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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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국내에 알려진 작가 '이케이도 준'의 신작 <일곱 개의 회의>는 일본에서는 소설 자체도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고 하는 인기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한자와 나오키>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일곱 개의 회의>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책이었다.

 

중소기업이자 '소닉'의 자회사인 '도쿄겐덴'에서 만년 계장인'핫카쿠'가 자신의 상사이자 영업1부의 에이스인 '사카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구나 이 일은 간단히 무마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사카도는 대기 발령 조치를 당하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던 이 사건의 이면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일곱 개의 회의>는 단일 주인공을 내세웠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는 다르게 여덟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각 이야기마다 화자도 다르고 각각의 주인공이 향하고자 하는 방향 역시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회사에 모인 사람들끼리의 상호작용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메인 사건에 화자가 관계가 있건 없건에 구애받지 않고 앞서 기술한 메인 사건은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동일한 사건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 말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조금씩 알아가는 사람도 있고,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며 이를 은폐하려고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화자가 되면서 깊은 물 밑에 있던 사건은 차츰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답게 이번 <일곱 개의 회의> 역시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당히 인상깊었던 것은 메인이 되는 사건이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의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단편에서 화자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 당면한 '나의 일' 뿐이라는 것이다. 크거나 혹은 소소한 문제라도 당장 다른일, 다른 문제보다는 내 일이 우선이고, 내 일이 중요하고, 내 고민이 먼저인 사람들을 보며 나의 크고 작은 고민도 함께 생각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기업을 흔들리게 하는 그 시발점이 되는 '나사' 한 개를 보며 -그것도 회사의 존폐를 가르는 것이 고작 나사 하나라는 아이러니함까지 더해져서- 회사에서 여태도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부조리함, 눈 앞의 실적에 급급해서 미래의 위협에 눈 감는 불합리함까지 엿볼 수 있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마치 셀로판지처럼 펼쳐지는데 그 셀로판지를 하나로 겹쳐보면 검은색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 이야기는 모두 여덟 개인데 왜 제목은 <일곱 개의 회의>일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작가의 명확한 생각이 따로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덟 개의 이야기 중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로 세 번째 이야기인 '결혼 퇴사'인데 이 이야기는 굳이 없어도 스토리의 전개에는 영향이 없을 법한 '사족'같은 내용인데 단편 한 편으로 보면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었던 -그리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족같은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소소하게나마 메인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마치 소소한 바람이 누군가의 추악한 가면을 날려버린 느낌이랄까?

 

거짓말을 하나 감추기 위해서는 또다른 거짓말을 일곱 개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거듭되다 보면 결국 드러나지 않는 거짓말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견고한 봉인도 풀리게 마련이고, 시간이 오래 지날 수록 결국 더 심하게 썪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단순히 표면에 드러난 부분만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꼬리만 자르는 임기응변식의 대처가 거듭되면 어떤 비극적인 결말까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사에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나사 한 개'와도 같았던 존재가 일으킨 날개짓이 결국 토네이도가 되는 과정은 기업이라는 거대한 세상 속에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 나의 모습까지 되돌아보게 했다.

 

아주 가볍게 읽히도록 구성되었지만 그 이면은 기업을 둘러싼 추악하고 무거운 사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설 <일곱 개의 회의>.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히도록 쓰는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한자와 나오키>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로는 손색이 없었지만 다소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면 <일곱 개의 회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에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더해진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앞으로 출간이 예정되어 있는 작가의 책을 손꼽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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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어생활 : 1교시 일상생활 영어회화 즐거운 영어생활
제이 정 지음, 산돌티움 그림 / 길벗이지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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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출판사 '길벗이지톡'에서 영어책 증정 이벤트를 했었는데 '이 책이 당첨된다면 내년에는 영어공부를 하겠습니다!'라고 당연히 안될 줄 알고 파워당당하게 적었더니 읭? 당첨이 되고 말았,,(?) 기쁨 반, 영어공부에 대한 부담 반으로 <즐거운 영어생활> 책을 받았는데 차례만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아니, 영어책 차례가 이렇다고!? 이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지? 라는 궁금증으로 보기 시작해 어느덧 중반까지 온 시점에서 새롭게 동기부여를 하고자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참고로 아직 중반밖에 못온 이유는 하루에 한 과씩, 꼭꼭 씹어가며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즐거운 영어생활>인데 일러스트를 보면 익숙한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바른생활 내지는 옛날 교과서 느낌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그림체가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사실 저 일러스트 좋아해서 노트도 사고 그랬음ㅎ)

 

 

 


나를 빵! 터지게 했던 목차ㅋ 아니 대체 이게 영어책 목차가 맞는 건지 의문일 정도이다. 급식체(?)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실제로 실생활에 자주 쓰일 법한 문장들이 보인다. 참고로 나는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 챕터 4에서 '줌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얼른 4과 공부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우리 언니가 줌바 해서 얘기해주려고,,,ㅎ)

 

 

 


(뜬금없이 10과를 소환한 이유는 일러스트가 공감이라서(?)) 암튼 구성을 보면 일단 첫 페이지에 우리 말로 대화가 있다. 대화만 봐도 뭔가 친구랑 가볍게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참고로 이렇게 한글 대화만 있는 부분도 MP3를 들을 수 있다.(지만 난 안 들음ㅋ)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메인 문장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전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보통 4~5문장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제로 10과의 문장들을 보면 모를 법한 단어가 하나도 없다. 아래 간단히 구문 설명도 있지만 나는 그냥 슥~ 보고 넘긴다.(나의 공부법은 추후에 적기로 한다.)

 

 

 


세 번째 페이지에는 한글과 함께 영어 문장이 병기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는 MP3가 한글 1회 + 영어 3회 순서로 반복되는데 영어 1회 때에는 느린 속도로 들을 수 있고 2~3회는 실제 속도로 들을 수 있다. 의외로 이렇게 들으면 발음도 더 정확히 알 수 있고 억양도 좀 더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페이지에서는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롤플레이를 할 수 있다. 번갈아가며 한글을 보고 외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찍어서 확인해도 되지만 나는 길벗 홈페이지에서 한꺼번에 듣는 것이 편해서 이렇게 듣고 있다.

여기에서 ​나의 공부 방법을 적어보자면,,

사전 학습. 1과부터 어제 공부한 과까지 허공을 보고 주~욱 말한다.

1. 2페이지의 영어 문장 MP3를 1회 (내지는 2회) 듣는다.

2. 3페이지의 MP3를 1회 듣는다.

3. 2페이지로 돌아와서 소리 내어 2~3회 읽는다.

4. 1페이지의 한글을 보며 3회 정도 영어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본다.(이 때 모르면 2페이지를 확인한다.)

5. 4페이지의 MP3를 들으며 롤플레이를 1회 한다.

6. 허공을 보고 오늘의 문장 4개를 말한다.

여기까지 하면 6번 단계에서 조금 버벅거리기는 해도 전부 기억해서 말할 수 있는데, 1~6까지 소요 시간은 딱 7~10분 정도로 정말 얼마 안 걸린다.

이후 1과부터 오늘 공부한 과까지 허공을 보고 주~욱 말하면 학습 종료! (10과 말하는데 대략 2분 30초 정도 걸린다.)

이렇게 현재 절반 정도 한 시점에서 하루 공부 시간은 복습 시간을 전부 포함해도 15분 정도이다. <즐거운 영어생활> 한 권이 총 30과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마도 마지막 과까지 학습하면 하루 공부시간은 20분 정도 되지 않을까? 현재 시점에서 1~10과 정도는 그냥 생각하지 않아도 입 밖으로 나오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덤 부분인데 매 5과가 끝날 때마다 본문에는 없는 다양한 표현들을 추가로 알려주고 있다. 위에 적힌 내용은 너무 공감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이라 찍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이 바로 암기카드! 잘라서 사용할 수 있는데 앞면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주요 문장이 한글로 적혀 있고 뒷면에는 해당 문장이 영어로 적혀 있다.

 

 

 


적혀 있는 문장만을 확인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죽~ 암기하고 있다면 이 문장만 보고도 해당 학습의 대화를 떠올릴 수 있어 확인용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해준다.

 

영어책 한 권을 외워보자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대화 형식으로 된 책을 암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실제로 책 한 권을 외우는 일이 정말 보통 인내심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나 역시 체험했다. 암기 자체도 쉽지 않지만, 잘 외우다가도 하루 이틀 빼먹으면 다시 시작하고 앞부분을 다시 외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전체를 포기해버리기 십상이다.(내가 그랬다.ㅠ) 그런데 <즐거운 영어생활>은 문장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고, 실생활에서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라서 학습에 부담이 없고 암기 역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해서 어렵지 않게 학습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30과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떼는 것에 많은 기간이 소요되지 않고 (한 달 정도?)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연휴 동안 학습을 쉬었는데도 '남은 문장들이 궁금하다며' 다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

 

저자분께서 10년 동안 영어강사로 지내며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문장들을 듣고 '와, 이런 표현은 누구라도 궁금해하겠는데!' 하며 쓰셨다는 책, 그래서인지 내가 궁금한 문장들도 적잖이 담겨 있는 책, 꾸준히 학습해서 완독하는 날까지 달려봐야겠다. (다음에 2권 리뷰를 쓰는 걸로 학습 인증하기로ㅎ 참고로 <즐거운 영어생활> 시리즈는 현재 3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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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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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 출판사에서 새롭게 복간된 슈노 마사유키의 <가위남>. 예전에 나왔던 책은 분명 표지에 가위 그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로 복간된 책은 가위는 볼 수 없고 꽃병에 꽃과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여러 가지 연상을 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표지로 탈바꿈하였다."대담하고 정교한 본격 미스터리의 걸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있는데 사실 나는 아직도 이 '본격 미스터리'의 정의가 애매해서, 대충 탐정이 등장하고 트릭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본격'은 차치하더라도 확실히 이 책은 '대담'하고 '정교'함에는 틀림이 없다.

 

피해자의 몸에 가위를 꽂는 두 건의 엽기적인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가위남'은 새롭게 세 번째 타깃을 정하고 조사를 반복하던 중 자신이 목표로 한 소녀가 자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발견하여 해당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관계자의 입장이 되어 버린 가위남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에 대한 분노와 궁금증으로 그녀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한편 세 건의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들은 고군분투하지만 증거와 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답보를 반복하고 과학수사연구소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똑같은 살인범을 찾는 진짜 '가위남'과 경찰들, 그리고 그 앞에 선(가짜) 가위남의 운명은?

 

이 책은 확실히 내가 생각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특징과 부합하는 면들이 있다. 일단 탐정이 등장한다는 것과 트릭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탐정이 살인범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트릭에 대한 이야기는 네타가 될 소지가 다분하여 이번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자신이 이미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세 번째 타깃까지 정해 거의 살인의 목전까지 갔는데 이미 피해자가 살해당한 상태에서 그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서는 원조(?) 연쇄 살인범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소설의 구성 자체도 독특한데 일단 한 축을 이루는 것이 원조 가위남(이하 가위남)의 시점이다. 가위남은 다중 인격자이자 매주 자살을 시도하는 자살지원자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가위남은 자살에 실패할 때마다 자신의 다른 인격인 '의사'를 만나는데 서로 생각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으며 의사는 가위남의 행동에 늘 비판적(이라고 쓰고 비난적이라고 읽어도 될 듯)이다. 이렇게 어느 모로 보나 독특한 연쇄살인범이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형사인 이소베의 시점으로 보는 경찰측의 모습이다. 이소베는 아직 초짜에 가까운 형사이지만 과학수사연구소의 범죄심리분석관의 지명을 받아 해당 사건에서 그의 수족이 되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렇게 다소 어리바리한 인물을 앞세우고 그의 속마음까지 어느 정도 드러내 보여주면서 오히려 경찰쪽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트릭을 제외하고 적으려니 내용도 어느 정도 선까지밖에 적을 수가 없어 바로 감상으로 넘어가자면.. 이 책이 국내에 처음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2007년이고 이번에 복간된 것은 2019년이지만 실제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무려 1999년으로 20여년 전이다. 그 당시의 책들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확실히 -그 잔인성을 감안하고서라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본격 미스터리'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을 충분히 충족시켰을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실 트릭이 주가 되는 소설을 트릭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트릭을 제외하더라도 시시각각 좁혀지는 가위남과 경찰의 수사망을 보는 것도 스릴 있고 만담과도 같은 의사의 촌철살인 역시 볼거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어떤 소설에서도 보기 힘든 정말 개성 강한 연쇄살인범의 모습도 이 소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은 페어한 척 하지만 분명 페어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서는 어필할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리뷰를 쓸 때는 최대한 내용보다는 감상 위주로 적으려고 하는데 <가위남>처럼 내용도 감상도 적을 수 없는 책은 정말 어렵다. 내 마음대로 적다 누군가에게 네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간단히 감상을 적자면 '대담하고 정교한 본격 미스터리의 걸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썩 과장한 것 같지는 않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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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모리카와 토모키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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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독특해서 눈이 갔던 책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제목도 특이한데 띠지의 그림이,, 너무 중2병스러워서 약간 망설여졌지만 '이 칼로 죽임을 당한 자는 정확히 4시 32분 6초에 되살아난다!'는 홍보 문구에 넘어가서 읽게 되었다.

 

대학생인 '시치사와'는 친구인 '리나'와 '이나키도'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아마추어 영화감독이다. 그는 다음에 찍을 영화를 고민하던 중 이탈리아 여행 중 야시장에서 구입한 단검에 눈이 가고, 이를 소품으로 고민하다 환상처럼 '가보니'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연쇄살인마라고 밝힌 가보니는 '그 칼로 생명체를 죽이면 자신이 죽은 시간에 되살아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시치사와는 실험을 통해 가보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칼로 동물을 죽인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그 리얼한 영상으로 인해 형사인 '코소네'로부터 의심을 사고 그녀는 점차 시치사와를 살인자로 여기고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설정의 책인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칼로 생명체를 죽이면 되살아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시간 조건은 '몇 시간 후' 라는 식의 소설을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특정 시간으로 정해져있다보니 코소네로부터 의심을 사는 시치사와는 영리하게 머리를 쓸 수 있게 된다. 소설 자체는 유명한 일본의 만화인 '데스노트'의 설정과 굉장히 유사한데 시치사와를 '야가미 라이토'와, 코소네를 'L'과, 단검을 '데스노트'와 가보니를 사신 '류크'와 각각 연결시키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데스노트에서도 라이토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웠던 것이 실제 인간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만 적으면 사람이 죽는 노트'에 대해 생각하기도 어렵고 이를 손에 넣어서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치사와의 단검 역시 이 칼로 사람을 죽이면 되살아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실제로 칼을 손에 넣어 증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코소네는 고전하게 된다.(실제 소설을 읽다보면 만화와 세세하게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만이 가진 특이점은 시치사와에게 살인의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영화를 위해 살인 장면을 촬영하고 싶을 뿐 사람이나 동물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심지어 특정 시간이 되면 모두 되살아나고 그 때의 기억도 어렴풋함 꿈 정도로만 남기 때문에 실제로 살인을 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치사와의 살인행위가 입증되어도 그에게 살인도, 시체유기도, 상해치사도 그 어떤 것도 죄를 묻기 어렵다. 그리고 심지어 코소네는 시치사와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한다. 결국 어느 쪽도 '선'이라고 보이지 않고 어느 쪽도 응원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설정 자체는 무겁지만 소설은 라이트노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볍게 읽힌다. 미사여구가 적고 전개가 빠른 데다 거의 직선적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도 죽지 않는 단검을 가지게 되어 '죄책감'이라는 것을 전혀 갖지 않은 채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되는 시치사와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점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코소네를 보면 맹목적인 동기와 무분별한 능력이 주는 부작용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깔끔하게 복선을 회수하는 결말도 그렇고, 소설을 아주 가볍게도, 제법 무겁게도 읽을 수 있게 쓰는 작가의 능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아직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좀 더 볼륨 있는 책으로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된다.

 

 

알라딘 별점은 중간이 없어서,, 별점 3.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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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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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는 흔히 '경찰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지만, 기자 출신의 작가 답게 내가 읽은 소설에서는 경찰이 한 축, 기자가 한 축을 담당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번에 읽은 <사라진 이틀>은 중심은 경찰이지만 여러 갈래의 인물들이 각각 화자를 담당하며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경찰, 기자가 한 축을 담당함은 물론 검사와 변호사, 판사, 교도관까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삶의 인생을 돌이켜 보게 된다.

 

경찰철 교육과 계장인 카지 경감은 자신이 알츠하이머인 아내를 죽였다며 자수를 한다. 사건에 의심스러운 점은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아내를 죽이고 자수를 하기까지 카지 경감의 시간에 이틀의 공백이 있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 기간 동안 그가 환락가에 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온화하고 주변으로부터 존경받아온 인물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그를 신문하는 경찰, 그의 사건을 기소하게 되는 검찰, 이 사건을 조사하는 기자, 그를 변호하게 되는 변호사, 사건의 판결을 내릴 판사, 그의 담당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싸고 그 이틀의 시간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이들의 조사에 따라 생각치 못했던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책의 제목도 '사라진 이틀'이고 카지 경감의 행방이 묘연한 이틀은 책 한 권을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의문이다. 이를 통해 '시키' 경감이 카지 경감의 행적을 수사하게 되고, '사세' 검사가 경찰의 사건 은폐 및 조작을 의심하게 된다. 그 외에도 변호사나 기자, 판사, 교도관까지 모두 그의 행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왜 카지 경감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수하기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비어있는에 대한 의문이다. 여기에 역자 후기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아내를 죽임으로써 경찰의 명예를 더럽힌 카지 경감이 어째서 자살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지며 그의 이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렇지만 사실 이 소설의 메인은 '왜 그의 행적에 이틀의 공백이 있는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이틀에 대한 의문은 카지 경감이라는 인물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병으로 인해 아들을 잃고 자신의 아내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 이 인물의 인생을 돌아봄으로써 사회적인 모순도 알 수 있고, 이 인물의 행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되돌아보는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함께 생각해보면서 경찰-검찰-기자 등 서로 대립되는 관계 속의 알력 다툼과 그럼에도 가끔은 서로 이해가 일치해 오월동주의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까지 느낄 수 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사라진 이틀'이라는 커다란 궁금증을 매개체로 하여 참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일례로 '후지바야시' 판사의 아버지는 현재 치매를 앓고 있고 이에 대한 간병의 부담은 오로지 후지바야시의 아내인 스미코가 짊어지고 있다. 그런 두사람의 입장을 놓고 서로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사회적인 모순의 단면이 베일 듯이 날카롭게 다가온다.

 

"그 카지라는 분, 마음이 무척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카지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런 따뜻함은 이 세상에 없어도 돼.

스미코의 따뜻함을 후지바야시는 선택할 거다.

죽이지 않는 따뜻함을-."

 

 

소설은 한국에서는 <사라진 이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원제는 <半落ち>로 '완전히 자백하지 않고 반만 자백한다'는 뜻의 경찰 용어라고 한다. 어찌 보면 한국의 제목이 소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데는 더 효과적이지만 책의 전반적인 느낌을 생각한다면 원제가 더 소설의 핵심을 꿰뚫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는 하지만 저 단어를 한국식 표현으로 완전히 옮기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분량에 비해 굉장히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소설 <사라진 이틀>. 이런 요코야마 히데오의 필력에는 늘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그러나 슬프게도 이 책은 이미 절판,,ㅠ) 사실 카지 경감을 대하는 인물들이 어느 정도 당위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자신의 입장에서 다소 무리한 혹은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이 정도 분량에서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책이 국내에 많이 출간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신작 <노스라이트> 출간 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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