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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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블라이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임신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 임신 기간 중에는 몹시 힘들었고, 남편은 끊임없이 '당신은 좋은 엄마가 될 거야' 라고 말해줬지만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나는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후 딸 '바이올렛'이 태어났고, 나는 내 딸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둘째 아들인 '샘'을 출산했다. 바이올렛과는 달리 너무도 사랑스러운, 내 삶의 빛과 같은 샘. 나는 처음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이들과 외출을 했던 어느 날, 바이올렛은 내 눈 앞에서 샘이 탄 유모차를 차도로 밀어버렸고, 나는 샘을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내 인생은 지옥으로 돌변했다.




이전에 당신은 나를 한 사람으로서 신경 써줬어. 내 행복, 내가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들에 신경 썼지. 이제 나는 서비스 공급자였어. 당신은 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지. 나는 그저 당신 아이의 엄마일 뿐이었어.



소설은 오로지 화자인 '블라이스'가 자신의 남편 '폭스'에게 하는 이야기로만 전개가 된다.(중간중간 블라이스의 엄마인 '세실리아'를 화자로 하는 과거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일단 블라이스는 청자를 자신의 남편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게 폭스에게 보내는 편지인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일기장에 이름을 붙이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적어나가는 글인지 독자는 구분할 수가 없다. 블라이스가 하는 이야기가 정말로 자신의 남편이 들어줬으면 하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 그저 다른 누구의 시선도 아니고, 다른 누구의 생각도 알 수가 없는 채, 오로지 블라이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을 읽어내려가게 된다. 그렇기에 이 모든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오로지 '여성'만이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아니 이러한 과정이 없더라도 여성에게 '모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과거에는 더더욱 그랬을 테고) 어머니의 모성을 경험하지 못했던 블라이스는 자신 역시 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첫째 바이올렛이 사랑스럽지 않고,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녀가 자신을 보는 시선에서도 애정을 느낄 수 없어 점점 아이를 키우는 삶 자체가 힘겹게 느껴진다. 밤낮으로 오로지 아이에게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하고, 한밤중에도 아이가 울면 달려가야 하고, 내가 하던 일에 조금도 집중할 수 없고, 자신의 남편마저 자신을 오로지 아이의 엄마로 보는 듯한 느낌에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주변의 엄마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면 힘이 난다고 하는데 블라이스는 아이를 봐도 힘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듯한 바이올렛을 보면 미움이 더 커질 뿐이다. 그리고 바이올렛이 샘이 탄 유모차를 차도로 밀어 샘이 사망하면서 비극은 극에 달하게 된다.



소설 [푸시]는 오로지 블라이스의 이야기로만 전개되면서 읽는 내내 이 이야기의 진실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첫 번째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블라이스가 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딸의 행동을 오해해서 이 모든 상황을 머릿 속에서 만들어 냈을 경우, 두 번째는 실제로 딸이 블라이스의 생각과 같은 아이였을 경우이다. 어느 쪽을 상상했든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내 전자를 예상했다 어느 순간 후자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만약 첫째가 아들이었다면 블라이스의 삶이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딸을 사랑할 수 없었던 블라이스는 둘째 아들에게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인다. 고전에서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엘렉트라 컴플렉스 등-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딸은 자신의 어머니를 경쟁 상대로, 넘어야 할 벽으로 보는 일이 흔히 보였던 것처럼 우연히 첫째가 딸이었기 때문에 비극이 심화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로 변모할 수 있는 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제목인 '푸시'가 실로 소설의 내용과 어울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여서 -뭘 이렇게 자꾸 더해나가는지 모르겠지만ㅋ- 이 소설에서 가장 섬뜩했던 것은 단언컨대 표지이다. 책을 1/3 가량 읽었을 무렵, 자야겠다 싶어 불을 끄고 어두컴컴해진 방에서 약간 새어들어오는 불빛에 비친 책표지를 봤을 때 소리를 지를 뻔했다. 두 사람이 그려져 있던 표지는 어디로 가고 어둠 속에 떠오른 것은 검은 색 '자궁'이었던 것이다. 표지 역시 제목이나 내용처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쓰다 보니 길어지고 말았는데.. 미혼인 나에게 '모성'은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많은 개념(?)이다. 길을 가다 아이를 보면 귀엽다고 느껴지는 것과 내가 낳은 아이가 귀엽다고 느껴지는 것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임신과 출산을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하고, 어머니는 아이를 무조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어머니라면 당연히 자신의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라도 아이를 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자꾸만 '완벽한 모성'에의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지. 술술 읽히는 가독성 좋은 책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또 그만큼 섬뜩했던, 앞으로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도 숱하게 생각날 것만 같은 그런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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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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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스미디어'에서 '찬호께이'의 [13.67]이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중국 미스터리 소설?? 낯선데... 이름도 어렵고 지명도 어렵고... 재미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로부터 딱 6년이 지난 지금, 출간이 될 때마다 미루지 않고 손에 들 정도로 좋아하는 중국 작가는 비단 찬호께이만이 아니게 되었다. 일명 '추리의 왕' 시리즈로 이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작가 '쯔진천' 역시 그런 작가 중 한 명인데 이번에 추리의 왕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이 출간되어서 빠르게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진짜로 쯔진천 작가의 책이 맞나요??!!





금은방을 털며 살아가던 '팡차오'와 '류즈'는 크게 한탕을 노리기로 결심하고, 자신들이 거금을 훔쳐도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만한 상대로 부패한 공무원을 떠올리며 작업에 착수한다.


고위 경찰을 고발하는 익명의 투서 한통으로 인해 '싼장커우시'에 공안국 부국장으로 가게 된 형사 '장이앙'.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며 자신만만한 장이앙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투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 다른 하나는 공안부 고위 간부의 조카인 여경이 경찰 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나에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신만만한 장이앙이지만 부임하자마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공안국 부국장이 되었을 '예젠'이 살해당한 것인데, 다행히 그는 죽기 전 다잉 메시지로 누군가의 이름을 남겨놓았다. 바로 '장이앙'의 이름을.


부패한 공무원을 노리는 수상한 2인조와 부임하자마자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형사, 그리고 부패한 공무원과 기업가들 플러스 기타 등등!(?) 이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난장판 같은(?) 사건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소설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일단 줄거리는 저렇게 적어보았지만 사실 저건 정말로 전체 그림의 아주 일부분일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책이다. 저마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혹은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데 이 행동들이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이들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 낸다. 그래도 어쨌든 줄거리만 보면 그동안 작가가 써온 소설과 갈래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부패한 공무원과 기업이 등장하니 사회파 미스터리군! [동트기 힘든 긴 밤]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 하고 생각하고 싶은데(?) 이를 가로막는, 이 묵직한 줄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유쾌함은 대체 뭘까. 사람도 자꾸 죽어나가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도 자꾸 생기는데 이걸 읽고 있는 나는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사카 고타로 느낌의 책이다' 라는 평을 들었는데 확실히 읽으면서 왜 그런 평이 나왔는지 확실히 공감이 되었다. 내 기준에서 말하면 쯔진천에 이사카 고타로 한 스푼 첨가 같은 느낌? 작가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들을 걷어내면 이 책 역시 한없이 묵직한 소설일 수도 있다. 전개가 유머러스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사실 전체적인 사건을 놓고 보면 절대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초반에 헷갈릴 만큼 수도 없이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제각각' 벌이는 일들은 대충 넘겨서는 그 전모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복잡하다. 그.런.데. 이를 하나도 복잡하지 않게 보이게 만드는, 진지한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가볍게 읽어도 전모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이라는게 신기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쯔진천이라는게 신기하다. 




확실히 이 책은 '추리의 왕'의 묵직하고, 여운이 남는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런 스타일의 쯔진천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호불호가 있을 것도 같은데 나한테는 확실히 '호'였다. [13.67]과 [망내인] 등의 묵직한 책들을 읽다 [풍선인간]을 읽으며 '아니, 찬호께이가 이런 가볍고 유쾌한 느낌의 책도 쓴다고? 그런데 심지어 재미있다고?' 하며 신기해 했는데 몇 년이 지나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를 읽으며 똑같은 감탄을 하게 되었다. '아니,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쓴 작가가 쓴 책이라고? 이게? 진짜?' 근데 진짜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묵직한 쯔진천 만의 매력이 살아있는 책이라 '와, 이 책으로 쯔진천에 입문하는 것도 괜찮겠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마 내가 '이게 쯔진천의 책이라고?' 하고 놀란 것처럼 이 책으로 쯔진천에 입문한 독자도 '추리의 왕' 시리즈를 보며 똑같은 놀라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묵직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세상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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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쉐도잉 - 속독은 기본, 속청, 속화를 한 번에, 진짜 영어 뇌혁명이 시작된다!
박세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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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영어책 한 권으로 영어에 눈을 뜨고, 성인이 되어서는 한 달만에 중국어 신HSK 5급에 합격하고, 심지어 미국 명문대학교에까지 합격했다"는 판타지인가.. 싶을 정도의 저자의 스토리에 혹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손에 든 책이 바로 '박세호' 작가님의 책 [메타쉐도잉]이다.



제목이기도 한 '메타쉐도잉'은 '메타인지'와 '쉐도잉'이 결합된 용어로 단순히 듣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듣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정확하게 따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아의 옹알이'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더라도 수십, 수백 번 반복해 들으며 이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것과는 달리 '성인의 옹알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활용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전에 한창 자막 없이 영화 한 편을 꾸준히 반복해서 학습해서 한 편을 다 숙지하면 영어를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 유행할 때 나도 영화 한 편을 열심히 본 적이 있는데 대놓고 말해 안 들리는 단어는 몇 번을 반복해도 진짜 안 들린다. 분명 아는 단어인데도 문장 속에서 다른 단어들과 결합해서 연음이 되면 그야말로 처음 듣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반복에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 간간히 들리는 문장도 있지만 정말 너무 힘들고 지겹고 시간이 아까웠던 기억이 있어서, 성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국어를 활용해 자막 내지는 텍스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영어 공부 방법으로 알려진 여러 가지 속설(?)을 뒤집는데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다면 처음부터 에베레스트를 목표로 하라'든지, 하루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라는 대신 '중간중간 쉬어가더라도 오늘의 최소 분량은 교재 전체!'라고 스파르타로 말한다. 사실 하루에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을 외워서 영어를 정복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해 본 터라 차라리 이렇게 며칠 간 죽어라 매달리세요!(는 내 나름의 해석ㅋ)가 쉽지 않아보여도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아보였다.(물론 실제로 어떤 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기존 쉐도잉의 문제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메타쉐도잉 방법으로 '영어 학습의 최소 단위는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다'라는 것과 '문장 단위로 자막을 보며 학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 아이라면 글보다 말이 빠르기 때문에 일단 들어서 체화하는 수밖에 없지만 성인이라면 자막을 보면 단번에 내가 듣고 있는 문장에 쓰인 단어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고, 통문장을 익힘으로써 문장 발음 그 자체를 익히면 특정 문장에서 듣는 사람을 괴롭히는 연음이나 강세의 늪에서 보다 수월하게 헤어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책이 특이한 것은 억지로 암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점이다. 메타쉐도잉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숙지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 스스로 크고 빠르게 말함으로써 상대방의 빠른 말도 어느덧 보다 느리게 느껴지고 이를 통해 좀 더 듣기가 수월해지는 과정까지 가고, 머릿속에서 전체 내용이 빙빙 돌면서 저절로 떠오르는 경지(빙빙 현상)에 다다른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 있는 학습법의 효과이다. 최대한 간단하게 책 속 내용을 적어보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론을 바탕으로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실제로 베타테스터들이 이를 실천해서 나타난 긍정적인 효과까지 보여주고 있다.



일단 책을 모두 읽은 시점에서, 내가 직접 여기에 있는 내용들을 실제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아니, 실제로 경험을 토대로 했으니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하루 10분이면 충분해!' 내지는 '하루 한 문장이면 된다!'에 비하면 이 책은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많은 책에서 강조했던 어린 아이가 모국어를 익히듯 하는 방식은 성인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성인 자신이 가진 지식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도 확실히 맨땅에 헤딩하듯이 '들릴 때까지 들으세요!' 하는 것보다는 들이는 노력도 줄어들고 보다 쉽게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확한 효과는 실천을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여태 읽은 책들 중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성인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제시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다만 책 속에서 수차례 언급한, 저자가 직접 개발한 효율적인 학습 앱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문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영어훈련법에 대해 쓰인 책인데 같은 방식으로 저자가 한 달 만에 중국어 신HSK 5급에 합격했고, 심지어 같은 방법으로 온가족이 이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을 보며 어떤 엄청난 방법이길래! 하고 혹해서 읽었는데 결국 단숨에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은 없지만 보다 학습자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노력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영어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단기간에 나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 영어 정복에 도전해보겠다!! 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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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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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범인 없는 살인의 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나는 2009년에 출간되었던 가장 최초 버전(?)으로 거의 한 10년쯤 전에 읽은 것 같은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중에서는 꽤 재미있는 편이었다..는 감상만 남았을 뿐 내용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침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어 보고 싶었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춤추는 아이> 중학생인 '다카시'는 어느 날 문득 들린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여고에 들어갔다가 리듬체조를 하는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를 볼 수 있는 매주 수요일은 다카시에게 큰 즐거움이 되지만 어느 날부터 그녀를 볼 수 없게 된다. 갑작스레 그녀가 춤추는 것을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일까.


<굿바이, 코치> '모치즈키'가 코치로 있는 양궁부의 선수인 '나오미'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발 대회에서 실수를 연발해 탈락한 후 자신이 자살하는 영상을 유서 대신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그녀의 자살, 하지만 왜 형사는 모치즈키를 의심하는 것일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어느 집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공범이 되어 그녀의 시신을 숨긴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가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 방문하면서 이들은 모두 긴장하게 된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녀를 살해한 것일까.




아무래도 전에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다시 읽다보면 기억이 꽤나 되살아 나게 마련인데 결말까지 기억이 나는 단편이 있는가 하면 아예 모든 것이 기억 나지 않는 단편도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은 <춤추는 아이>인 것 같다. 결말에 의외성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줄거리 자체도 요즘 기준으로는 흔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분위기를 상당히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강한 인상을 준다. 예전에 반전으로 가장 놀랐던 작품은 <굿바이, 코치>였는데 의외로 다시 읽으며 가장 놀란 작품은 표제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었다.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트릭을 썼다고? 아마도 예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박히기 전이어서 놀라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거 그 때 제대로 이해했던 거 맞나...??' 싶기도 하고.. 상당히 흥미로운 단편이었다.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 낸 일곱 편의 이야기"


책 뒷표지의 소개글에 위와 같은 문구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반드시 악의가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악의로 인한 비극은 분노를 자아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극적인 느낌은 덜한 반면 '선의'로 인한 비극은 연민을 자아내는 것과 동시에 비극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마지막 단편이 표제작이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몇몇 단편에 이 제목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살의를 가진 자는 없는데 죽은 자는 있는 상황, 과연 누구를 범인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살의를 가진 자와 실제로 살인을 한 자가 다르다면? 워낙 가독성이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간과하기 쉽지만, 답지 않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써놓고 보니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절로 떠오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인 [방과 후]의 출간이 1985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초기작들뿐인데 그래서인지 아직 정형화 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실제로 몇몇 단편은 알고 읽지 않았으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절대 떠올리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복잡하고 무거운 감상은 차치하고 나에게 익숙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과는 어딘가 좀 다른 느낌의 트릭이나 동기, 혹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답지 않아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장편소설처럼 묵직한 한 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날 때마다 한 편씩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책이었다.






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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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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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1988년 출간 작품이 다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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