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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평점 :
진정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눔이란 내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ARS전화를 걸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수재의연금을 모으는 것, 구세군 자선냄비에 돈을 내는 것에조차 나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해버리기 쉬운 요즘, 나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책을 읽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는 김수연 목사님의 삶은 진정 살아있는 사랑의 실천 모습이다. 그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의 이야기를 담은 『내 생애 단한번의 약속』은 김수연 목사님의 살아온 모습과 그가 아이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며 느낀 진정한 나눔의 아름다움,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 등이 담긴 산문집이다.
잘나가는 신문사, 방송사 기자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하던 그의 6살 둘째 아들이 화재가 난 집안에 홀로 있다가 두려움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려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급하게 달려갔지만 아들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던 중, 후배의 권유로 목사가 된 그는 작은 교회를 꾸려가다가 책을 좋아하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산간벽지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하늘나라로 보낸 둘째 아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아이에게 책을 많이 사주겠다던 약속을 그는 떠올리게 되었다. 괴롭고 두렵게 죽어갔을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내 몸과 같은 자식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의 심정이란, 정말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서인지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 것인지 그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어린 둘째 아들이 혼자 집에 있게 된 이유를 그는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 시절 그의 부인은 교회에 미쳐 있었고, 그는 집안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건 이후로 아내와도 이혼을 한 그가, 마음속에 교회와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크게 자리 잡게 되었던 그가 목사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는 정말 아내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의 아내도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을까? 내가 교회에 다니지 않아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어떤 사건을 통해서 종교에 귀의하고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 정말 가능한 일일까?
문득, 영화 '밀양'의 전도연이 떠올랐다. 유괴 당하여 죽음을 당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범인에 대한 원망을 교회에 가서 교회 의자를 두드리며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 그러던 그녀가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그 모든 것을 치유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던 모습, 범인에 대한 용서를 위해 교도소로 면회 갔던 그녀가 하느님에게 용서를 받았다며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의 그를 보며 다시 하늘을 원망하게 되었던 모습 … . 누군가에 대한 마음 속 원망을 정말 깨끗하게 지운다는 것은 정말 가능할까? 어떻게 본다면 김수연 목사님이 둘째 아들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일을 떠올리고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가 그 일을 떠올리고 결심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 속 죄책감과 원망은 쉽게 치유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며 천사와 같은 아이들과의 사랑을 소통하는 모습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다른 사람에 대한 끝없는 봉사를 실천하는 분들의 모습 중, 볼 때마다 항상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은 어떻게 그 어려운 결심을 실제로 실천하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 어떤 계기가 있었던가에 상관없이,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음속에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계속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분들의 그러한 나눔의 모습은 정말 우리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존경스러운 모습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면서, 특히 독서 지도사 과정을 배우게 되면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을 자유롭게 접하게 해 주는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실제로 보게 되었다. 책 하나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변화시키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 속 작게 자리 잡은 꿈이 하나 있다. 나도 그들처럼, 그들의 그 커다란 모습에 가까이 갈 순 없겠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책을 나누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작은 나눔 하나를 실천하는 것에도 마음 속 고민을 수천 번하고 결국은 슬그머니 나중으로 미루어 버리는 내가 말이다. 김수연 목사님처럼 나에게도 그 어떤 계기가 되는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나눔을 위한 반성을 하게 해주며 다시금 결심하고 내 꿈을 확고하게 해주는 김수연 목사님의 산문집 『내생애 단한번의 약속』. 내 마음이 좁아질 때, 나의 인생이 힘들어져서 내 마음이 척박해질 때 항상 곁에 두고 위로 받고 싶은 감동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