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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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스미디어'에서 '찬호께이'의 [13.67]이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중국 미스터리 소설?? 낯선데... 이름도 어렵고 지명도 어렵고... 재미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로부터 딱 6년이 지난 지금, 출간이 될 때마다 미루지 않고 손에 들 정도로 좋아하는 중국 작가는 비단 찬호께이만이 아니게 되었다. 일명 '추리의 왕' 시리즈로 이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작가 '쯔진천' 역시 그런 작가 중 한 명인데 이번에 추리의 왕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이 출간되어서 빠르게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진짜로 쯔진천 작가의 책이 맞나요??!!





금은방을 털며 살아가던 '팡차오'와 '류즈'는 크게 한탕을 노리기로 결심하고, 자신들이 거금을 훔쳐도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만한 상대로 부패한 공무원을 떠올리며 작업에 착수한다.


고위 경찰을 고발하는 익명의 투서 한통으로 인해 '싼장커우시'에 공안국 부국장으로 가게 된 형사 '장이앙'.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며 자신만만한 장이앙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투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 다른 하나는 공안부 고위 간부의 조카인 여경이 경찰 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나에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신만만한 장이앙이지만 부임하자마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공안국 부국장이 되었을 '예젠'이 살해당한 것인데, 다행히 그는 죽기 전 다잉 메시지로 누군가의 이름을 남겨놓았다. 바로 '장이앙'의 이름을.


부패한 공무원을 노리는 수상한 2인조와 부임하자마자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형사, 그리고 부패한 공무원과 기업가들 플러스 기타 등등!(?) 이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난장판 같은(?) 사건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소설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일단 줄거리는 저렇게 적어보았지만 사실 저건 정말로 전체 그림의 아주 일부분일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책이다. 저마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혹은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데 이 행동들이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이들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 낸다. 그래도 어쨌든 줄거리만 보면 그동안 작가가 써온 소설과 갈래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부패한 공무원과 기업이 등장하니 사회파 미스터리군! [동트기 힘든 긴 밤]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 하고 생각하고 싶은데(?) 이를 가로막는, 이 묵직한 줄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유쾌함은 대체 뭘까. 사람도 자꾸 죽어나가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도 자꾸 생기는데 이걸 읽고 있는 나는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사카 고타로 느낌의 책이다' 라는 평을 들었는데 확실히 읽으면서 왜 그런 평이 나왔는지 확실히 공감이 되었다. 내 기준에서 말하면 쯔진천에 이사카 고타로 한 스푼 첨가 같은 느낌? 작가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들을 걷어내면 이 책 역시 한없이 묵직한 소설일 수도 있다. 전개가 유머러스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사실 전체적인 사건을 놓고 보면 절대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초반에 헷갈릴 만큼 수도 없이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제각각' 벌이는 일들은 대충 넘겨서는 그 전모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복잡하다. 그.런.데. 이를 하나도 복잡하지 않게 보이게 만드는, 진지한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가볍게 읽어도 전모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이라는게 신기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쯔진천이라는게 신기하다. 




확실히 이 책은 '추리의 왕'의 묵직하고, 여운이 남는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런 스타일의 쯔진천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호불호가 있을 것도 같은데 나한테는 확실히 '호'였다. [13.67]과 [망내인] 등의 묵직한 책들을 읽다 [풍선인간]을 읽으며 '아니, 찬호께이가 이런 가볍고 유쾌한 느낌의 책도 쓴다고? 그런데 심지어 재미있다고?' 하며 신기해 했는데 몇 년이 지나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를 읽으며 똑같은 감탄을 하게 되었다. '아니,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쓴 작가가 쓴 책이라고? 이게? 진짜?' 근데 진짜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묵직한 쯔진천 만의 매력이 살아있는 책이라 '와, 이 책으로 쯔진천에 입문하는 것도 괜찮겠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마 내가 '이게 쯔진천의 책이라고?' 하고 놀란 것처럼 이 책으로 쯔진천에 입문한 독자도 '추리의 왕' 시리즈를 보며 똑같은 놀라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묵직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세상 매력적인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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