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에 성대한 개막식으로 시작된 베이징 올림픽은 ‘과연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루고 있는 지금, 중국의 한쪽에서는 티베트인들에 대한 폭력적 인권 탄압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테러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스포츠 행사에 가려진 중국의 인권 탄압과 이슬람 분리 세력과의 갈등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베이징 컨스피러시』를 읽기 전에는 중국의 티베트 탄압 문제나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 독립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하였을 때도 ‘중국에서 웬 테러? 거기다가 주인공이 이슬람 사람이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차차 중국의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이나 종교적 차별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국의 신장 지역은 예로부터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위구르족이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던 지역이었다. 1700년대 청나라의 침입을 받으며 중국에 강제적으로 합병된 이 지역은  계속적인 독립 투쟁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위구르 독립 세력의 크고 작은 무력 투쟁들이 계속 돼왔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9.11테러, 올림픽과 같은 더 큰 이슈에 가려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커다란 땅덩어리, 거기에 정확한 수를 가릴 수 없는 인구수와 많은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 티베트 독립 문제와 신장 위구르 독립 문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강대국들의 패권주의에 의해 묻히고 있다. 

 『베이징 컨스피러시』의 큰 줄거리는 이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하여 세계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볼튼 부통령과 백신을 팔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할리웰 제약 회사의 극우적 민족주의자 리처드 할리웰은 비밀리에 슈퍼바이러스를 개발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생화학 테러를 일으키려고 계획한다. 거기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의 칼리드 카데르 박사가 미국에 테러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긴장감이 더해지고, 결국 호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 비행기와 배가 폭발하는 테러가 행해지며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알카에다에 정통하며 백악관의 극우민족주의자들에 맞서는 이성적 인물인 CIA의 커티스 오코너 요원과 할리웰의 실험실에서 슈퍼바이러스를 개발하지만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진 케이트 브레이스웨이트 박사의 활약으로 모든 테러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미국의 백악관, 극우적 민족주의자와 검은 손을 잡을 거대 제약 회사, 강대국들을 상대로 테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중국 신장 위구르 분리 독립 세력까지 무척 커다란 스케일을 가진 인물들과 배경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의 인물과 각각의 지역을 바쁘게 오가는 스토리 진행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한편의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인 에이드리언 다게는 응용과학을 전공하고 첩보 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시드니 올림픽에서 생화학 및 핵 공격에 대비한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호주 국립대학 아랍 이슬람 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테러와 첩보, 생화학 공격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작가의 우려 그대로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작가자신의 메시지를 그대로 담은 인물인 이므란 사예드 교수와 미국 정치권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해리슨 대통령과 볼튼 부통령 등의 인물, 무슬림인 칼리드 카데르 박사와 그의 숙적인 호펭 장군 등의 인물에 대한 사실적이고 상징적인 묘사가 더해져, 마치 실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끔 하고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와 총격전으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사망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베이징 컨스피러시』를 읽어서인지 전에는 그냥 넘겼을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티베트 독립 운동 세력에 대한 폭력 진압이나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에 가려져 또다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였듯이, 우리가 다른 문화를 대하는데 있어서 관대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국과 자민족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나라와 민족의 문화와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소설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질지도 모른다. 피부색, 그리고 종교. 그 모든 것으로 차별되는 것이 아닌, 우리와 같은 따뜻한 생명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성숙된 인권에 대한 시선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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