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한 요리사가 판다에게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후추를 뿌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한 표정의 판다는 자신과 같이 요리 될 여러 재료들에 둘러싸인 채 대나무를 먹고 있다.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판다』는 2008년 6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 수상작으로, 일본을 강타한 본격 미식 미스터리 소설이다. 음식과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이끄는 이 작품은 표지의 그림부터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비스트로 코타'라는 소박하지만 가능성 있는 레스토랑의 셰프 시바야마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 기노시타 미카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전에 맛보지 못한 최고의 요리를 맛보게 된다. 그곳에서 천재적인 미각을 지녔던 전직 요리 평론가 나카지마 히로미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자신이 맛본 최고의 요리가 '퀴진 드 듀'의 천재 셰프인 이시구니 츠토무의 요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우연치 않은 기회를 통해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코다. 실종 된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그 결말은 무엇일까?

 표지의 그림을 보며, '이토록 귀여운 판다를 요리해먹으려 하다니 끔찍하군!'이라는 정말 단순한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요리와 미각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는다. 마치 내 앞에 그 많은 요리가 실제로 펼쳐져 있는 듯, 그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입안에 들어온 음식들의 맛이 내 혀를 자극하여 하나하나 미각을 깨우는 듯 한 그 생생한 묘사들이 읽는 내내 배가 부른 느낌마저 들게 해준다. 
 

 일본 만화에는 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들이 많이 있는데, 항상 그런 만화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미스터 초밥왕'이나 '따끈따끈 베이커리' 등의 만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최고의 요리를 맛보게 되었을 때의 장면에 대한 묘사들이 참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요리를 맛보게 된 등장인물들은 마치 그 요리와 하나가 된 듯 최고의 황홀경을 맛보는 모습들로 묘사되어있다. 특히, '따끈따끈 베이커리'와 같은 만화의 경우, 아예 폭발해버리거나 하늘로 날아 가버리는 모습들로 묘사되어지는데, 이것이 아무리 만화라는 장르상의 허락된 과장법이라고 해도 그러한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이 만화에서 가능한 맛의 표현법이라면 소설에서는 과연 최고의 미각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내 기우를 말끔하게 해소시켜 준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실제로 정말 이 모든 요리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충동을 갖게끔 해주었다.

 이 소설의 황홀한 미각의 향연 속에서 허우적거리다보면 그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실종, 그리고 그들의 얽히고 얽힌 관계. 하지만 그 미스터리는 너무나도 뻔 한 결말에 대한 암시와 반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인물들의 연이은 실종과 음식, 지구상 모든 것의 맛을 보아버린 천재 요리사와 전설의 요리 평론가의 도를 넘은 미각에 대한 탐욕의 모습은 그 결말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뻔히 짐작하게 하는 실망을 안겨준다. 표지의 그림을 보며 독자들은 단순히 '국제적으로 금지된 판다를 먹는 내용'인가라는 짐작에 머무르지만은 않는다. 작가는 나카지마 옹이 언급했던 판다에 대한 이야기와 아오야마 아츠시라는 형사의 추리 내용을 토대로 독자들로 하여금 국제적으로 금지된 희귀 동물들을 수입하여 먹는 것으로 짐작하게끔 유도하려고 하는 듯하다. 그리고 나중에 그게 아닌 더 끔찍한 반전이 숨어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영화 '유주얼서스펙트'나 '식스센스'를 통해 단련된 독자들은 그런 단순한 설정에 쉽게 속지 않는다.

 나카지마옹이 코다의 음식점을 찾아가 그의 음식을 극찬하며 들려주었던 판다의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미친 탐욕에 대한 일종의 자조가 아니었을까? 아주 먼 옛날 충분히 사냥감을 확보하지 못한 게으른 판다가 자신들의 동족을 먹어 신에게 벌을 받아 원래는 육식이었던 동물이 대나무 잎만을 먹는 채식으로 습성이 바뀌게 되었다는, 그래서 여전히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는 판다의 이야기. 지구상의 모든 것을 맛보아버리고 더 이상 자신의 미각을 만족시킬 것에 대한 미친 집착이 낳아 버린 자신의 처절한 모습은 신에게 벌을 받고 이제는 그 게으른 습성에 의한 멸종의 위기에까지 처해버린 판다의 모습과 하나로 겹쳐진다.

 뻔히 보이는 반전과 쉽게 끝나버린 결말로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실제로 맛보는 듯 한 미각의 향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워낙 수사물이나 추리물을 좋아해서 CSI를 빠짐없이 보고, '유주얼서스펙트'의 반전을 처음부터 맞춰버린 나이기에 이 소설이 아쉽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스터리물과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좀 더 우리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쳐주는 감각적이고 호쾌한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눔이란 내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ARS전화를 걸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수재의연금을 모으는 것, 구세군 자선냄비에 돈을 내는 것에조차 나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해버리기 쉬운 요즘, 나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책을 읽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는 김수연 목사님의 삶은  진정 살아있는 사랑의 실천 모습이다. 그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의 이야기를 담은 『내 생애 단한번의 약속』은 김수연 목사님의 살아온 모습과 그가 아이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며 느낀 진정한 나눔의 아름다움,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 등이 담긴 산문집이다. 
 잘나가는 신문사, 방송사 기자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하던 그의 6살 둘째 아들이 화재가 난 집안에 홀로 있다가 두려움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려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급하게 달려갔지만 아들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던 중, 후배의 권유로 목사가 된 그는 작은 교회를 꾸려가다가 책을 좋아하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산간벽지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하늘나라로 보낸 둘째 아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아이에게 책을 많이 사주겠다던 약속을 그는 떠올리게 되었다. 괴롭고 두렵게 죽어갔을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내 몸과 같은 자식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의 심정이란, 정말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서인지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 것인지 그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어린 둘째 아들이 혼자 집에 있게 된 이유를 그는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 시절 그의 부인은 교회에 미쳐 있었고, 그는 집안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건 이후로 아내와도 이혼을 한 그가, 마음속에 교회와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크게 자리 잡게 되었던 그가 목사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는 정말 아내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의 아내도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을까? 내가 교회에 다니지 않아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어떤 사건을 통해서 종교에 귀의하고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 정말 가능한 일일까? 
 문득, 영화 '밀양'의 전도연이 떠올랐다. 유괴 당하여 죽음을 당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범인에 대한 원망을 교회에 가서 교회 의자를 두드리며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 그러던 그녀가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그 모든 것을 치유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던 모습, 범인에 대한 용서를 위해 교도소로 면회 갔던 그녀가 하느님에게 용서를 받았다며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의 그를 보며 다시 하늘을 원망하게 되었던 모습 … . 누군가에 대한 마음 속 원망을 정말 깨끗하게 지운다는 것은 정말 가능할까? 어떻게 본다면 김수연 목사님이 둘째 아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일을 떠올리고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가 그 일을 떠올리고 결심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 속 죄책감과 원망은 쉽게 치유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며 천사와 같은 아이들과의 사랑을 소통하는 모습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다른 사람에 대한 끝없는 봉사를 실천하는 분들의 모습 중, 볼 때마다 항상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은 어떻게 그 어려운 결심을 실제로 실천하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 어떤 계기가 있었던가에 상관없이,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음속에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계속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분들의 그러한 나눔의 모습은 정말 우리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존경스러운 모습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면서, 특히 독서 지도사 과정을 배우게 되면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을 자유롭게 접하게 해 주는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실제로 보게 되었다. 책 하나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변화시키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 속 작게 자리 잡은 꿈이 하나 있다. 나도 그들처럼, 그들의 그 커다란 모습에 가까이 갈 순 없겠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책을 나누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작은 나눔 하나를 실천하는 것에도 마음 속 고민을 수천 번하고 결국은 슬그머니 나중으로 미루어 버리는 내가 말이다. 김수연 목사님처럼 나에게도 그 어떤 계기가 되는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나눔을 위한 반성을 하게 해주며 다시금 결심하고 내 꿈을 확고하게 해주는 김수연 목사님의 산문집 『내생애 단한번의 약속』. 내 마음이 좁아질 때, 나의 인생이 힘들어져서 내 마음이 척박해질 때 항상 곁에 두고 위로 받고 싶은 감동적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제인 오스틴의 미로
엠마 캠벨 웹스터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즐겨했던 게임들이 있었다. 바로 '프린세스메이커'나 '두근두근 메모리얼' 등의 롤플레잉 게임. 특히 '프린세스메이커'의 경우, 내가 공주의 아버지가 되어 공주를 교육시키고 양육하여 행복한 미래를 맞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왠지 모를 책임감까지 느껴가며 즐겨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떨 때는 잘 교육 시켜 왕자에게 시집을 잘 가는가 하면, 용감한 여전사로 자라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잘못시켜(^^) 유곽의 여자로 쓸쓸한 운명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결말들을 다 보고 싶다는 그 신념 하나로 지겨운 것을 꾹 참아가며 한동안 즐겼던 게임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이 바뀌게 되는, 마치 내가 신이 된 듯 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롤플레잉 게임과 같은 책, 엠마 캠벨 웹스터의 『제인오스틴의 미로』. 제인오스틴의 대표적인 소설『오만과 편견 』을 기본으로 하여 『엠마』,『맨스필드 파크』등의 내용 속을 오가며 나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버넷은 언니를 좋은 집안인 빙리씨에게 시집을 보내고, 자신도 좋은 가문의 남자와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여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진 여성이다. 빙리씨의 집을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그곳에서 빙리씨의 친구 다아시씨를 만나게 된다. 거만해 보이는 다아시씨가 자신에 대해서 폄하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엘리자베스는 그에게 한없는 적대감과 편견으로 대하게 된다. 빙리양의 저녁 초대를 받고 간 언니가 독감에 걸려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빙리씨의 저택으로 찾아가게 된 엘리자베스. 여기부터 그녀의 운명을 결정짓는 독자들의 선택이 시작되게 된다. 


  독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전개되어지는 내용이 달라지는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가 진정한 사랑과 행복한 결혼을 하게 만들어야만 임무에 성공하게 된다. 결혼으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고 가문을 일으키려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현대 여성의 입장으로 보자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여성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려고 하며, 가끔은 귀엽고 인간적인 실수도 저지르는 엘리자베스를 우리는 미워할 수 없으며, 왠지 그녀를 꼭 행복하게 결혼시켜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한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옮겨 가며 읽어야 하는 이 작품은 다소 복잡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거기다가 선택에 따라 주어지는 점수 계산까지 해야 하는데, 이는 이런 종류의 게임이나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경우, 책을 읽는데 무척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수첩을 준비해서 각각 항목의 점수를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해야 하는 작업은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면 그대로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나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점수 계산을 하지 않고 이야기 진행에만 중점을 두고 읽었다. 최종 점수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진행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었다.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녀의 작품을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도 아직 읽지 않았고, 『엠마』도 영화로 보긴 했지만 별로 재미있게 보지 않아서인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처한 상황이나 그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흥미진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나오는 여성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데 있어서 돈 많은 집안 남자와의 결혼을 최선의 방법으로 믿으며, 진정한 사랑을 만나서야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그녀의 작품들은 무척 주체적이지 못하고 - 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 한심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러한 그녀의 6개의 작품 속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성은 약간은 진부한 내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한 그녀의 작품 구성들이 주는 재미로 인해 이번 기회를 통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제대로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결국 엘리자베스의 진정한 사랑은 다아시씨였다.
첫 만남에 그녀에 대한 폄하를 하였던 차갑고 오만한 다아시씨. 그것은 아마도 사랑에 서투른 무뚝뚝한 남성의 사랑 표현법이었을까? 엘리자베스의 앞에 계속 등장하는 다아시씨에 대한 편견을 이성적으로 깨가며, 그의 진정한 마음을 그녀에 느끼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 그 임무 도중 갑작스럽게 다아시씨는 자신의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제인 오스틴의 6가지 작품의 에피소드들을 섞어 놓은 것이고, 중간 중간 다아시씨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타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차가운 모습을 보이던 다아시씨의 고백과 청혼은 이야기 전개상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급작스러운 느낌이다.

 시작하자마자 길을 잘못 들어 엘리자베스를 죽게 만들어 1단계도 제대로 못 넘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롤플레잉 게임의 장점이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 다시 시작하여 중간 중간, 허무하게 끝나버리기를 몇 번을 거듭한 끝에 미로 속을 헤매던 엘리자베스를 다아시씨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끼며 이 책을 덮었다.
 롤플레잉 게임이나 심리 테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과 마치 내가 작가가 되어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 같은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작품 세계에 대해 느껴 볼 수 있는 즐거움까지 주는 『제인 오스틴의 미로』. 미로에 빠져 헤매고 있는 엘리자베스를 위해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해 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몽룡과 사랑에 빠진 춘향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춘향전 ㅣ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6
김나정 지음, 조성덕 그림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교과서에서 뽑은 우리고전」시리즈는 초등학생들에게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 줄 수 있는 책이다. 1권인 『금오신화』부터 12권인『전우치전』까지 출간되었으며,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엄선한 우리 고전문학들이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고전문학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시리즈 6권인『몽룡과 사랑에 빠진 춘향』은〈춘향전〉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구성하였다.
책의 첫 부분에는 '원전에 대하여 종알종알'과 '작품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을 통하여 문학사적인 지식과 작품의 의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고전문학이라는 장르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무척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이는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에 대한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작품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지 않은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마치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작품을 접하기 전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사적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고전문학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작품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사고력과 논술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 작품과 함께 실린 삽화들이 요즘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맞지 않는 너무 고전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물론 작품 자체가 고전문학이기 때문에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삽입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삽입된 그림들은 너무 고전적이어서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의 끝부분에는 춘향전이 배경이 된 시대에 대한 소개와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작품에 고사 성어, 더 읽어보면 좋은 관련 작품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어 아이들이 고전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시리즈 7권 『교활한 교씨를 물리친 어진 사씨』는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소개하고 있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책의 첫 부분인 '원전에 대하여 종알종알'과 '작품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에서는 작가인 서포 김만중에 대한 소개와 〈사씨남정기〉의 문학사적 의미와 특징 등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는 작품에 배경이 된 시대사적 이해를 돕고 있으며, 초등학생 아이들이 작품의 의미와 문학사적 의미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여 고전문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고 있다.
가운데 부분인 작품으로 들어가면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적절한 삽화와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이들의 논술력과 생각을 커지게 할 수 있는 '생각거리 콕콕' 질문들이 아이들에게 생각해볼만한 많은 소재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문체가 너무 단순해서 이야기의 재미를 다소 반감시켜주고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이는 어려운 고어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번역이라 생각되는데, 그 문체가 너무 단순하여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어지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원전에서 느낄 수 있는 극의 긴장감이나 상징성 등이 너무 단순화되어, 극적이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이 읽기에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서포 김만중이 살았던 시대이며 작품의 배경이 된 조선후기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작품에 나온 고사 성어,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 〈사씨남정기〉와 관련되어 더 읽어보면 좋은 작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고전문학에 대한 공부를 포함하여 한자, 논술에 대한 공부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폭넓은 지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교과서에서 뽑은 우리고전」시리즈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특히 5,6학년 시기에 읽게 된다면 중학교에 진학하여 하게 될 국어와 문학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고전문학을 초등학교 시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접하고 중학교에 진학한다면 국어와 문학 공부는 물론, 한국사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읽었던 〈허생전〉이 문득 떠오른다. 집에 있던 초등학생을 위한 전집 중 한권이었는데, 어느 출판사의 책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허생전〉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허생이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떠나 매점매석을 통해 큰돈을 마련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국을 세우는 이야기가 어린 나에게 무척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는데, 어릴 적 접하게 되었던 고전문학은 내가 성장하여 중고등학교를 지나 국문학과에 진학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어린 시절 접하게 되는 고전의 작품들은 한 아이의 문학적 감수성은 물론 인생을 좌우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문화에 문학적 감수성을 잃어가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좀 더 고전문학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좋은 책들이 아닐까 평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이제 것 깨닫지 못했던 자아에 대한 인식인 동시에 자신의 치부를 깨닫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까지 핑크빛으로만 보이던 세상은 나의 치부를 깨닫는 순간 회색빛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실감을 극복하고 진정한 내 자아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그 성장의 과정을 너무나도 아프게 겪은 소녀의 가슴 시린 성장기가 있다.
작가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의 니은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갑작스럽게 잃고 혼자가 된다. 엄청난 상실감에 빠진 니은은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부모를 잃은 그녀 앞에 나타난 단짝 친구인 나무. 나무를 만나며 그녀는 이제까지 깨닫지 못하던 자신의 콤플렉스와 조우하게 된다. 자신에겐 없는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은 나무를 니은은 자신 곁에서 밀어내버리고 만다. 올곧이 혼자가 된 그녀. 늦은 나이에 배운 한글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왕고래집 할머니와 처용포를 고래 관광단지로 꾸민다는 개발 과정에서 홀연히 고래 배를 타고 사라진 장포수 할아버지를 통해서 니은은 상실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며 성장하게 된다.

 처용설화와 고래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토대로,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커다란 상실감에 빠져 방황하는 한 소녀의 가슴 시린 성장기를 적절하게 표현해낸 『꽃피는 고래.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주인공 니은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모습들이 바로 지나온 우리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불쾌감까지 느껴졌다.
 주인공 니은은 우리가 흔히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성장의 고통을 넘어선, 상실의 고통과 자신의 치부를 발견하게 되는 커다란 자아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어른됨의 과정은, 우리가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 청소년과 어른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겪게 되는 자아상실의 혼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녀는 자신의 상실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친구인 나무를 자신에게서 밀어내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콤플렉스에 대한 인정과 극복,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나로 거듭나게 된다.
 니은에 비해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지만 솔직함과 자유로움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린 나무, 왕고래집 할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에 힘겨워하며 술에 절어 아픈 성장기를 극복해낸 왕고래집 할머니의 딸, 가족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고 자신에게 온 생명은 모두 죽어나가는 꼴을 절대 볼 수 없다며 마을의 개와 고양이를 먹이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딸을 살려 낸 왕고래집 할머니, 젊은 시절 포경선에 몸담으며 고래를 잡고 포경이 금지된 후에도 포경선과 포경 도구들을 지키며 홀연히 사라진 장포수 할아버지, 이 모든 인물들의 각각의 캐릭터와 삶의 모습들이 바로 내 삶과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장포수 할아버지는 정말 고래들의 나라로 떠나갔을까?
거기서 자신이 20여 년 전에 던진 작살을 여전히 꽂고 다니던 그 고래와 마주하였을까? 작살에 급소를 맞은 고래가 마지막으로 붉은색 꽃을 피우며 삶을 마감하듯이, 장포수 할아버지의 마지막 삶도 그렇게 강렬하기를, 가슴 시린 성장통을 잘 이겨낸 니은이의 삶도 바다를 유유히 떠도는 고래처럼 자유롭고 성숙하기를,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을 살아가는 나도 그들처럼 진정한 자아의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해마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