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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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파란 하늘과 흰 구름사이로 보이는 연을 그들은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하늘을 향해 있지 않다. 아미르와 하산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의 민족적 아픔과 전쟁과 테러에 대한 의식을 가장 미국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여 미국인으로 살아온 작가는 어린 시절 전쟁과 테러의 상흔이 비교적 할퀴지 않은 아름답고 순수한 시절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과 전쟁 속에서 참혹하게 찌들어 가는 조국의 모습을 감상적이면서도 가장 미국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주인공 아미르는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파쉬툰족 아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파쉬툰족으로 비교적 풍요로움을 느끼며 살아오던 아미르에게는 친구이자 하인인 하산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탓에 파쉬툰족에게 억압과 핍박을 받아 온 하자르족인 하산은 묵묵히 아미르를 따른다. 그들은 서로를 지켜주며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우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서로에 관한 믿음을 바탕으로 콤비를 이루어 연싸움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다. 이로 그들의 우정은 점점 돈독해져가는 것 같지만, 평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아미르의 하산에 대한 질투심으로 인해 성폭행 당하는 하산을 못 본 척 묵인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 일에 대한 죄책감과 열등의식을 어린 나이의 아미르는 하산을 도둑으로 몰아 자신의 주위에서 떠나게 함으로써 해결한다. 그 이후, 아버지와 미국으로 망명하여 작가로 성장한 그는 하산에 대한 일을 모두 잊은 듯 살아간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였던 라힘 칸 아저씨로부터 하산이 자신의 이복동생임을 알게 되고, 하산의 비참한 죽음과 하산의 아들인 소랍이 전쟁과 테러 속에서 위험에 빠지게 되었음을 전해 듣는다. 어린 시절 자신의 치부에 대한 죄책감과 핏줄에 대한 책임감으로 조카인 소랍을 구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아미르는 천신만고 끝에 소랍을 구해내 미국으로 돌아온다. 전쟁과 테러의 처절함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소랍은 아미르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지만, 아미르가 그의 아버지 하산과 함께 우정을 쌓아 갔던 연을 통해 점점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무척 아프면서, 무엇인가 거북함이 느껴졌다. 작가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하산과 아미르의 따뜻한 우정과 핏줄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작가의 정체성 찾기, 혹은 아프간 민족에 대한 죄책감이었을까?
 이야기는 아미르가 어릴 적 지냈던 아직은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민족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그리고 조카인 소랍을 구하러 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미르가 마주한 탈레반 아세프 - 하산을 성폭행한 난폭한 동급생 아이 -는 자신들의 적인 미국인으로 살며, 동포들의 참담함을 묵인하며 살아가는 아미르에게 분노를 퍼붓는다. 이는 마치 우리가 모르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함에 대한, 그리고 작가 자신의 동포들에 대한 죄책감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동포들의 참담함과 그동안 짓밟힌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울부짖는 아세프는 어릴 적 하산을 성폭행했던 난폭한 아이였으며, 탈레반으로 성장한 그는 또다시 하산의 아들인 소랍을 해하려고 든다. 도대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 걸까? 이는 정말 미국에서 성장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의 가장 미국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한계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겉으로는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과 소랍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아미르의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아프가니스탄에도 테러리스트들만이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삶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듯 하지만 탈레반인 아세프, 장인인 장군의 모습 엄격하고 신분 차별적인 모습 속에서 작가 자신의 어쩔 수 없는 미국적인 시선을 보여준 것 같아 무척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이민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전혀 받지 않는, 미국인들의 이해와 포용 속에서 그들의 전통을 간직하며 살아 올 수 있었던 미국인들에 대한 작가의 고마움까지 은연중에 느껴지는 이 작품은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과 무엇인지 모를 거북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아미르와 하산이 바라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시선은 하늘이 아닌 땅을 향해 있다. 마치 무언가에 대한 속죄 의식을 치루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연을 바라보지 못한 채,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듯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이 진정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차별 없는 시선이기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도 진정한 평화의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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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 반기문 총장이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전하는 파워 멘토링
김의식 지음 / 명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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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 김의식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후배로 자신이 학창 시절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 반기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매우 어려운 가정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반기문 사무총장과 같은 롤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며, 지금 세대의 청소년들이 자신과 같이 반기문 사무총장을 롤모델로 하여 꿈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 책에서 저술하고 있다.

 저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일화 등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파트 ‘리더십 멘토링’에서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진정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성품인 겸손, 도덕성, 성실, 예의바름, 고집 등을 반기문 총장의 어릴 적 일화나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싶도록 소개하고 있다. 의사가 되길 바라셨던 아버지의 뜻에 반해 끝까지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고집. 부친의 장례식 때 어려워하는 고향 동창생들에게 먼저 다가와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던 그의 겸손함, “막대기에 기댈망정, 사람에게는 기대지 마라.”는 신조를 꼭 지켜왔던 그의 도덕성 등은 21세기 미래를 짊어져 나갈 오늘의 청소년들이 꼭 갖추어야 할 미덕들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파트 ‘영어 공부 멘토링’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어렵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영어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영어권 출신의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는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반드시 실천하며 자투리 시간도 활용하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라고 한다. 발음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단어보다는 예문을 활용하여 외우며, 팝송이나 영화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영어와 가까운 생활을 한다면 좀 더 영어를 즐겁고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 번째 파트 ‘세계 시민 멘토링’에서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세계 시민으로 성공하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지금의 청소년이 살 미래의 시대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써의 성공을 벗어난 세계 시민으로의 성공이 펼쳐질 진정한 지구촌의 시대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꿈을 크게 가지며,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나 경제,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약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며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는 매너와 시각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와 반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명진씨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세계를 이끌어 갈 세계 시민으로써 갖추어야 할 덕목들과 그것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록 편에서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진출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청소년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반기문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후,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진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진출하여 활동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앞으로 미래의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구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솔직히, 이런 전기문 같은 장르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용비어천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품이나 능력 등에 대해서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어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전기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읽지 않았다. 왠지 전기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너무 그 인물에 대한 허무맹랑하고 과장된 일화들이 나와 거부감이 생겨 읽지 않았었다. 물론 전기문이라는 것은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기에 그 사람의 훌륭한 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내가 보았던 전기문들은 위인들을 신격화 시키는 과장된 내용이 많아서 읽기를 싫어했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대단한 자리에 오른 반기문 총장의 그동안의 노력과 성품 등은 무척 존경할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그 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이 책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 학습 노하우가 소개되었는데,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별로 맞지 않는 내용인 것 같은 점도 조금 실망스럽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영어를 공부하던 학창 시절과 지금의 영어 학습 환경은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부하던 시절의 영어 학습법을 마치 올바른 영어 학습의 방법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시각이 아닐까 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아무리 지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인들과 능숙하게 의사소통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과연 학창시절 그의 암기식 영어학습법에 의한 결과물일까?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분의 성실함과 노력이 밑받침이 되었겠지만 외교관으로서 세계를 누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좀 더 지금 시대에 맞고, 현실적인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어 학습법이 소개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에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그의 곧은 성품과 성실함, 다른 사람에 배려, 수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아무쪼록 지금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그의 성공을 멘토 삼아 미래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리더가 될 밝은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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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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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때 꼭 참가해보고 싶은 행사가 있었다.

해마다 7,8월이면 전국의 한총련 학생들이 모여 국토순례를 하는 ‘통일선봉대(이하 통선대)’ 행사이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선배들이 여름이 되면 통선대를 다녀 온 후, 무척 달라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국토를 순례하는 통선대 기간 동안,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학생운동과 자신에 대한 신념을 그토록 확고히 다지는 것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기간 동안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활동과 경험들, 힘든 도보여행을 이겨낸 자신에 대한 믿음이 주는 성찰의 결과물이 아닐까? 목적이 무엇이었던 내 모든 것을 맡기는 여행이 주는 자아와 삶에 대한 성찰은 무척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 최고의 코미디언인 하페 케르켈링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찾아 온 건강악화로 인해 우연히 ‘야고보 순례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빠르게 연예계에 데뷔하여 쉼 없이 성공 가도를 달려 온 그는 청력약화와 담석 수술, 거기에 심근경색까지 겹쳐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기쁨의 야고보 길』이라는 책을 통해 ‘야고보 순례길’을 알게 되고, 무작정 자신의 찾아 떠나는 여행 ‘야고보 순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국경 마을인 생장 피드로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휘돌고 이베리아 반도의 북부를 가로질러 산티아고에 이르는 야고보 순례길. 야고보가 복음 전파를 위해 걸었던 전도의 길로 중세 로마 교황청이 이 길을 걸으면 죄를 감해준다는 칙령을 발표하자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길로 떠올랐다고 한다. 수백 년 동안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1,800여 곳의 유적이 남겨지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길은 최근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 류가 생의 의미와 작가로서의 소명을 발견했다고 밝혀 더욱 유명해진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또는 자신을 찾는 다는 이유로 걷기를 선택하는 이 길에서 하페 케르켈링은 전혀 순례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순례자들이 묶는 숙소에서 전혀 묶으려 하지 않고 근처의 호텔에 숙박하는가 하면, 다른 순례자들과도 전혀 어울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귀찮아한다. 또한 비가 오는 날은 걷기를 포기하고 지나가는 프랑스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가기도 한다. 이러한 그이기에 순례를 시작하면서 계속 자신에게 했던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엉터리 같은 순례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그것은 순례길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자연,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몇 년 전 유방암에 걸린 딸과 순례길에 올랐다가 급작스러운 딸의 병세 악화로 순례를 중단하고 14일 만에 딸을 하늘로 보낸 후, 다시 순례길에 오른 라리사, 분노를 일으켜 그에게 숨기고 있던 울화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해준 인디언 루코 우르코, 순례길 내내 그의 의지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FC 바르셀로나 티셔츠를 입고 있던 리버풀의 앤, 엄마와 같이 그들을 돌봐 주었던 쉴라, 순례길에서 만났던 학대받고 외로운 개들, 그가 끔찍하도록 싫어했던 주둥이 아줌마 잉게보르크까지. 그는 순례길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과 자연, 그 모든 것들을 통하여 자신이 찾고자 했던 질문의 답을 점차 찾아 간다. ‘나는 누구인가?’,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그 길 위에, 자신의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그는 깨닫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혹시 내가 전혀 모르는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였다. 특히, 기독교적인 것에 무척 거부감을 갖고 있는 나의 선입관 탓에 기독교적인 신에 대한 감동을 강요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면 책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그러한 나의 우려를 말끔하게 지워주었다.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이 호텔에 머물고 쇼핑을 하질 않나, 비싸게 주고 산 지팡이를 도로 찾으러 가질 않나, 중간에 힘들다고 차를 얻어 타질 않나, ‘이 사람 순례자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솔직하면서도 짝퉁 같은 순례길이 오히려 무척 재미있고 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야고보 순례길은 이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단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며, 길은 하나가 아니라 수천의 길이 존재하기에, 순례하는 이들 각각 나름의 길이 존재하기에 짝퉁 같은 순례자 하페 케르켈링에게도 자신의 해답을 찾게 해준 것 같다. 그러한 그의 재치 있고 솔직한 순례 여정과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다가온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문득 ‘여행’이라는 것이 하고 싶어진다.
단순히 즐기고 쉬기 위한 ‘여행’이 아닌, 나만의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나도 야고보 순례길에 오르면 그 길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그 언젠가 나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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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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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에 성대한 개막식으로 시작된 베이징 올림픽은 ‘과연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루고 있는 지금, 중국의 한쪽에서는 티베트인들에 대한 폭력적 인권 탄압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테러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스포츠 행사에 가려진 중국의 인권 탄압과 이슬람 분리 세력과의 갈등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베이징 컨스피러시』를 읽기 전에는 중국의 티베트 탄압 문제나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 독립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하였을 때도 ‘중국에서 웬 테러? 거기다가 주인공이 이슬람 사람이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차차 중국의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이나 종교적 차별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국의 신장 지역은 예로부터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위구르족이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던 지역이었다. 1700년대 청나라의 침입을 받으며 중국에 강제적으로 합병된 이 지역은  계속적인 독립 투쟁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위구르 독립 세력의 크고 작은 무력 투쟁들이 계속 돼왔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9.11테러, 올림픽과 같은 더 큰 이슈에 가려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커다란 땅덩어리, 거기에 정확한 수를 가릴 수 없는 인구수와 많은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 티베트 독립 문제와 신장 위구르 독립 문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강대국들의 패권주의에 의해 묻히고 있다. 

 『베이징 컨스피러시』의 큰 줄거리는 이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하여 세계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볼튼 부통령과 백신을 팔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할리웰 제약 회사의 극우적 민족주의자 리처드 할리웰은 비밀리에 슈퍼바이러스를 개발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생화학 테러를 일으키려고 계획한다. 거기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의 칼리드 카데르 박사가 미국에 테러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긴장감이 더해지고, 결국 호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 비행기와 배가 폭발하는 테러가 행해지며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알카에다에 정통하며 백악관의 극우민족주의자들에 맞서는 이성적 인물인 CIA의 커티스 오코너 요원과 할리웰의 실험실에서 슈퍼바이러스를 개발하지만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진 케이트 브레이스웨이트 박사의 활약으로 모든 테러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미국의 백악관, 극우적 민족주의자와 검은 손을 잡을 거대 제약 회사, 강대국들을 상대로 테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중국 신장 위구르 분리 독립 세력까지 무척 커다란 스케일을 가진 인물들과 배경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의 인물과 각각의 지역을 바쁘게 오가는 스토리 진행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한편의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인 에이드리언 다게는 응용과학을 전공하고 첩보 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시드니 올림픽에서 생화학 및 핵 공격에 대비한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호주 국립대학 아랍 이슬람 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테러와 첩보, 생화학 공격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작가의 우려 그대로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작가자신의 메시지를 그대로 담은 인물인 이므란 사예드 교수와 미국 정치권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해리슨 대통령과 볼튼 부통령 등의 인물, 무슬림인 칼리드 카데르 박사와 그의 숙적인 호펭 장군 등의 인물에 대한 사실적이고 상징적인 묘사가 더해져, 마치 실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끔 하고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와 총격전으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사망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베이징 컨스피러시』를 읽어서인지 전에는 그냥 넘겼을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티베트 독립 운동 세력에 대한 폭력 진압이나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에 가려져 또다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였듯이, 우리가 다른 문화를 대하는데 있어서 관대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국과 자민족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나라와 민족의 문화와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소설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질지도 모른다. 피부색, 그리고 종교. 그 모든 것으로 차별되는 것이 아닌, 우리와 같은 따뜻한 생명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성숙된 인권에 대한 시선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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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두력 -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해결 능력
호소야 이사오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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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나 핸드폰 등의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대두된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치매.” 이는 휴대 전화 등의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보급화 되기 이전에는 가까운 지인들의 전화번호나 인적 사항 등을 꼭 다이어리와 수첩 등에 적어 놓고 잊지 않으려고 외우곤 하였다. 그리고 영어 단어나 한자를 찾을 때도 꼭 사전을 펼쳐서 자세히 그 뜻을 살펴보곤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핸드폰의 단축 번호를 누르거나 인터넷의 지식 검색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심한 경우는 가끔 우리집 전화번호조차 기억이 안 날 때가 있기도 하다. 이는 그만큼 사람들이 편리한 기계에 의존하여 두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잘 사용하지 않는 신체기관은 언젠가는 퇴화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이러다가 사람들의 두뇌가 동물과 다른 그 기능을 잃은 채 퇴화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지두력’ 은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 해결 능력, 즉 경험이나 기존의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힘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사고력의 새로운 방법인 ‘지두력’은 기억력이 좋아 뭐든지 알고 있는 ‘지식력’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인 요즘과 같은 때에 단순한 암기력만을 가지고는 새롭게 변화하는 지식체계에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결론부터 전체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지두력을 가진 사람이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지두력’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지두력’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 방법을 바꾸어 훈련하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두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는 ‘페르미 추정’이라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원자력의 아버지인 엔리코 페르미가 고안해내고 강의시간마다 자신의 제자들에게 과제를 부여하여 여러 명의 유명한 물리학자를 키워낸 방법이다. ‘페르미 추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이 ‘페르미 추정’은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보능력을 활용하여 생각하는 논리과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전체에 있는 우체통의 개수는?”이라는 문제가 나왔을 경우, 사람들은 대충 생각해보지도 않고 얼렁뚱땅 대답을 하거나 대답하기를 쉽게 포기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페르미 추정‘에서 원하는 답은 우체통의 정확한 개수가 아닌. 그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이다. 자신만의 정보와 생각하는 논리력을 바탕으로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 이것이 바로 ’페르미 추정‘이다. 

 ‘페르미 추정’에 기본이 되는 세 가지 과정은 결론부터 생각하는 ‘가설 사고력’, 전체로 생각하는 ‘프레임워크 사고력’, 단순하게 생각하는 ‘추상화 사고력’이다. 이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가정하여 그것을 최종 결론으로 강하게 인식하여, 전체로부터 부분으로 생각하고 인수분해하며, 대상의 최대 특징을 추출하여 단순화하여 일반적인 답을 이끌어 내고 이것을 다시 구체화하여 개별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무척 어려워 보이는 이 방법에 대해 저자는 구체적인 예와 자세한 설명으로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렵고 낯설어 보이는 새로운 방식의 사고력 훈련법을 반복적으로 인식하고 훈련해간다면 충분히 ‘지두력’이 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은, ‘생각하는 힘’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하기에 이 지구상에서 동물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만 특별히 준 능력인 ‘생각하는 힘’을 우리 인간은 점점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인간이 ‘생각하는 힘’으로 만들어낸 문명의 여러 기기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생각하기를 멈추고 있다. 이러다가는 정말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보았던 무서운 이야기들이 사실이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나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고하는 능력을 잃은 채 힘들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바로 생각하는 힘, ‘지두력’을 키우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잘 외우고, 노래가사도 참 잘 외웠는데 이제는 핸드폰을 눌러 번호를 확인해야 하거나 노래방에서 모니터를 보지 않으면 노래가사가 잘 생각이 안 난다. 이 책 ‘지두력’에서 나왔던 질문인 “일본 전역의 전봇대는 몇 개일까?”에 대해서도 ‘뭐 이런 황당한 질문이 다 있지?’를 시작으로 ‘이런 건 전력계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풀 수 있는 문제 아니야? 거기다가 난 일본 사람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생각한단 말이야.’까지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사고력을 키우는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써 부끄러운 현실이다. 가끔 아이들이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황당한 질문을 하였을 때 수업에 방해된다고 화를 내거나 무시하곤 하였는데, 이러한 나의 꽉 막힌 사고 능력부터 고쳐 나가야 하겠다. 단순한 질문이라도 나만의 생각하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디지털 시대의 ‘생각하는 인간’으로 앞서나가는 내가 될 것임을,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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