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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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범인 없는 살인의 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나는 2009년에 출간되었던 가장 최초 버전(?)으로 거의 한 10년쯤 전에 읽은 것 같은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중에서는 꽤 재미있는 편이었다..는 감상만 남았을 뿐 내용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침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어 보고 싶었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춤추는 아이> 중학생인 '다카시'는 어느 날 문득 들린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여고에 들어갔다가 리듬체조를 하는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를 볼 수 있는 매주 수요일은 다카시에게 큰 즐거움이 되지만 어느 날부터 그녀를 볼 수 없게 된다. 갑작스레 그녀가 춤추는 것을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일까.


<굿바이, 코치> '모치즈키'가 코치로 있는 양궁부의 선수인 '나오미'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발 대회에서 실수를 연발해 탈락한 후 자신이 자살하는 영상을 유서 대신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그녀의 자살, 하지만 왜 형사는 모치즈키를 의심하는 것일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어느 집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공범이 되어 그녀의 시신을 숨긴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가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 방문하면서 이들은 모두 긴장하게 된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녀를 살해한 것일까.




아무래도 전에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다시 읽다보면 기억이 꽤나 되살아 나게 마련인데 결말까지 기억이 나는 단편이 있는가 하면 아예 모든 것이 기억 나지 않는 단편도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은 <춤추는 아이>인 것 같다. 결말에 의외성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줄거리 자체도 요즘 기준으로는 흔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분위기를 상당히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강한 인상을 준다. 예전에 반전으로 가장 놀랐던 작품은 <굿바이, 코치>였는데 의외로 다시 읽으며 가장 놀란 작품은 표제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었다.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트릭을 썼다고? 아마도 예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박히기 전이어서 놀라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거 그 때 제대로 이해했던 거 맞나...??' 싶기도 하고.. 상당히 흥미로운 단편이었다.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 낸 일곱 편의 이야기"


책 뒷표지의 소개글에 위와 같은 문구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반드시 악의가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악의로 인한 비극은 분노를 자아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극적인 느낌은 덜한 반면 '선의'로 인한 비극은 연민을 자아내는 것과 동시에 비극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마지막 단편이 표제작이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몇몇 단편에 이 제목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살의를 가진 자는 없는데 죽은 자는 있는 상황, 과연 누구를 범인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살의를 가진 자와 실제로 살인을 한 자가 다르다면? 워낙 가독성이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간과하기 쉽지만, 답지 않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써놓고 보니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절로 떠오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인 [방과 후]의 출간이 1985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초기작들뿐인데 그래서인지 아직 정형화 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실제로 몇몇 단편은 알고 읽지 않았으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절대 떠올리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복잡하고 무거운 감상은 차치하고 나에게 익숙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과는 어딘가 좀 다른 느낌의 트릭이나 동기, 혹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답지 않아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장편소설처럼 묵직한 한 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날 때마다 한 편씩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책이었다.






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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