그룹 비틀즈.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 중에서도 두 번째 부인 오노 요코와 함께 한 반전 운동 등의 정치적 행보, 그리고 광적인 팬의 총격에 의한 충격적인 사망으로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남겨주고 떠난 존 레논.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언가 기이하고 천재적인 삶을 살다 떠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우리와는 달리 평범한 생활은 전혀 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특히 존 레논의 음악을 보면 무척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이 있는가 하면, 상투적이거나 평범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도 있어서 그의 성향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도록 만든다. 

 존 레논의 음악에 급진적인 사회적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한 것은 오노 요코와의 만남 이후, 밴드의 해산과 솔로로의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루머에 의하면, 밴드 해산의 이유도 아내인 오노 요코를 밴드 멤버들이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정치적 활동, FBI의 감시, 술과 마약 등의 급진적인 행보를 보이던 그가 1975년 돌연 전업주부를 선언하며 4년 동안의 은둔 생활에 돌입하였다고 하는데, 이 또한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행적이다. 그 4년 동안 그는 무엇을 하고 보냈을까?

 존 레논의 4년간의 은둔 생활에 대한 의문을 유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이야기는 존이 아내의 고향인 일본의 가루이자와의 한 거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와 무척 닮은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이후 변비가 시작된 존은 아내가 소개해 준 ‘아네모네병원’이라는 곳에서 수상한 진료를 받게 되고, 병원에서 나와 지나는 숲에서 자신의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있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재회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아내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모종의 계획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지만,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신비한 숲의 경험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은 존은 변비에서 해방된다. 

 우습다. 천하의 존 레논이 변비로 고생하다니. 우리에게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노래와 행보를 보인 천재적인 아티스트가 누구에게 밝히기도 참 낯 뜨거운 변비로 고생을 한다니 정말 기발하면서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상상을 해보니 더욱 웃기다. 존 레논이 70년대 일본의 재래식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후가바바바 - 밥, 오흐흐흐흐- 흡’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라니, 정말 피식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쿠다 히데오 답다. 베일에 싸여 있는 존 레논의 은둔 생활 4년의 한 부분을 변비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상상해냈다는 점은 정말 오쿠다 히데오다운 기발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쳇, 질투 난다. 왠지 세기적인 아티스트가 그의 평범한 인생을 작가 자신의 나라에서 보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아 책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이것은 나의 괜한 시기심인지 모르나, 존 레논 인생의 한 부분에 대한 그의 기발한 상상이 존 레논의 혜택을 받은 나라인 일본의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질투가 났다. 존 레논이 만약 일본 여성인 오노 요코와 결혼하지 않았거나, 일본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왠지 존 레논이 일본의 가루이자와에서 일본 음식을 먹고, 오봉과 같은 일본 명절을 지내며 일본 문화를 즐겼음을 자랑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존 레논이라는 서양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간적 배경인 일본과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일본의 전통 명절 ‘오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무척 동양적인 냄새를 풍기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상처, 젊은 시절의 객기와 술과 마약, 천재적인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만에 의한 자신의 과오에 의한 상처를 ‘오봉’이라는 일본의 전통 명절을 맞이하여 치유해나가는 존의 모습은 무척 동양적인 모습이다. ‘오봉’이라는 명절은 정식 명칭은 ‘우란분재’라고 하는데, 음력 7월 15일을 전후로 사흘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조상님이나 부처님께 공양을 하는 명절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때라고 믿었던 일본에서 주인공인 존은 최면과 자신의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영혼과 만나는 신비한 경험을 통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의 변비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때인 오봉이 절묘하게 매치되어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동양의 전통 음악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 새로운 퓨전 음악이 탄생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기적 팝 스타인 존 레논의 이야기를 동양적 시각으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의 따뜻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팝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나에게도 존 레논이나 비틀즈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하나이다. 하지만 노래만 좋아했지, 존 레논이나 비틀즈의 세세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통해,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존 레논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었다. 왠지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세기적 스타의 마음 속 상처와 그의 치유 과정. 이 소설이 물론 픽션이지만 존 레논에 대한 작가의 오타쿠적인 연구에 의한 세세한 내용들이 인간 존 레논의 면모를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서 무척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존 레논의 ‘Beautiful Boy'와 ’Imagine' 이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기타를 들고 ‘Beautiful Boy'를 아들 션에게 들려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존 레논과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오노 요코의 모습이 떠오른다. 팝 스타 존이 마음의 상처를 모두 치유 받았기를, 그래서 그의 다른 세상에서의 삶은 평온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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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이한 지음, 조진옥 그림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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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독도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역사적이나 외교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과 항상 많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나 독도 문제, 중국의 동북 공정 등이 항상 민감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독도 문제의 경우, 한 나라의 국민으로써 우리 정부가 좀 더 강력하고 자주적인 태도를 취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과의 역사적, 외교적 문제에 있어서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역사를 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조선이다』로 세종대왕에 대한 여러 가지 일면을 알 수 있게 해주었던 저자 이한의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는 우리가 역사에서 궁금했지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다.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각각의 시대별로 우리가 지금까지 역사교육을 통해 배우고 외워왔던 단순한 사실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명쾌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외모를 보는 도구보다는 주술적인 의미로 쓰인 고대인의 거울, 기중기나 포클레인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300톤짜리의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고인돌의 미스터리,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잊혔던 광개토대왕릉비가 주목을 받으며 비문 해석에 대한 조작과 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신분제에 대한 벽이 높지 않았던 것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 원효가 실제로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을 마시고 진리를 깨달을까에 대한 의문점, 노국공주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인 기행을 일삼았다는 공민왕에 대한 일화 등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삽화와 만화, 만화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소개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어서, 성인들은 물론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위의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몇 가지의 이야기들을 소개해보자면, 동북공정의 원인을 제공한 고구려 벽화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와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찍어 놓은 흐릿한 사진 밖에 볼 수 없었던 고구려의 벽화들. 이들이 새롭게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1994년 어느 신문사가 개최한 전시회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전시회의 사진들의 상당수가 비공식적으로 촬영 된 것이기에 중국에서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며, 한국이 고구려를 시작으로 해서 백두산을 비롯한 만주 영토에 관심을 기울이고 조선족이 남한의 영향을 받게 되자 바짝 긴장한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조치를 처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우리 고대사의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역사 연구를 이러한 이유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고구려의 벽화들이 많은 도굴꾼들에 의해 파괴되어 이제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다. 
 독립된 국가로 발전하는 것이나 전성기에 있어서도 가장 늦었던 약소국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계기가 신분제에 대한 벽이 높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사실은 신라의 화랑제도와 백성의 정신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불교, 당나라와의 전략적인 외교활동이다. 또한 신라사회는 무엇보다도 골품제도라고 하는 신분제가 강한 사회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신라가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신분제도에 대해 신분제에 대한 벽이 높지 않았기에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는 바로 신라가 신분제도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고구려나 백제와 달랐다고 한다. 그에 대한 예로 김유신의 아들이자 문무왕의 사촌인 원술이 귀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전쟁터에서 달아났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났으며, 이후 매소성 전투에서 당나라를 상대로 전공을 세워 설욕했지만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신분제에 대한 특권은 그 사회가 오래되고 노쇠했을 때 심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신분보다는 실력을 인정하였던 점을 계속 잊지 않고 유지해왔더라면 아마 우리 역사에서 신라가 차지하는 부분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람하러 갔다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았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유물이기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소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무척 어두운 실내에 특별한 조명을 비추고 있어서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정말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일본의 목조반가사유상에 대한 논란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으니 정말 역사란 것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란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그것을 해석하는 것에 있어서 무척 신중한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이 책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가 역사관을 한참 심어가고 있는 청소년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키우는 것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며, 곧이어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의문점을 명쾌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저자의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후편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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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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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는 인간의 숨겨진 시기심과 야수성이 드러나는‘전쟁’이라는 시대적 격랑 속에서 자신들만의 무겁고 모진 성장통을 겪는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치러지고 있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데번 스쿨. 마치 따로 분리해놓은 것처럼 전쟁의 사슬이 옥죄어 오지 않아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는 이 곳의 진과 피니어스는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다. 활발하며 리더십이 강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피니어스와 그를 경쟁상대로 느끼며, 한편으로는 동경하던 진은 ‘자살클럽’이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자살클럽’의 입회 의식인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진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가 아래로 떨어지고 다리가 부서진다. 이 사건으로 피니어스는 장애를 갖게 되고, 진은 피니어스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도 모르게 마주한 자신의 야수성에 괴로워한다. 피니어스가 학교로 돌아오고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징병의 그림자와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시기심과 의심에 의해 피니어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진은 군대에 입대한다.

 전쟁과 분리되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본성의 야수성을 드러내며 그 누구보다도 잔인한 내면의 전쟁을 치루는 데번 스쿨의 진과 피니어스, 그리고 소년들. 그들은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적 사상과는 무관한 순수한 젊음을 간직한 소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전쟁과 징병이라는 무거운 사슬이 옭매어 오고, 거짓 된 평화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전쟁을 치른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은 주인공인 진과 피니어스를 비롯한 데번 스쿨 소년들의 모습으로 적절하게 묘사되었다.
 모든 것에 관대하며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야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의 피니어스,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야수성에 고뇌하는 진, 그 야수성을 직접 대면하고 정신적으로 회피해버리는 래퍼, 야수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만을 드러내는 브린커 등 데번 스쿨 소년들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야수성에, 그리고 우리 내면의 숨겨진 야수성에 무참히 길들여지고 희생되어진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상징적인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문장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 중에 가장 행복하고도 슬픈 결말을 이룬 인물은 죽음을 맞이한 피니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피니어스는 인간의 야수성을 직접 대면하게 되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모든 것이 완벽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기까지 한 피니어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나약함과 타인에 대한 원망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나약함에 의해 희생되어 스스로 험난한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피니어스는, 어찌 보면 전쟁의 야수성을 직접 목적하고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래퍼나 자신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피니어스에 비해 가장 행복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닐’이라는 인물이 피니어스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아마도 무척 강인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닐이 부모님의 연극 활동에 대한 반대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하는 모습이 피니어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본성이 드러나는 시대적 격랑과 그 속에서 자신들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성장 소설 『분리된 평화』 이 책은 단순한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소설을 넘어,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수작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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