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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Yesterday', 'Let it be', 'Love'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으로 항상 선정 되는 그룹 비틀즈.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 중에서도 두 번째 부인 오노 요코와 함께 한 반전 운동 등의 정치적 행보, 그리고 광적인 팬의 총격에 의한 충격적인 사망으로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남겨주고 떠난 존 레논.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언가 기이하고 천재적인 삶을 살다 떠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우리와는 달리 평범한 생활은 전혀 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특히 존 레논의 음악을 보면 무척 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이 있는가 하면, 상투적이거나 평범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도 있어서 그의 성향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도록 만든다.
존 레논의 음악에 급진적인 사회적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한 것은 오노 요코와의 만남 이후, 밴드의 해산과 솔로로의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루머에 의하면, 밴드 해산의 이유도 아내인 오노 요코를 밴드 멤버들이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정치적 활동, FBI의 감시, 술과 마약 등의 급진적인 행보를 보이던 그가 1975년 돌연 전업주부를 선언하며 4년 동안의 은둔 생활에 돌입하였다고 하는데, 이 또한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행적이다. 그 4년 동안 그는 무엇을 하고 보냈을까?
존 레논의 4년간의 은둔 생활에 대한 의문을 유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이야기는 존이 아내의 고향인 일본의 가루이자와의 한 거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와 무척 닮은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이후 변비가 시작된 존은 아내가 소개해 준 ‘아네모네병원’이라는 곳에서 수상한 진료를 받게 되고, 병원에서 나와 지나는 숲에서 자신의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 있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재회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아내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모종의 계획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지만,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신비한 숲의 경험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은 존은 변비에서 해방된다.
우습다. 천하의 존 레논이 변비로 고생하다니. 우리에게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노래와 행보를 보인 천재적인 아티스트가 누구에게 밝히기도 참 낯 뜨거운 변비로 고생을 한다니 정말 기발하면서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상상을 해보니 더욱 웃기다. 존 레논이 70년대 일본의 재래식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후가바바바 - 밥, 오흐흐흐흐- 흡’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라니, 정말 피식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쿠다 히데오 답다. 베일에 싸여 있는 존 레논의 은둔 생활 4년의 한 부분을 변비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상상해냈다는 점은 정말 오쿠다 히데오다운 기발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쳇, 질투 난다. 왠지 세기적인 아티스트가 그의 평범한 인생을 작가 자신의 나라에서 보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아 책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이것은 나의 괜한 시기심인지 모르나, 존 레논 인생의 한 부분에 대한 그의 기발한 상상이 존 레논의 혜택을 받은 나라인 일본의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질투가 났다. 존 레논이 만약 일본 여성인 오노 요코와 결혼하지 않았거나, 일본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왠지 존 레논이 일본의 가루이자와에서 일본 음식을 먹고, 오봉과 같은 일본 명절을 지내며 일본 문화를 즐겼음을 자랑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존 레논이라는 서양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간적 배경인 일본과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일본의 전통 명절 ‘오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무척 동양적인 냄새를 풍기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상처, 젊은 시절의 객기와 술과 마약, 천재적인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만에 의한 자신의 과오에 의한 상처를 ‘오봉’이라는 일본의 전통 명절을 맞이하여 치유해나가는 존의 모습은 무척 동양적인 모습이다. ‘오봉’이라는 명절은 정식 명칭은 ‘우란분재’라고 하는데, 음력 7월 15일을 전후로 사흘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조상님이나 부처님께 공양을 하는 명절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때라고 믿었던 일본에서 주인공인 존은 최면과 자신의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영혼과 만나는 신비한 경험을 통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의 변비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때인 오봉이 절묘하게 매치되어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동양의 전통 음악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 새로운 퓨전 음악이 탄생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기적 팝 스타인 존 레논의 이야기를 동양적 시각으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의 따뜻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팝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나에게도 존 레논이나 비틀즈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하나이다. 하지만 노래만 좋아했지, 존 레논이나 비틀즈의 세세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통해,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존 레논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었다. 왠지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세기적 스타의 마음 속 상처와 그의 치유 과정. 이 소설이 물론 픽션이지만 존 레논에 대한 작가의 오타쿠적인 연구에 의한 세세한 내용들이 인간 존 레논의 면모를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서 무척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존 레논의 ‘Beautiful Boy'와 ’Imagine' 이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기타를 들고 ‘Beautiful Boy'를 아들 션에게 들려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존 레논과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오노 요코의 모습이 떠오른다. 팝 스타 존이 마음의 상처를 모두 치유 받았기를, 그래서 그의 다른 세상에서의 삶은 평온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