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는 인간의 숨겨진 시기심과 야수성이 드러나는‘전쟁’이라는 시대적 격랑 속에서 자신들만의 무겁고 모진 성장통을 겪는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치러지고 있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데번 스쿨. 마치 따로 분리해놓은 것처럼 전쟁의 사슬이 옥죄어 오지 않아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는 이 곳의 진과 피니어스는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다. 활발하며 리더십이 강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피니어스와 그를 경쟁상대로 느끼며, 한편으로는 동경하던 진은 ‘자살클럽’이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자살클럽’의 입회 의식인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진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가 아래로 떨어지고 다리가 부서진다. 이 사건으로 피니어스는 장애를 갖게 되고, 진은 피니어스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도 모르게 마주한 자신의 야수성에 괴로워한다. 피니어스가 학교로 돌아오고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징병의 그림자와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시기심과 의심에 의해 피니어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진은 군대에 입대한다.

 전쟁과 분리되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본성의 야수성을 드러내며 그 누구보다도 잔인한 내면의 전쟁을 치루는 데번 스쿨의 진과 피니어스, 그리고 소년들. 그들은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적 사상과는 무관한 순수한 젊음을 간직한 소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전쟁과 징병이라는 무거운 사슬이 옭매어 오고, 거짓 된 평화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전쟁을 치른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은 주인공인 진과 피니어스를 비롯한 데번 스쿨 소년들의 모습으로 적절하게 묘사되었다.
 모든 것에 관대하며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야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의 피니어스,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야수성에 고뇌하는 진, 그 야수성을 직접 대면하고 정신적으로 회피해버리는 래퍼, 야수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만을 드러내는 브린커 등 데번 스쿨 소년들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야수성에, 그리고 우리 내면의 숨겨진 야수성에 무참히 길들여지고 희생되어진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상징적인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문장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 중에 가장 행복하고도 슬픈 결말을 이룬 인물은 죽음을 맞이한 피니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피니어스는 인간의 야수성을 직접 대면하게 되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모든 것이 완벽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기까지 한 피니어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나약함과 타인에 대한 원망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나약함에 의해 희생되어 스스로 험난한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피니어스는, 어찌 보면 전쟁의 야수성을 직접 목적하고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래퍼나 자신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피니어스에 비해 가장 행복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닐’이라는 인물이 피니어스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아마도 무척 강인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닐이 부모님의 연극 활동에 대한 반대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살하는 모습이 피니어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본성이 드러나는 시대적 격랑과 그 속에서 자신들의 야수성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성장 소설 『분리된 평화』 이 책은 단순한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소설을 넘어,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수작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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